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치료에 대한 환상 또는 오해
태반주사제의 적용 경로는 IV가 아니다 … 치료 초기 2주 이내에 반응 확인
2004년 6월 동경에서 일본태반의료연구회 학술대회가 열렸다. 당시 한국에서도 태반주사에 대한 열풍이 불어, 병원에 공급되는 태반주사제가 부족하던 시기였고, 일본 세미나에도 20여명의 개원의들이 참가해 발표를 하고 있었다.
이 날 세미나 가이드북 이외에 별지로 된 안내문이 배포되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40년 이상 태반 치료를 경험해 온 일본에서 태반 주사제를 처방하는 의사들에게 그 사용방법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내용이었다.
일본 태반의료연구회 이사회로부터의 알림
플라센타엑기스 주사제(멜스몬, 라엔넥)는, 건강보험에 있어 피하주사나 근육주사로만 적용돼 있습니다.
하지만, 정맥주사를 통해 쇼크라고 생각되는 증상을 보인 예가 4건 보고되어 있습니다.그리고, 회원 선생님들로부터, 환자가 정맥주사를 희망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도 들어와 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경우, 약제 부작용 구제에 적용되지 않으며, 정맥주사를 시행한 의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고로 인해, 이 정도로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법인 태반요법의, 널리 보급되려 하고 있는 현재의 흐름에 저해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상, 일본 태반의료연구회 이사회 입장에서는, 정맥주사에는 동의하지 않는 다는 것을 표명하는 바 입니다.
2004년 6월 6일
일본 태반의료연구회 이사장 Okiyama Akihiko
사무국장 Nagase Masahiko
그 당시 국내에서도 많은 클리닉에서 정맥주사로 태반주사제를 투여하고 있었다. 그것은 태반주사치료로 유명한 서울의 어떤 클리닉에서 링거 주사를 놓는 치료를 한다는 것이 전후 설명 없이 부분적으로 소문이 난 영향이 컷던 것 같다.
수 년전 비만 클리닉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어디서 이 주사를 어떻게 섞어 처방하는데 환자 많이 본다더라”라는 내용만을 도매상이나 제약사 영업사원들로부터 전해 듣고 치료를 시작하는 클리닉도 종종 있었다. 또 어떻게 치료를 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해 단순히 한 앰플을 둔부에 근주하는 것으로 치료를 하는 클리닉도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의 태반주사 치료는 치료의 한 방법으로 의사가 적극적으로 적용하면서 시작된 것은 아니고 병원 밖 특히 일반인들에게 화제가 되면서 그 열풍이 병원 안으로 들어온 형태다. 또 특별한 치료 술기나 노하우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치료가 아니므로, 그저 주사약만 구할 수 있으면 어떤 의사도 쉽게 해 볼 수 있는 치료이기에 사전 준비가 좀 적었던 점도 있다고 생각된다.
태반주사의 붐에 동참해볼까?
붐이 일고 있는 태반주사 치료가 의학적인 치료의 한 방법으로 인정 받고 자리를 잡은 상태는 아직 아닌 것 같다. 진료에 잘 적용한 사람도 있고, 마케팅 수단으로 잘 활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막연하게 따라 해 봤다 얼마 안가 손을 놓아버리는 사람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향후 태반주사제의 시장 규모가 수백억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생산에 뛰어드는 국내 제약사도 있다. 모 방송사의 인기 시사프로에서는 시중에 불고 있는 태반주사 열풍을 기사 거리로 보고 “태반주사 치료 후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한 분의 제보를 받습니다” 라는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태반주사 치료가 활성화 되는 데는 당시 활성화된 비만클리닉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태반주사가 체중을 늘릴까 주저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임상 경험을 통해 태반주사 치료 환자 중 일부에서만 초반에 약간의 체중 증가가 보이며 그런 증가도 바로 Plateau로 들어가는 정도이므로 비만치료와 병행하는 것을 금기시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보다는 마케팅 측면에서 볼 때 비만 치료 대상 환자군, 미용 치료 환자군이 태반치료 Needs를 가진 군과 많이 일치하기 때문에 쉽게 태반주사 치료로 유도할 수 있었던 점이 있다.
