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원생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월간 "전원속의 내집" 신년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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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도 없이 수시로 피부를 긁고, 몸 여기저기 붉은 발진이 일어나는 아이. 깨어 있을 때는 겨우 겨우 참아보지만 잠결에 딱지를 긁어 기어이 침대 시트에 피를 묻히고 마는 아이. 아토피 피부염은 증상을 겪는 아이와 그것을 바라보는 부모 모두의 고통이다. 결국 유해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온 가족이 전원생활까지 단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원생활을 통해 자연치유의 방법으로 아토피를 이겨내려는 방법,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1. 아토피란 무엇인가?
아토피(atopy)란 1923년 Coca와 Cooke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이상한’ 또는 ‘부적절한’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흔히 태열이라고 부르는 유아습진으로 시작하여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경과를 밟으며, 자각증상으로 심한 가려움을 호소하는 대표적인 알러지성 피부질환이다.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과 발병기전은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으며 대개 알러지 비염, 천식 등의 다른 아토피 질환의 과거력 혹은 가족력을 동반하고, 발병 시기에 따라 특징적인 병변의 형태와 분포 양상을 보인다.
2, 아토피 환자의 특성
아토피 환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피부가 굉장히 예민하다는 것이다. 즉, 아토피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아주 사소한 자극에 의해서도 가려움이 발생된다. 또한 늘 가렵기 때문에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며, 깨끗하지 못한 피부로 인한 자신감의 상실로 소극적이며 내성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알러지를 유발하는 음식의 섭취가 제한됨으로 인해 또래에 비해 성장 발육이 떨어져 있으며, 만성 피로와 함께 심한 가려움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로 학업 성취도가 낮다.
3. 아토피와 주거환경 간의 역학관계
최근 웰빙 (well-being) 열풍과 함께 ‘휘발성 유기화합물 (VOC)’과 ‘새집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림으로 인해 실내 공기 오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한편으론 생활 형태의 변화와 함께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주거 환경의 고급화에 대한 요구도 또한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건축자재를 사용하기 보다는 대량 생산 체제로 인한 효율적인 건축 활동이 가능한 신소재의 사용빈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이들 신소재들로부터 방출되는 화학물질들의 종류와 양은 점점 더 많아지는 반면 건축물의 단열 강화에 따른 환기부족으로 주거환경 내에서 유해 물질에 피부가 노출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요인도 근래에 아토피 환자들의 수가 많아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진다. 즉,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아토피 환자들은 여러 가지 외부자극에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러한 화학물질들에 노출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아토피가 나타나거나 기존의 아토피 증상이 심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서구화된 생활양식에 따른 침대와 (천)소파, 커튼, 카펫 등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모두 아토피 피부염의 흔한 악화 요인인 집먼지 진드기의 좋은 서식처이다. 이밖에 실내 온도는 높은 반면 습도는 낮은 실내 환경도 아토피를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4. 아토피 환자가 전원생활을 할 경우 장, 단점
최근 아토피 치료를 위해 시골 살이를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는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과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아토피 증세가 완화되었다는 사례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심심치 않게 소개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생업이 있는 도시를 버리고 시골 살이를 결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개중에는 시골로 이주한 후 오히려 아토피가 더 심해진 사람도 있다. 이는 조용한 환경, 느긋한 생활방식,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싱싱하고 오염이 덜된 먹거리 등은 아토피 증상의 호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반면 낯설고 불편한 생활환경 및 새로운 인간적인 관계 형성 등의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아토피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에서보다 꽃가루나 동물 털에 노출될 빈도가 높아지는 것 또한 전원생활에서 아토피가 악화되는 한 요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서구화, 산업화, 도시화된 사회에서의 아토피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높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전원 혹은 농촌 생활은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5. 아토피 환자를 위한 건축물이 갖춰야 할 요건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가급적 피부에 유해한 화학물질의 방출이 없거나 적은 친환경적인 천연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고, 더불어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실내 오염 물질의 농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채광과 환기가 충분히 잘 이루어지는 구조를 지녀야 할 것이다. 또한 정서적으로 예민한 아이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내장제의 색상 선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고, 더불어 먼지가 잘 발생하지 않는 재질의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집먼지 진드기가 살 수 있는 카페트나 두꺼운 커튼, 페브릭류, 천소파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 이성훈 피부과 전문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