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따였다.
기본 주제방 2006/09/10 11:47   http://blog.azoomma.com/ifg01/232494

나는 점을 치는 것을 싫어한다.

이런 거말고도, 싫어하는 것은 많다.

첫번째로 화투다. 나는 그림을 한 때 그린사람인데도 화투패를 보면 이게 저거 같고, 애매모호한 그림들이 나를 불안하게 해서 나는 어렵다고 했다.

한국의 아줌마라면 누구나 즐기는 놀인데.

 

두번째는 게임이다. 손놀림이 민첩하지 못하여 자판실력도 굼뜨다.

그러니 글 하나 쓸려면 족히 한두시간은 걸린다.

 

세번째는 춤은 못춘다. 못 춰서 싫다. 그래서 난 춤추는 곳이라든가. 가무가 함께하는 놀이공간은 공포에 가까울 정도다. 회사에서 회식이 있는 날은 아예 나는 제쳐두는 게 먼저다.

그래도 섭하지 않았다. 그게 나에겐 배려로 느낄 정도이다.

 

이러니 무슨 맛으로 사는냐고 묻는 이도 있다.

사는 게 맛으로 사냐? 그냥 살다보니 이렇게 된 거지...

 

그렇게 살면 소외가 되고, 멀리하게 되면 왕따가 되기도 한다.

난 철저하게 그들에게 외면이 아닌 왕따가 이미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난 그다지 슬프지 않았다.

난 그들과 어울릴 동기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공감대라든가, 같은 취미가 전혀 없는 상태에, 그들이 요구하는데로 나는 따라주지 못했다. 술이며, 게임이며, 화투며, 춤추며 노래하는 것을 싫어하는 데. 그들이 나를 제쳐준 것보다 내가 먼저 그들의 곁에 가지 않았다는게 맞는 거다.

 

요즘은 이상한 일이 나에게 벌어지고 있다.

그들이 아름 아름 서로 모르게 나에게 연락을 주고 있다.

누구는 도박을 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혀 구류를 몇 칠 살다가 나왔는데, 남편이 얘들 놔두고 그 친구랑 눈 맞아 야반도주하였다는 뒷담까지 소상하게 나에게 이르듯이 그러는 거다. 나도 원하지 않았던 그들의 사생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눈도 휘둥그레지고. 그렇구나. 그랬구나, 힘들어겠다는 등의 대답만 할 수있다. 더 이상 다른 대답을 하면, 이상하게 말이 보태져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시비를 겪게 될 까 그래서이다.

 

그러니 만만한 게 난지 그들은 한 명 두명 각각 나에게 몰래 찾아온다.

그동안 그렇게 매일 화투만 하던 이 친구도 어느날 내가 찾고 싶더란다.

그림을 그렸던 아이가 화투가 어렵다고 했던 나다. 그런데 그 화투의 고수가  왜 내가 생각 난 것인지 사뭇 궁금했다. 그래서 진지하게 물었다. 대답은 화투몰라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나... , 난 그 어려운 화투공부 하는라고 밤까지 새고도 모잘라 허리 휘어가며, 오십견에 다리 두둘기면서 하는공부는 죽었다 깨나도 못한다고 했다.

친구가 박수치며 그려 그려 이런다. 어이가 없는  표정이다. 그제야 나에게 단도박에 회원을 가입하고 지금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란다.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같이 이리저리 붙어서 쏘다니던 친구에겐 말 못하고, 왕따 시킨 나에게 속애길 하니 이거 디게 귀쌀 맞다.

