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가 먹다 남은 배추
기본 주제방 2006/09/12 10:25   http://blog.azoomma.com/ifg01/232584

남새밭이라고 해봤자 한 두어평이다.

그것도 옛날에 지은 흙담이 오랜세월에 시나브로 흐트러지더니

남편이 삽으로 두둘기고 두어번 삽질을 하니

저절로 평평해졌다.

여기에 고추며, 방울토마토며. 치커리, 상추등을 제철에 맞게 심어

야채는 시장에서 사는 것을 잊어버리고 산다.

얼마전에 배추를 심었는데.

한 열통도 안되게 모종을하여 키워었다.

 

무럭무럭 크는 가 싶더니 연두색배추안에

뭔가 꼬물꼬물한 게 보였다.

민달팽이에, 개미에. 지렁이처럼 생긴 벌레도 있었고

지렁이도 한 몫하고 있는데,

 

남편은 일일히 손으로 그런 걸 잡아서 옆에 땅에 내려놓곤 했다.

아들이 죽여야 다시는 배추에 오지 않을 거라고 했더니

될 수있슴 멀리  떨어지게 해야 한다고 배추와 동 떨어진 개천에 놓고오기도 했다.

그러니 달팽이와 개미에 의해 배춧잎은 구멍이 수천개로 이어져

 배춧잎을 보니 이건 무슨 푸른그물이 된 것 같다.

촘촘하게 잘도 구멍을 내고 쪼아먹고 했으니

우리가 먹을 배춧잎은 그야말로 심지만  남아 있었다.

 

그래도 배추농사 지었으니 먹어야지.

요즘 배추가 얼마나 비싼데.

더구나 달팽이가 살았던 배추속은 더 고소할 거다.

아니나 다를까

속은 꽉차고 노란 속배추는 그냥먹어도 고습다.

옆에 늘 부추가 자라는 곳에서 또 베어내고.

작년에 남편이 품으로 받아 온 고춧가루로 배추김치 속을 만들고

딸내미가 연신 묻는다.

이거 달팽이가 먹던 김치야?

 

그 김치가 잘 익을 무렵에 뒷뜰에서 무언가 투툭하는 소리에 가봤더니

뒷집에 호박줄기가 우리집에 언제 넘어왔나,

감나무를 감고 타고 올라가 이게 감인지 호박인지 모를 나무가 되버렸다.

그 호박이 너무 크고. 높이를 감당못해 결국은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에

오늘 감 떨어지는거 마냥  툭 떨어진 늙은호박이  앞 마당에 대굴데굴 굴러 다닌다.

호박이 넝쿨채 굴러 온다는 소리가 바로 이소리인가 보다.

 

떨어지는 호박이 멀쩡 할리가 없다.

옆구리가 쩍 벌어져 속이 노란 게 훤히 보인다.

나는 평상에 앉아 호박고지를 만들어 볼 욕심으로 칼질을 했는데

이게 해 본 적이 없는 손이니. 서툰 것을 알아보나 결국 손만 베고 말았다.

결국 아들놈 좋아하는 호박죽이나 뭉근하게 끓여 줄까 혼자 결정하고.

 

그러다 아들이 돌아온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한쪽에 시커먼 봉지가 대롱 대롱 매달렸다.

뭐냐고 물으니 밤이란다. 그것도 햇 밤.

근처엔 산밤이 많다.

밤 농장이 아니라 자연으로 자란 탓에 비록 크기가 작으나

달기는 무지 달다. 울 남편은 쥐밤이라고 하던데.

까먹기가  작아서 지랄 맞다고 하니

나만 오룰조물 잘도 까서 먹는다.

아들은 어디로 가면 산밤이 제법크고,

저기로 가면 쌀조개가 많은데, 가끔 두루미가 와서 말조개도 캐먹고 가는 것도

본다고 한다. 아마 이놈도 자기만의 산책로가 있으리라 짐작은 하는데

난 묻지 않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아침이면 우리집은 이장님이 방송을 새벽에 그것도 여섯시나 다섯시 반쯤에 한다.

여긴 방송실이야유, 긍께 마을회관에서 회의를 할 게 있으니께 후딱 아츰자시고 모여봐유, 이상이어유.

 

 이렇게 똑같이 삼 세번을 하면 아침잠은 다 잔거다. 워낙 게으른 탓에 밍그적 밍그적 거리면 남편이 냅다 소리질른다. 아! 뭐 혀? 밥먹고 나오래잖어?

 

눈 부비고 주섬 주섬  주방에 나와 엊그제 담은 김치뚜껑을 열어보니

오매....달팽이 김치가 너무 잘익었다아!

 

김치 대가리만 숭덩 베고, 한접시 길게 내어 쭉쭉 찢어서 금방 한 밥 한수저에 턱 얹어먹으니 ....

 

 

 

 

작업공책)      늘 바람이 머무는 곳에

                   나도 그 곳에 한때는 같이 있었지.

                   비록 잠시라도 행복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