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을 해야할까?
문현경 / 단국대학교
최근의 신문이나 방송의 보도를 보면 채식을 주로 파는 식당이 영업이 잘된다고 한다. 더구나 얼마 전에는 한 방송매체에서 채식이 얼마나 건강에 좋은가 하는 내용이 프로그램으로 나간 후 수퍼마켓에 채소가 동이 났다는 이야기와 함께 한참동안 채식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었다. 이런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해야하나 한번쯤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여기서는 채식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서술하여, 다른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판다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여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 왜 채식에 대한 논쟁이 나왔을까?
우리 나라는 사실 이삼십년 전만 해도 무엇을 얼마나 먹을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먹을 것이 부족했기 때문에 충분한 먹을 것이 있나 없나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아니 인류전체가 지구상에 살아온 이래 얼마 전까지 기아를 걱정하면서 살았다. 먹을 것에 대한 이런 풍요는 갑자기 생긴 현상이다. 물론 아직도 이 지구상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 영양 부족인 인구가 더 많기는 하다. 이렇게 인류가 지구상에 살아온 이래로 기아에 허덕였기 때문에 우리 신체는 이 기아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아니 이렇게 진화하지 않은 종족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져서 먹을 것이 풍부해지자, 기아에 대처하는 능력, 즉 먹고 남은 에너지나 영양소를 저장하는 능력이 도리어 문제가 되고 있다.
보통 먹을 것이 풍부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나라에서 경제상태가 좋아져야한다. 세계적인 통계를 보면 경제가 좋아지면서 설탕과 지방의 소비가 증가하게 된다고 한다. 미각적으로 설탕의 단맛과 지방의 부드러운 맛을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경제가 풍부해지면서 생산하는 돈이 많이 들어서 가격이 비싼 육류의 소비가 증가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경제가 풍부해지면서, 설탕, 지방, 육류의 소비가 증가하게되고, 보건환경은 좋아져서 평균수명은 길어지게 되었다. 평균수명은 길어지고, 먹을 것은 풍부해지고 에너지와 영양소의 저장능력은 좋은 상황이 된 것이다. 지금 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상황이 온 것이다. 그 결과 인류는 과거에는 없던 비만과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나라마다 증가하는 속도나 선호하는 식품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건강문제에 있어서는, 그 정도는 다르나 나라마다 비슷한 상황을 가지게 된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이 건강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연구한 결과, 결론을 확정 지을 수는 없으나,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고, 육류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 좋다는 비슷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는 이런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 생기고 있으므로 과거의 식생활에 대한 향수, 또 농경사회였던 과거의 우리 나라는 채식을 주로 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신선이나 고승들이 채식만 했다는 것이 채식이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 같다.
현재의 건강문제, 학술적인 연구결과, 과거의 우리의 식생활이나 우리의 믿음 이런 것이 합해져서 채식이 좋은 것으로 부각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채식을 하기 위해서는 육류를 비롯한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아야 되는데, 현재 우리 나라나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육류 소비의 증가가 일으키는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 육류 소비 증가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리 나라의 국민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1969년도에 국민 1인당 육류섭취량은 6.6g, 총동물성 식품 소비량은 32.0g으로 총 식품소비량 1,056g의 3.0% 였다. 약 30년 후인 1998년의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자료에 의하면 육류섭취량은 69.0g, 총 동물성 식품은 247.5g으로 총 식품섭취량 1290.0g의 19.2%를 차지하고 있다.
이 통계만 보아도 30년간 우리 나라 국민은 육류 섭취를 10배이상 증가시키고 총동물성 식품은 양적으로나 전체 식품섭취에서나 6배이상 증가시킨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증가된 육류의 소비는 무엇이 문제인가 살펴보면 소비한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 환경문제, 식품분배와 관련된 문제 등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살펴보자. 물론 우리 나라는 그 동안 육류 섭취 증가 이외에도 곡류섭취의 감소, 지방섭취의 증가등 식생활의 다른 요인들도 변화하면서 우리의 건강문제는 지난 30년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는 우리 나라의 주요 사망원인은 과거와 같이 폐렴이나 결핵 같은 감염성 질환이 아니라, 순환기계 질환이나 악성 신생물에 의한 사망, 즉 만성퇴행성 질환에 의한 사망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고혈압, 당뇨병, 비만등 관련 질환들의 유병률이 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식생활 변화를 격은 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식생활이외의 다른 요인들도 변화가 많았기 때문에 식생활만을 원인으로 할 수는 없으나 이런 심각하고 변화된 건강문제를 일으킨 중요한 위험 요인의 하나 임에는 틀림없다.