 

또 한친구는 밤에 그것도 시골 밤은 도시와 전혀 반대이다. 개들이 오는 손님의 발자욱을 잘알고, 낯선 걸음이라든가, 못들었던 엔진소리에 민감하게 짖어대는 통에 밤에 누가 찾아오면 온동네개가 한번에 짖어댄다. 잠다 깨고 동네 무슨일인가 하나둘 불켜지면 이게 뒤집어진다는 애기와 같다. 이렇게 찾아온 내 친구가 자정을 금방 넘긴 그 때 나의집을 몰라 애들이름을 부르고 다녔으니, 오죽 했으랴. 나중에 어른들 어디서 돈 꿨어? 빚쟁이들이 온 겨? 여러모로 헷갈리게 했던 이 친구가 알콜중독에 우울증에 시달리다 나를 찾아온다고 택시를 타고 동네는 어찌 어찌 찾았는데, 집은 가물가물하니. 더구니 나의 손전화는 꺼져 있고, 집전화는 없고,

 

 특히 나를 뒤에서 많이 험담을 해서 나도 이젠 다 아는 사실인데, 왜 밤중에까지 나를 찾아다녀 여러사람 헷갈리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툴툴거리고 싶어도, 그 친구얼굴보니 내가 화들짝 놀라버렸다. 나와 동갑내기가 왜이렇게 늙었냐? 금방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직감이지만 이거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구나 했다. 이 친구가 나를 안고 울기만 한다. 동족상잔을 겪은 거 마냥 나도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얼굴표정을 보니 굳이 말 안해도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굴이며,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카락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나중에 다른 친구가 알려준 바에 나는 자세한 사실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남편의 무책임한 외도에 아이가 사고로 죽은 후 결국 이혼를 했는데. 누군가 이혼위자료를 목적으로 사귀어서 그 돈 다 털리고, 속이 상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게 다 피씨통신인가 뭔가 그 우라질 것이 사람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 채팅에 목숨걸 듯이 전부라도 되듯이 자랑하고 다녔는데.

 

 그런데 왜 나를 찾아왔는지 묻고 싶었다. 이친구는 묻지 않아도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 때 니가  그랬잖어, 남편 이혼하고 나 혼자됐을 때... 나를 잘 지켜야한다고, 혼자 일수록 나를 잘 지켜야한다고 너 그말 한거 기억나냐?

 

 도무지 나는 그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몇 년전이던, 아니던 생뚱맞게 신새벽에 찾아와서 기억나냐고 확인하니 나도 어이가 없고, 기억하자니 이미 나의 머릿속은 종적이 없다.

 

그려..그런디 그게  문제냐? 이 밤중에 찾아 올 일이여?

미안하다. 사실 난 니가 진짜 싫었다. 놀지도 못하고, 못생기고 그런데 니가 참 똑똑한 것 같아서 더 싫었다! 그런데 니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자꾸 나에게 무슨 뜻인지 인제 조금은 알것 같어....그 때 나를 혼내주던가 나를 붙잡지 그래주지 ..그러면 나 이렇게 안 됐을 거 아냐?

 

 내가 싫었다고 고백하는 친구 앞에서 나는 눈빛도 말도 굳어 버린 것처럼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할 수없이 한마디는 했다. 내가 한말도 지금 언제 했는지 기억이 없는데.

너에게 뭘 더 애길 한다고 해도 너에게 들리지 않았을 것인데.

 

 하긴 그 때 어른처럼 혼을 내던가, 머리채라도 잡아 끌어 그러지 마라고 말려도 될 처지였다. 그 때 나에겐 앞에선 세상에둘도 없는 친구처럼 , 뒤에서는 갖은 험담을 하지 않았다면 나도 어느정도 수긍이 갔을 텐데말이다. 내가 그 이중적인 태도에 지레 놀라 얼른 모른척하면서 그래도 한마디 한 것이 너자신을 알라가 아닌 너를 잘 지켜라라고 했다니 .

 

그렇게 세월이 드라마 각본에도 없는 상황이 연출 된다는것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 친구를 데리고 정신과며, 시청이며, 여성쉼터까지 동행했다. 그들은 내 친구를 보고 언니냐고 묻는다. 오히려 내 친구는 더크게 대답한다. 내 둘도 없는 친구라고.

 

아마 다음주에는 이 친구와 남도에 한 번 다녀올라고 한다.

그 친구의 남편에게 소식이 왔다. 지금은 혼자라고 한다.

서로 혼자가 된 부부의 만남을 위해서다,

 

 

 

 

작업공책)

                 정답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많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혼란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길은 떠나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