| 겨울방학엔 책을 읽지말자. | ||
| ||
제목이 겨울방학에 책 많이 읽자하면 되레 더 안읽는다. 사람의 심리분석을 하는 학자가 이건 이렇게 하세요 저건 저렇게 하세요 해도 열에 서 넛은 하는데, 이건 절대 하지마라 하면 죽인다고 해도 죽기 살기로 더 한단다. 사람마음은 알다가도 모를 게 어디 한 두가지 문제냐만은.
겨울방학이라고 여기저기 켐프에 학당에 얘들이 요즘 더 바쁘다. 게다가 논술지도네 독서교실이네 무진 부산 스럽다. 그렇게 요란 법석인데, 우리나라 성인 독서분량이 일년에 고작 한 두권에서 열두권 정도란다. 그러니까 죽어도 책은 모르겠고. 시험엔 논술로 본다고 하고 그러니 시험보는 얘들만 권장도서가 자꾸 늘어나는 현상이다.
청소년 권장도서를 보면 나도 아직 안 읽은 책이 수두룩하다. 그러니 어른들은 안 읽어도 청소년이라면 꼭 필독하라는 그 도서들 보면 디게 재미없는 게 무진장 많다.
내 친구중에 작가들이 몇 있는데. 젤로 무식한 부모는 누구게? 묻길레 모르겠다고 했더니 재미 없는 책 끝까지 읽어서 독후감 쓰게 하는 엄마란다. 듣고 보니 그 말 나도 수긍이 간다. 나도 울 엄마가 성경 열 번 읽어라 열 번 베껴라 통독해라 했을 때 죽는 게 쉽지 그걸 언제 하냐고 뒤퉁맞은 불만을 표시 했는데. 그래도 울 엄마는 지금도 성경을 봐야 한다고 하는데. 난 아직도 제대로 한 번이라도 통독을 해 본 적이 없는 책이다. 물론 베끼지도 않았고. 그러고 보니 울 엄마가 젤로 무지막지한 독서권장가 였던 셈이다.
그런데 만화책이나 소설등은 또 읽지마란다. 그래서 난 더욱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줄기차게 교회 갈 차비를 포함하여 헌금도 만화책방에 전부 갖다 주다시피 했다. 그런데 그 세계가 같은 책 모양을 하면서 어쩜 모양이 틀리고 줄거리가 백팔십도 전혀 다른 세계를 맛 보니 일단은 한 번 책을 잡으면 끝장을 봐야 한다는 습관이 들기 시작했다. 만화책은 진득히 그다음 편을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재미있은 것은 몇 십편씩 시리즈다. 이러다가 두꺼운 무슨 철학에 무슨 사회에 얼떨떨한 내 머리가 당연히 붙들면 졸립고 몇 장 넘기다 베개로 삼은 책도 무진장 많았다. 침도 질질 흘려 책 표지 코팅이 불어서 떨어진 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울 아들에게나 딸에겐 끝까지 읽고 독후감 쓰라는 말은 못한다. 내가 당해보니 억지로 시킨다고 제대로 될 게 아니더라는 것이다. 아이에게 독후감을 쓰게 할려면 동기를 먼저 발생케 해줘야 한다. 하다못해 늘 엄마가 드라마 보다가 요즘엔 무슨 책인지 코를 빠뜨리고 밥도 못챙겨 줄 만큼 독서하는 모습에 저절로 자식도 책을 읽었다는 동기부터 호기심을 자극시켜 이것 저것 알려줄려면 먼저 부모가 책을 읽어야 한다. 부모의 실력이 그대로 자녀에게 전달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부모가 아는만큼 자식도 꼭 그만큼이다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이런 건 부모가 번저 읽어보고 결정해서 선택해도 늦지 않다. 조기교육이라고 책도 다독을 시키는 게 좋을 듯 하지만 자신이 읽은 책 내용이 뭔줄도 모르고 있는 것은 시간만 보낸 것이다.
순전히 대학입시에 논술을 보기 위해서 권장도서를 읽다가도 우연히 자신이 찾았던 궁금증이 풀리기 시작하면 일단 눈은 떠지고 귀가 열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 거기에 부모가 무슨 쪽집게 과외 시키듯이 시험문제만 집어 준다면 사교육비는 벌었다치지만 어디 인생살이가 시험문제에 나오나 안나오나에 그게 전부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시험문제에서 제외 되는것이 얼마나 많을 줄 모른다.
겨울 방학엔 애들보다도 특히 부모가 더욱 책을 읽어야 한다. 혹시 자녀와 같이 뜨듯한 방바닥에 배깔고 베개 하나씩 안고 만화책을 같이 읽어 보면 벌써 애들이 부모 대우가 틀려진다. 애들보고 제발 책 읽지말라고 한 번 해보면 뭐라고 대답 할지 궁금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