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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아닌 詩 2006/10/03 10:44   http://blog.azoomma.com/ifg01/233817

왜 그런거 상상해본 적 있으신지요?

산골 오지에 느닷없이 구부정한 비포장길을 잘 다듬고 닦아

잘생긴 이차선 도로를 만들었는데.

차가 안다니는 겁니다.

 

산허리를 두동강내어  마주보게 한 도로는

밤에는 서로 못 만나서 헤어진 노루며, 고라니들이.

또 어떤때는 뜨듯하게 데워진 아스팔트벽에

뱀들이 느러지게 허리 피고 있는 도로를 말입니다.

거기다 이제 가을이니

우주에서부터 왔다고 이름이 코스모스가 무진장 양 옆에 가드레일을 밀고

이 바람, 저 바람에 향기 흩날려서 나비도 벌도 온갖 풀벌레도 몽땅 납치해서

꼼짝못하고 얼켜 살고 있습니다.

빈 도로이니 잘 날고 다니는 산까치며, 카투리도 날지않고

총총거리며 걷는 길입니다.

 

누가 한 번 차로 지나갈 때는

모두 난리가 나는 거죠.

어떤 구렁이는 꼬리가 잘리기도 하고.

까치가 느닷없이 수직으로 튀어오르는 모습도 간간히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말입니다.

그 곳에선 느림이 사는 곳입니다.

속도를 내고 황급히 지나가는 나그네에겐 절대 보지 못하고.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일단 한 번은 멈추고,

나의 걸음을 재보고

그제야 늦게 불어오는 온갖 산향기며. 계절을 마주치게 됩니다.

오늘은 먼저 내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나의 발 밑에 있는 것은

나보다 더 오래 살고 있는 길이었습니다.

길이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었습니다.

 

 

작업공책) 나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이미 내 기억상자는 필름이었으므로.

                  비록 낡은 흑백이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