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판단
e-Biz마케팅과 전략 2008/03/20 12:38   http://blog.azoomma.com/hongjig/270686

생각과 판단

 

“그 때 그런 판단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이런 아쉬움을 가질 때가 있다. 특히 역사를 기록한 책들을 읽을 때면 리더가 내리는 판단에 따라 역사의 물줄기가 완전히 달라져 버리는 경우를 발견하곤 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이끄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좋은 역사책을 접하는 경험을 자주 갖는 일이 필요하다. 재미와 흥미 이외에 교훈까지 듬뿍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걸출한 문필가이자 저널리스트 그리고 역사학자를 한 사람 꼽자면 으뜸인 인물은 1928년 영국의 맨체스터 출생인 폴 존슨을 들 수 있다. 그가 쓴 책 가운데 필자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지식인의 역사>, <유태인의 역사> 그리고 <모던 타임스>이다. 특히 <모던 타임스>는 최근에 번역본이 한국에 선을 보였는데 정말 대작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떠나지 않는 한 단어는 리더의 ‘판단력’이다. 제대로 된 판단력을 갖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책을 읽는 내내 가슴에 새기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신생 국가들이 독립을 하게 된다. 그들은 정말 부푼 기대감을 안고 독립국가의 앞날을 마음껏 축하하게 되지만 그들 가운데 우리처럼 이 정도로 일어서는데 성공한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많은 나라들이 내전과 살육 그리고 쿠데타 중앙집권 계획 경제를 실시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선택은 권력을 쥐는데 성공한 리더들이 내린 판단에 의존하게 된다. 물론 그런 선택에 따른 비용을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음은 물론이다.

폴 존슨의 저서를 읽으면서 이런 판단력은 결국 리더가 가진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에 의해 크게 의존하게 된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어떤 경우든 도덕적 상대주의로 세례를 받은 리더들은 언제든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 악과 타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리더들은 당연히 잘못된 길로 국민들을 이끌었음은 물론이다. 이런 부분을 확인하면서 리더가 가져야 할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전후 이탈리아의 부활에는 1945년부터 1953년까지 이탈리아를 이끌었던 데가스페리라는 정치가가 있다. 그는 무솔리니가 압도하던 파시즘의 지배 시대에도 “파시즘의 이론적이며 실제적인 원리는 국가에 관한 기독교 개념에 반한다. 기독교에서는 개인과 가족, 사회의 권리가 국가에 앞 선다”는 주장으로 목숨까지 위협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개인보다 국가를 우위에 두는 파시즘과는 결코 타협하지 않았고 전후 이탈리아를 이끄는 리더로 부상한다.

더욱 인상적인 인물은 독일의 전후 부상을 이끌었던 콘라트 아데나워이다. 국가사회주의를 바탕으로 독일을 조직화하였던 히틀러의 해독을 제거하는데 성공하고 라인강의 기적을 가져왔던 아데나워 수상은 17년간 독일을 이끌었다. 그가 가졌던 믿음은 “국가사회주의 진정한 해독제는 개인주의이며, 공적 생활보다 사적 생활이 우선시되는 사회이고, 사회 단위로 가족이 선호되는 곳이며, 자발적 원리가 무엇보다 중시되는 사회다.”라는 점은 그가 평소에 가졌던 삶의 신념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가 집권에 성공한 다음 가졌던 1946년의 3월 첫 공식 연설에서 아데나워는 “새로운 국가는 더 이상 개인을 지배하지 않을 것이다. 각자가 책임을 지고 모든 생활을 영위해 나가게 될 것이다”는 점을 목표로 제시한다.

개인이나 리더나 간에 우리는 크고 작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런 결정들 가운데는 소소한 것도 있지만 때로는 결정 때문에 완전히 다른 길로 달려가는 그런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 결정을 내릴 때에 우리는 어떤 기준을 의존하게 되고 그런 기준은 개인이 갖고 있는 가치관과 세계관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개인의 능력에 대한 믿음, 개인적 선택에 대한 믿음, 집단주의와 계획경제에 대한 불신, 자발적인 교환 체제의 경제적 효율성과 도덕적 정당성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면 치명적인 실수를 범할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을 참담한 상황으로 몰아넣었고 앞으로도 그를 것이다.

 

공병호 칼럼 http://www.g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