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0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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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꿈>
대학시험을 치루고 불합격소식과 함께 무척이나 절망스러웠던 90년도 겨울..... 아마도 불합격이란걸 처음 경험 했던 어린 시절인지도 모를 그 겨울. 식구들 모두에게 너무나 미안하기만 했었습니다. 엄마는 말없이 내손을 잡으시더니 "우리 목욕하러 가자" 그리곤 엄마와 함께 목욕을 갔습니다. 제 등을 밀어 주시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지요. 그리곤 돌아와 따뜻한 저녁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먹었습니다. 덕분에 전 호들갑스럽게 불합격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며칠후 엄마는 제 손을 붙잡고 어디론가 가실 차비를 하셨습니다. "서울 좀 올라가자" 도통 무슨 일인지 감이 안왔지만 엄마의 뜻을 따라 집을 나서 서울역 도착.... 남영동까지 걷는 동안 그제서야 말씀하시네요. "패션학원으론 라사라가, 그래픽으론 우석과 아트센터가 좋다더라. 네가 미술공부하고 싶어 했잖니? 지난번 네 실기물 가정선생님께서 교무실 들고 가서 자랑하셨다며...오늘 이곳부터 들리고 다른 날 더 돌아보자"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했습니다. 엄마는 예체능 하고 싶지만 집안 형편상 말을 꺼내지못했던 이 어린딸의 마음을 이미 읽고 계셨던 게지요. 그리곤 동네 아주머니 조카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단 소리에 여기저기 알아보셨던겁니다. 그날 등록을 하고와선 내내 비싼 학원비에 죄송하기도 하고 엄마의 깊은 배려에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집 형편으론 한달 30만원과 비싼 수입교재비는 정말 큰돈이였습니다.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달리 시작된 나의 91년도. 그런 엄마 덕분에 무척이나 재미있게 학원 생활을 했습니다. 하루 세시간 수업을 받기 위해 세시간을 버스를 탔지만서도 새로운 걸 배우는 게 무척이나 재미있었거든요. 학원수업을 마치고 돌아와선 오늘 배운 과제를 일일히 설명해 드리기도 했는데 저보다 더큰 관심을 보이시곤 늘 멋지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엄마는 일년동안 단 한번도 수업료를 밀리신적도 없으셨습니다. 수업료를 내고나면 늘 계단에 높이 놓인 공중전화통에 대롱대롱 매달려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씀 드렸었죠. 그런 엄마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해서 100원짜리 튀김 세개로 허기를 달래고 집에와서 밥을 먹던 기억도 함께 떠오르네요^^. 그 남영역 근처의 노부부가 하는 튀김집....후후 그렇게 일년을 수업하고 혼자 몰래 대입을 봤고 또 학교를 다니고 졸업을 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그렇게 일하는 동안 참 보람된 일도 많았고 제가 제일을 무척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요사이 집에서 일하면서 감사하단 생각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엄마가 저의 마음을 읽지 못하셨다면.....
자식의 생각을 읽는것, 그 자식의 꿈을 위해 지나치지 않게 조용히 도울수 있는것, 그리고는 어떤한 말로도 보상 받으려하지 않는것.... 참으로 힘든 일임을 이제는 알것 같습니다. 지금도 힘들게 고생하시는 엄마 마음을 이젠 제가 읽어드릴 차례인데..... 세월에 묻혀버린 엄마의 꿈은 보상해 드릴 길이 없네요.
언제나 늘 웃음 띤 얼굴로 그 힘겨움 가리시는 엄마. "아프지 마세요. 그리고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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