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국으로 가는 날
詩가 아닌 詩 2006/12/11 17:08   http://blog.azoomma.com/ifg01/238022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그냥 나돌아 다니다가  아무데나 들어가

지나가는 나그네니 물 한그릇만 주십시오 이러고 싶다.

생뚱맞은 생각일 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중에 어떨지는 차치하고더라도

그렇게 말 걸고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나  얼굴들을 만나보고 싶은 것이다.

 

바람불어 나를 밀어대는 곳은 편지를 쓰라고 우체국으로 향하게 하고 싶다.

한 줄의 전보로 안부를 물어보고 싶고

지금은 우표가 한장에 얼마예요? 이렇게 묻기도 하고

받는 이는 이름을 되새기며 흰 봉투에 풀을 발라 꼭꼭 눌러

빨간 우체통에 넣는 날.

 

언제 도착할 지도 궁금하며.

받을 때 얼굴을 상상하기도 하고

답장은 언제쯤 올까 내내 기다리는 한 주일이 꿈 같다.

 

우체통에서 멀어지는 눈빛들을 담아 실어 나르는 바람들이

그렇게 가볍게 날아오르는 새보다 더욱 빛난다.

 

돌아오는 길목에서 겨울이라고 이젠

갈색빛 가지사이로 갈라지는 햇빛에 짙어가는 흰바람들.

 

어디 나에게 만 향하겠는가?

이런 우중충한 날씨라고 창문닫고 돌아선다 해도

기어이 내 발밑으로 침투하는 것을 어찌 모른다고 시침떼기는 정말 못하겠다.

 

오늘은 비가오고 바람이 불어 빨간 우체통에 편지 넣으러 가는 날입니다.

하고 뉴스에서 아나운서가 일기예보처럼 방송해주면 디게 좋겠다.

빨간 우체통이 서있는 길목이 편지보내는 사람들로 북적였으면 참 좋겠다.

 

덧)오죽 심심했으면 이런 글을 쓸까....

나도  한참 세월에 오래되어 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