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heestory 2004/08/24 12:39   http://blog.azoomma.com/hyunseo99/153986


무더위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사라지고

발끝이 나도 모르게 오므라들 정도의 찬바람이 분다.

아이에겐 얼마전 부터 칠부 내의 를 꺼내 입혔고

나 역시 반바지가 아닌 긴바지로 바꿔 입고 있다.

계절은 참 정확한것 같다.

 

어제 저녁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추억의 부라보콘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

슈퍼까지의 200m 정도의 거리.

전에도 그랬지만 이곳에 이사와서도 늘 함께 가는 동안의 모든 사물들은 우리의 이야기 꺼리다.

가로등 밑에 달린 거미, 바람에 사각거리는 나무들, 어둠속에서 하얗게 웃고 있는 이름 모를는 꽃, 구름으로 살짝 가린 달님도....

 

"현서야 이제 가을인가보다. 찬바람이 부니 말야"

아이가 나의 손을 나무가 있는 쪽으로 끌어 당긴다.

 

"엄마 저기 좀봐요. 아직 여름인게 틀림없어요"

 

"왜?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건요. 저 나무들이 아직 초록색 옷을 입고 있으니까...

노랑색이랑 주황색이랑 빨간색으로 바뀌어야 가을인거에요.

엄마는 그것도 모르나봐....하하하"

 

아이에겐 지난 뜨거운 여름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나 보다.

그 뜨거운 뙤약볕에서도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땀띠까지 솟아가며

외할아버지가 사주신 네발 자전거를 힘껏 타던 아이에겐

가는 이 여름이 오히려 아쉬운가 보다.

 

나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 또 모든 것들이 풍성한 가을이 좋긴 하지만

늘 찬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병이 두렵다.

손끝과 발끝으로 느끼는 가을보다 가슴으로 부터 느끼는 가을이......

 

작년 가을 바다가 보고 싶다고 노래하는 아이를 위해 무작정 떠났던 속초 여행...

그때 함께 가슴에 담아 온 바다가 그립다.

2003년 10월1일 속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