태반클리닉을 표방하는 개원가 중에서는 고가의 태반화장품, 고액의 태반건식을 다루기도 한다. 재벌그룹 총수가 스위스 라프레리 클리닉에서 맞았다는 수 백만원 짜리 태반 주사도 국내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국내 생산 태반주사제가 공급되면서 불투명한 원료 수거과정이나 생산라인에 대한 염려 등을 주위 의사들에게 많이 들었다. 일본에 비해 태반주사제의 연륜이 짧고 태반 처리에 대한 제도가 다른 탓에 생긴 염려지만, 국내 생산 업체들이 법률적인 규정만 만족시켰다고 되는 것은 아니며, 의학적인 관점에서뿐 아니라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도 안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안전장치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열풍속에서 개인적으로는 “과연 개원가 의사들에게 태반주사는 돌파구가 될 것인가? 혹시 일시적인 거품은 아닐까?” 라는 의문을 자주 갖는다. 어떤 도구던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반주사는 그런 점에서 더욱 잘 다뤄져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사제 자체의 효능과 효과에 대한 부분은 일정 부분만 학문적으로 알려져 있고 아직도 연구할 부분이 많다. 그래서 쉽게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에 그 사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태반주사의 일반적인 적응 대상
가장 대표적인 태반주사의 적응증으로는 간기능 개선, 갱년기증상의 완화, 두 가지가 약제에 대한 적응증으로 허가돼 있다. 그런데 현재 임상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태반주사 치료의 적응증은 만성피로의 개선, 갱년기 및 노화방지, 피부 미용, 등이 먼저 언급되고 있어, 소위 웰빙(Well being) 목적의 비급여 치료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태반주사의 피로 회복 효과는 태반주사에 들어있는 간세포 증식인자에 의해 간기능이 개선되고, 몸 자체의 면역력과 활성도가 향상된다는 점을 그 기전으로 설명하고 있다. 대체로 원인을 찾지 못하는 체력저하나, 노화 현상을 심하게 느끼는 경우나, 건강은 별 문제가 없으나 몸이 차거나 손발이 저리거나 피부가 거칠어지는 경우나, 빈번한 술자리로 몸의 각 기능이 저하되는 느낌을 주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에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간염 환자의 경우에는 치료 중에 간기능 수치가 좋아지는 변화를 볼 수 있다.
갱년기 장애를 완화시키는 기전으로 설명되는 것은 태반주사제의 내분비 조절작용이다. 태반주사제는 호르몬의 자연 생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면역강화작용, 활성산소 억제작용을 통해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킨다고 한다. 갱년기에 접어들지 않은 연령대에서 마치 갱년기 증상과 유사하게 호소하는 갱년기전 장애에 대해서도 태반주사 치료로 인한 증상의 개선을 본다고 말하고 있다.
피부에서 미백 및 보습 효과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태반주사제가 피부에서 멜라닌색소가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고 만들어진 멜라닌 색소의 배출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피부의 칙칙함이 없어지고 기미가 차차 엷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하는데, 대개 태반주사 치료가 3~4회 정도 반복되면서 화장이 잘 받는다는 느낌을 말하는 환자들이 많다. 태반주사제 성분의 항산화 작용은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 산소를 제거하고 피부의 세포분열 능력을 높여서 피부의 촉촉함과 탄력을 가져오며 주름과 건조함을 개선시킨다고 하며 이런 효과 때문에 아토피나 알러지 같은 피부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적용하시는 분들도 있다.
태반주사가 미용목적 치료가 아닌 통증치료를 위한 약으로도 사용이 되고 있지만, 약제의 공급이 부족하고 질병치료에 있어서는 진료수가의 제한이 있는 탓에 아주 일부에서만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임상에서 만나는 곤란한 상황들
이런 잘 알려진 반응 이외에 임상에서 만나게 되는 어려움은 보편적이 아닌 반응을 호소하는 환자를 만나게 되는 때다. 태반주사 치료를 하다 보면 간혹 반응이 전혀 없는 환자를 보게 되거나,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거나 신체적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를 만나기도 한다. 반응이 없는 환자에서는 주사 간격을 좁혀 1주 정도의 단기간 집중적으로 반복 주사를 하거나, 주사 용량을 변화시켜야 한다.
만일 타 클리닉과의 가격 경쟁을 목적으로 비급여 진료 수가인 태반주사 치료 수가를 너무 낮게 책정하면 진료 결과에 불만족 상태인 고객이 발생했을 때 환자에게 돈을 더 내고 주사 용량을 늘려 맞으라고 권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태반 치료에 대한 신뢰와 의사에 대한 믿음이 다 망가지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치료 시작 용량이 1~2 앰플인 경우에는 치료 기간 중 초기 2주 이내에 치료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고 개인별로 용량을 조절해 줘야 한다. 용량의 증가가 필요한 환자가 꽤 될 것이므로(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처음부터 5앰플씩 주사를 할 필요 없다) 초기에 병원의 태반주사 치료 진료 수가를 정할 때는 원가 증가의 리스크를 감안한 진료수가가 책정해야 할 것이며, 진료수가가 주사제의 용량과 상관 없이 항상 일정한 수가를 유지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할 것으로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