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러면 안되지야...그럼 난 밑지는 거여... 그라지 말고 쬐게 만 사지 그랴?
오일장이 추석대목인 생선장수 민하할멈은 말도 디게 느리다. 명태포하나 뜨고, 조기 몇 마리 사는 아주머니가 덤으로 생고등어 한마리 더 달라고 재촉하니 옆에 있던 대추팔고 밤파는 뚱이네가 한마디 거든다. 그러니 멀쓱한거 검정 비닐봉지를 한 번 들여다 보고, 그래도 꽁치 한마리라도 얻을 마음이 보이나, 얼른 민하 할멈은 길쭉하게 늘어진 꽁치를 넣어준다.
그러니께 장사를 맨날 밑지는 거 아녀?
아고 그렁께 앗쌀하게 잘라야 하지 , 그렇게 느물거리면 더 달라고 한다니께. 뚱이네는 그렇게 면박을 준다. 민하가 밀대를 끌고 동태 두 짝을 실어온다.
할머니! 할머니! 많이 팔았어?
오냐? 갖고왔냐? 내 새끼 점심은...
우히히 짜장면 먹었어. 형아가 사줬는 데 딨다 맛있게 먹었다. 그것두 곱배기다.
민하가 횡재한 얼굴로 말한다. 뚱이네가 실어진 동태를 얼른 내리라고 하니, 그제야 민하가 번쩍 안아서 도마옆에 쌓아논다. 있다가 또 한 짝 갖고 오라고 한다. 민하 할멈이 동태값을 준다. 고이 돈을 접어 민하 앞주머니에 넣고 자크를 채워준다. 그리고 신신당부한다. 누가 말시켜도 그냥 막 가거래이 알았지? 으이구 내 새끼! 와 이리 잘생겼노?
냉동창고에서 일하는 민하다. 이름도 원래는 민하가 아니다. 사실은 손자를 입양하여서 키운 손자이다. 그것도 전 남편의 자식이다. 민하 할멈이 젊었을 때 시집을 갔는데. 재취인데, 남편이 덜컥 일년만에 딸 셋을 두고, 시어머니를 두고 그냥 세상을 떴다. 말이 재취이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딸셋을 고이 키우고, 그 큰 딸이 낳은 손자가 바로 민하다.
민하는 시장에서 바보라고 불리웠다. 그런데 민하라고 부르면 더 좋겠다고 동네 방네 소문내고 다니고, 그러는 통에 누구도 바보라고 부르지 않았다.
명절 대목에 가장 바쁠것은 누구보다도 민하가 더욱 잘 안다. 민하는 소리도 좋다.
보름날이 되면 돗자리 위에서 등에 바가지 넣고 춤추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거기서 그 장단을 맞추는 민하 할머니는 추임새를 넣어주고, 어이구 내 새끼가 젤로 잘한다며 부추기니 괜히 옆에 있는 사람들도 허벌나게 신명이 난다.
올해도 추석명절이 어김없이 돌와왔다. 그런데 민하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다. 그래서 그냥 좌판이 앉아만 있고 둘째 딸이 대신 생선 명태포를 뜨고, 사위가 소리를 지르며 손님들을 부르고 있다.
그런데 꽁치 한마리 더달라고 하는 손님을 보고 아무소리 없이 벌떡 일어나서 한마리 넣어준다. 추석에 잘 구어먹어야 또 일년 잘 살지....
작업공책) 일만년 전에도 추석이 있었을 겁니다. 혹시 누가 아는지요...그 전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디.도통 기억이 나지 않을땐 혹시 전생에 너와 같이 살은 게 아닐까.... 뭐 이런생각도 해보고 그럽니다. 그래서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이 공간에 그저 안부묻듯이 글을 놓았습니다.좋은 추석을 보내십시오. 정자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