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과 대화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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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나 십육등했어." " 뭐가?" " 나 시험 봤쟎아. 근데 십육등 했다니까!" 뜬금 없이 아들이 자기 성적을 묻지 않았는데도 공개한다. 겁도 없이. " 네 반에 모두 몇명이냐?" " 응 , 열 일곱명!" " 너 말고 십칠등이 또 있냐?" " 응. 두칠이라고 우리반 다 알아 " " 어디가서 너희반 한 오십명 있다고 해라. 특히 엄마 친구 아이들이 물어보면 그렇게 애기해두 다 믿는다." " 엄마 ! 수학 이십점 받았는데 학원 다니는 얘두 삼십오점, 잘해야 오십점두 안되. 학원 다니면 공부 더 잘해야 되는 거 아냐?" " 야 임마 그렇게 생각하면 뭐하러 기쓰고 학교가냐? 틀려두 여유있게 왜 틀렸나, 내가 진짜 모르는 것이 무엇인고, 뭐 그런거 알아볼려고 다니지 점수 받으러 다니냐? " " 그러면 나 다음에 꼴등하면 어떻게 해?" " 먼저 두칠이한테 물어봐라? 네 자리나 두칠이나 서로 제일 어려운 것이 뭔지..." 다음에 시험보면 점수 애기하지 말고, 성적애기하지 말고 요즘 심각한 고민. 싫어지는 과목, 예습은 절대하지 말것, 모르면 알때가 따로 있으니 기다리면 다 알아서 쨘 나타나더라 뭐 이렇게 대화한 것이 이년 전이다. 지금두 이눔 성적 모른다. 단지 난 가끔 물어보는 것이 따로 있다. 무슨 책에 관심있냐? 읽고 있는 책 제목이 뭐냐? 히히거리며 아들 뽀뽀해달라고 하고 아직 영어 제대로 못 읽어 친구가 줬다는 CD 제목을 삐뚤뻬뚤 옮겨온 것을 그대로 읽어주기도 미안한 포르노임에도 화내지 못하고 정확하게 알려주자 식탁에서 부수는 그 얘가 지금두 크고 있는 중이다. 이젠 싫어한 영어 공부를 할 려고 한단다. 나 모르는 사이 많은언어가 한자니 영어에 숨겨진 것을 눈치챘나 자꾸 책을 들여다본다.
그렇게 중학교 이년이 지나더니 지금은 제법 영어문장도 해석하고 어려운 한문도 이게 뭐야 저거 뜻이 뭐냐고 묻기도 한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더니 성적표가 우편으로 날아왔다. 성적표를 보니 이건 가관이다. 여전히 수학은 뒤에서 두 번째이고 과학은 상위권이고. 아들 놈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다.
니는 이상하다. 과학이나 수학이나 오십 백 차인디 우째 이리 극과 극이냐? 희한하다. 그 말에 울 아들 말이 " 근디 꼴등은 힘들어...일등보다.." " 뭐?"
전체 석차를 보니 십육등에서 9등이나 더 올랐다. 너 말고 공부 안하는 얘들이 이렇게 많냐? 아니..다들 학원에 문제지는 모두 푸는디... 이상하단다.
담임이 전화를 부탁했단다. 그래서 전화를 드렸더니 울 아들이 초 고속 성적향상으로 장학금을 줬단다. 말 안하고 지가 그냥 쓱삭 할 것 같아서 전화부탁을 했다는 데.
" 야 이놈아 장학금 얼마 받았어? 엄마한테 왜 얘기 안 헌 거여?" " 장학금은 2만원이고. 이학년 급식비 72만원 면제받고 글고 수업료 한 십삼만원 지원 받고... 그니께 인제 컴퓨터를 살 수 있다니까? 안 그려?"
가만히 있어 봐 ..이 놈아... 아마 나라에서 무조건 농어촌은 인터넷요금도 무료다 하고 지원해주면 그 때가서 내가 사준다. 했더니...
그게 어느 세월이냐고 하는데. 그래도 기다려 봐! 누가 아냐? 세상은 아무도 모르는거여.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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