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대한 추억(1)
heestory 2004/01/30 22:05   http://blog.azoomma.com/hyunseo99/114673

난 어릴적 아버지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늘 바쁘셨기 때문에 아버지와 놀이공원 같은 곳에 놀러간 기억 따윈 없었다.

시집 가기전까지만 해도 난 내 아버지의 잘못된 부분을

예리하게 집어 내는 아주 고약한 딸이였다.

울 가족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으로 아무도 술을 드시지 않는다.

아버지 형제 7남매중 유독 내 아버지만 술을 드셨다.

그 자체만으로도 난 아버질 싫어했고

약주를 조금이라도 드시고 오시는 날이면

일찌감치 잠자리에 누웠고 혹 깨어 있다가도 아버지의 발소리를 들으면

이내 이불속으로 숨어 들어 눈을 찔근 감아 버렸었다.

 

지금 되돌아 기억해 보면 그런 아버지의 손에는 우리들이 좋아하는 센베이과자, 왔다바, 그리고 데이트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어떤 날은 한보따리 과일이, 또 어떤 날은 포장마차 아줌마에게 특별히 부탁한 꼼장어 구이가.....

그냥 아버지는 그렇게 기억되어 있었다.

난 아버지의 어깨를 주물러 드린 기억도, 용돈을 타기 위해 애교같은 걸 부려 본 기억이 없다.

절대 아버지 같은 사람과는 결혼 안한다고.....

 

그런데 시간이 흘러 내가 아이를 낳고 부모의 입장에 서게 되니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하나 하나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아마도 아버진 외로우셨을것 같다.

 

결혼식날 사위에게 하나밖에 없는 딸의 손을 건내시며 그 슬픈 눈을 보았다.

그래서 식장에 서서 한참을 쳐다 본 기억이 있다.(나중에 주례서신 목사님이 설교시간에 말씀을 하실정도 였다.)

 

아버진 현서를 낳고선 내가 보아도 지극정성이셨다.

아이에게 좋다고 약수며, 참숯을 구해다 주시고, 어린시절 자식들과 함께 하지 못한게 미안해 아픈 다리 이끌고 현서와 놀이동산도 다녀오셨다.

현서 병원은 늘 할아버지와 동행이였다.

현서가 말하는 과자 이름을 외워 두셨다 사다 주시는 아버지.

현서와 함께 팽이를 돌려 주시는 아버지.

현서 먹이라고 좋아하시는 생선도 마다 하시는 아버지.

용돈 모아 손주 장난감이며 옷이며 사다 주시는 아버지.....

 

아마도 내 아버진 삶이 힘겨워 자식들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을

이제서야 현서에게 베푸시는것 같다.

 

내일은 아버지 생신이다.

어느덧 아버지에 얼굴에 주름이 지고

그 세시던 고집도, 성질도 세월과 함께 많이 무뎌지신것 같다.

이젠 아버지와 언성을 높여가며 다툴일이 없다.

여윈 어깨가 왠지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아빠 알아요. 아빠가 절 무척 아끼시는걸....

늘 아빠에게 냉정한 딸이여서 죄송해요.

이젠 아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수 있을것 같아요.

건강하셔야해요. 엄마와 함께 오래 오래....

아빠 이말 더 늦기 전에 할께요.

사랑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아빠 생신 축하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