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어려울 때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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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어려울 때는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도 분명히 사람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를 거지라고 한다. 알거지라고 하거나, 상거지라고 하거나 둘 중의 하나의 의미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기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현재의 우리로 선 가장 시급히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한다. 먹을 것이 없을 것이며, 타고 다닐 차비가 없을 것이며, 입을 옷이 없을 것이라고 그들은 각종 구호로 성금을 모집한다. 물론 정말로 그들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 거지라고 불리는 이름이 있다.
난 새벽에 서울역에 쓸쓸한 늦가을이 올 무렵 도착했다. 어쩌면 나는 죽으러 갈 수도 있었고. 그러기에 마지막으로 어머니 얼굴을 뵐려고 갔었는지 도 모를 아직 동이 트기전의 서울 역사안 구부러진 골목길의 복도에서 꿈틀거리며 신문지를 얼굴만 덮어 난 이젠 죽은 사체를 본 걸로 가슴이 벌렁거리게 하던 그 거지가 벌떡 일어났을 때.
나에게 불현듯이 이젠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굳이 내가 죽네 사네 염병할 주문을 외울 것도 없고, 흰 가운의 장의사가 처방전을 주는 것처럼 경전을 외울 필요도 없어지는 것을 난 함꺼번에 알아 챈 것이다.
그 거지는 나에겐 은근한 위로였으며, 그로하여 갖가지 환상을 벗어나서 테두리를 둘럿던 착각과 같은 착시의 안경을 벗어 던지고 있었다.
왜 그렇게 강렬했을까.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졌던 나의 시간들이 결국 일렬로 나란히 서서 있었던 게 아니다. 굳이 일상들이 나를 위해서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의 뉴스는 ..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읽어대야 하는 현실만 종처럼 뎅뎅 울리는 소음공해엿을 뿐.
나는 주사도 밥도 필요하지만 특히 어려울 때는 한 사람의 거지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없이 사는 그들에게 나 또한 무엇이 되어주기 위해서 오늘을 살고 있다고 굳게 말하고 싶다.
내 영혼과 거지영혼은 불순물이 전혀 없으리라 믿는다.
작업공책) 혼자서 거니는 산책로가 있으면 걸어보라. 그 순간은 지구가 한차례 살짝 눌러주는 발자욱을 기억한다. 존재는 그런 거다. 가벼히, 한동안 깊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