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고 미련하다고 했다.
기본 주제방 2006/11/30 17:11   http://blog.azoomma.com/ifg01/237300

나보고 미련하다고 했다.

지금세상이 칠십년대이고 생각은  고려시대를 넘어오는 미련한 곰퉁이라고 했다,

남편은,,,,

 

오래전부터 지어온 손농사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반대로 놀림을 받기도 하고 손가락질도 받았다.

 

남들은 그 만한 땅이면 사람도 사서 일을 부리기도 하고

비닐하우스를 지어서 한해 몇천만원씩 돈도 벌수도 있으련만  나에겐 그런 말들이

통하지 않아 고집불통이었다.

 

그렇다고 다른집에 가서 품앗이라든가  일을 잘하느냐도 아니다.

몸은 약하여 툭하면 잔병치레를 한해걸려 용하게도 병원만 안갔지 사는게 기특하다고 했다.

 

올해 그 너른 밭에  검은콩과 메주콩을 심었다.

남편은 심기전부터 풀은 감당하지 못할 만큼 올라오니 제초제를 뿌리고 콩을 심자고 했다.

남편의 친구들도 아예 제초제를 우리집에 갖다 놓았다.

내 성격을 알면서도 굳이  몸약한 마누라 챙긴다고 밭에 뿌릴 제초제를 마루에 얹어놓은 걸보니 콩이 무서운 건지 풀이 무서운 건지 분간이 안되었다.

난 도로 가져가라고 했다. 안가져간 제초제는 창고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다.

 

처음부터 내 발지문찍듯이 콩을 심어 이제 제법 콩잋이  벌어지고 콩꽃도 보라색으로 제법

많이 피었다. 예상한데로 풀도 같이 콩과 같이 크고 있었다.

남편은 성격이 급한 관계로 제초제를 안해서 풀이 반이라고 성질만 내었다.

난 묵묵히 그런남편을 뒤에 두고 새벽마다 콩밭에 산책할겸 문안을 드리는 것처럼 풀들을

조심스럼게 뽑고 밭을 갈아 주었다.

 

손으로 하는 풀메기는 남보기에도 더디지만 나한테는 빨리 저  많은  풀을 얼른 뽑자라는 마음은 아니었다. 사실 콩에게 따로 거름을 주는 것보다  뽑은 풀을 콩옆에 잘 정리해서 놓아두면

제대로 썩어 또 다시 풀이 올라오지 않고 자연비료처럼 되어 유기농법이다.

 

덕분에 따로 비료니 거름이 한번에 되는 손농사는 처음은 미약하게 느려터지지만 난 이런것이 적성에 맞는 미련한 곰퉁이라 별로 애태울 필요도 없었다.

 

얼마전 우리동네 근처에 큰 비와 바람이 많이 불었다.

그런바람에 고추니 다른 농산물이 쓸려내려가고 부러지고 넘어져 많은 손해를 보았다고 아우성이다. 근데 남편이 나에게 우리집 콩밭은 어떠냐고 물었다.

나두 아차 싶어 부리나케 밭에 가보았다.

천천히 풀메는 것이 오히려 약이었나 아직 뽑지 않은 풀들이 콩을 서로 안고 놓아주지 않으니

어느 태풍이라도 부러지게 할까.. 

풀을 메어준 곳은 이미 뽑아놓은 풀들이 썩어 좋은 거름이 되어

콩목을 더욱 튼실하게 견뎌주는 밑밭침이 되어 가고 있었다.

미리 줘버린 비료를 먹고 크는 농산물들은 비바람에 견딜 키가 아니다.

그래도 땅속 깊이 뿌리박은 심지 굳은 것들이 어찌 단박에 나 빨리 크지 않는다고

구박한들 내 입만 아프다. 

 

이젠 남편친구들은 나보고 왜그리 느려터진 풀뽑기를 하냐고 타박하지 않았다.

더불어 남편도 내내 신기했나 여기저기 콩밭을 서성거리고 눈빛이 따뜻해져 가고 있었다.

 

나보고 그런다.

" 콩밭메는 아낙네감?"

 

나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콩이 이 무더운 여름에 크느라 고생이지...

 

덧) 어느덧 겨울에 들어선다. 첫 눈이 내린다. 지금은 모두 조용하게 눈을 맞고 있다. 지난 여름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