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마주쳐야 풀빵도 판다
중앙일보 미디어마케팅연구소 송명석
'눈 맞춤 회피'는 권위주의와 유교 전통의 부산물
여러 분은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군대를 갔다 온 사람 중 상당수가 무심코 선임하사를 쳐다봤다가 "졸병이 시건방지다"며 벌을 섰던 아픈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집안 행사 때도 어른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이 같은 '눈길 회피' 태도는 권위주의와 유교 전통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오늘날 국제화 시대, 지식 경제 사회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안세영 교수(서강대 국제대학원)는 주장합니다. 이번 이메일은 안 교수의 강연 내용을 담은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동영상을 정리했습니다.
윗사람의 눈동자를 읽어라
안 교수는 상대방의 눈동자, 특히 윗사람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은 상대방의 의중을 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는 수 년 전 청와대서 개최된 '한미 FTA대비 국정 회의' 때, 그가 시도한 '눈동자 읽기' 효과가 탁월했다고 말합니다. 당시 청와대 회의 참가자들은 답변 내용을 미리 작성해, 대통령의 질문이 나오면 즉시 작성한 원고를 낭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안 교수는 원고 없이 대통령을 바라보며, 그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는 대통령의 눈을 바라보며 발표 내용의 완급을 조절했습니다. 일례로, 대통령이 미소를 짓거나 안색이 밝아지면 그의 말을 긍정하거나 관심이 있다는 표시라고 그는 판단했습니다. 이 때는 말을 느리게 하고 관련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눈이 풀어지거나 딴 데를 보면 관심이 없다는 표시이므로, 재빨리 화제를 바꿨습니다.
협상은 눈싸움이다
2000년 5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통상 장관 회담. 미 무역 대표부(USTR) 대표 '샬린 바셰프스키'와 한국 측 통상 장관은 만나자 마자 치열한 눈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여성과 한국 남성의 치열한 눈싸움은 수 분 후 한국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 후 진행된 협상은 한국이 주도했습니다. 당시 회담 참가자들은 "강철 통상 대표가 왜 한국 장관에 맥을 못 추고 무너졌는가"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회담 당시 공무원으로 통상 장관을 수행한 안 교수는 "회담의 우위는 눈 싸움이 결정했다"고 회고합니다.
하노이에서 생긴 일
안 교수는 올해 베트남 하노이 호프집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합니다. 당시 호프집에는 수 많은 종업원이 돌아다니고 있었으나, 그와 눈길을 마주치는 종업원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웬만큼 큰 소리를 치지 않고는 주문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처럼 종업원이 손님에게 눈길을 안주는 것은 사회주의의 영향 때문이라고 합니다. 안 교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상대방의 목 위를 쳐다보는 것은 결례로 여겨진다고 설명합니다. 맥주를 팔려고 종업원을 고용했는데, 손님은 쳐다 보지 않고 부지런히 다리품만 팔고 있으니 어떻게 장사가 잘되겠느냐고 그는 반문합니다.
눈싸움은 정부간 협상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유용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모친은 뻥 투기 장사를 하던 아들에게 "풀빵 하나라도 팔려면 상대와 눈을 눈을 맞춰라"고 가르쳤습니다. 이같은 가르침은 기업인으로 활동한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많은 비즈니스 협상에서 상대와 눈싸움을 하며 협상을 성공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