두 번째로 식품분배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육류를 소비하기 위해서는 동물을 길러서 인간이 섭취해야한다. 동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료를 먹어야 한다. 과거에 가축의 수가 적을 때는 방목이 가능해서 들판의 풀이 사료였으나 이제 가축의 수의 증가로 그것은 불가능해졌다. 보통 사료는 곡물을 길러서 사용하는데, 인간이 이 곡물을 사료로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섭취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먹고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태양열 1000cal를 이용한다면 옥수수 100cal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것을 사람이 옥수수로 섭취한다면 옥수수 100cal를 섭취해서 10cal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옥수수 100cal를 돼지가 먹는다면 돼지고기 10cal를 생산해내고, 이것을 사람이 섭취한다면 1cal정도 사용하게 된다. 즉 돼지고기로 먹는다면 옥수수로 그냥 먹는 것 보다 그 사용 가능 에너지가 십분의 일로 줄어드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의하면 이 지구상에는 전세계에서 55,000명 정도가 매일 배고픔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이중 2/3가 어린이이다. 또한 3백만의 신생아가 출생 일주일만에 죽고 있다. 이렇게 배고픔과 이로 인한 영양결핍은 직접적인 죽음과 생산적인 생활을 못하게 할 뿐 아니라, 평균수명을 짧게 하고, 질병의 만연을 가져오고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세계 인구의 20%가 전체 지구상의 식량의 80%를 소비하고 있다. 육류 소비의 증가는 이 불균형을 점점 더 심각하게 할 것이다.
육류 소비를 감소한다면 가축을 기르기 위해서 사용되는 곡물이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상의 다른 사람의 훌륭한 식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경 문제를 생각해보자. 현재 이 지구상에는 사람들이 도시를 형성해서 도시에 모여 살고 있다. 물론 도시이외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있으나 산업이 발전하고 경제가 좋아진 나라일수록 도시에 사는 인구의 비율이 높다. 이렇게 도시의 인구가 많아지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먹는 식품 중 되도록 신선할 수록 좋은 것들은 대부분 도시 근교에서 농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가축들이 도시 근교에서 대부분 사육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가축을 대규모로 좁은 공간에서 사육하는 경우 가축이 먹어야하는 물 문제와 가축의 배설물로 인한 수질오？m, 환경오염이 문제가 된다. 소규모의 가축을 넓은 지역에서 방목하던 때는 가축이 먹는 물이나 배설물의 자연의 자정능력으로 다 해결이 가능했으나, 이렇게 대규모로 하는 경우 또 도시 근교에서 하는 경우 도시 자체가 일으키는 오염과 함께 그 문제가 심각하게 된다.
◈ 채식의 문제는 무엇인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육류소비의 증가는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육류를 전혀 소비하지 않고 채식만 하여야 할까? 그렇지만 채식만 할 경우, 식품의 소비를 잘 하지 않는다면, 영양학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실제 많은 연구에서 채식만 하는 경우 단백질의 필수아미노산 부족이나 비타민B12나 비타민D, 칼슘, 아연의 부족이 보고된 바 있다.
인간이 성장과 생명유지 아니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영양소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들은 많은 부분이 우리 신체에서 우리가 먹은 식품중의 영양소들에서 변화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일부 영양소들은 그것이 불가능해서 반드시 식품으로 섭취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 영양소들을 필수영양소라고 한다.
우리가 먹는 단백질은 여러 가지 아미노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의 9개의 아미노산은 반드시 식품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또 이들은 저장도 되지 않아서 매일 공급해주어야 한다. 이 9개의 아미노산을 필수아미노산이라 한다. 육류, 계란, 우유 같은 동물성 식품에는 이 필수아미노산이 충분히 들어 있다. 이 아미노산들이 충분히 있어야만 우리 몸이 적혈구를 생산하거나 효소를 만드는데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을 포함한 완전 단백질을 공급해 줄 수 있다. 물론 채식을 해서도 필수아미노산을 공급해 줄 수 있다. 식물성 식품에는 이 필수아미노산들이 동물성식품같이 한가지 식품에 모두 들어 있지는 않으나, 다른 식품에 있는 아미노산들이 서로를 보완 해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두부 같은 콩류와 쌀밥, 옥수수와 콩류, 토틸라 같은 밀가루 음식과 강낭콩, 빵과 그린피수프 같은 것은 아주 좋은 예이다. 그래서 식품을 잘 조합해서 먹으면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을 충분히 먹을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 문제가 될 것이다.
비타민B12는 동물성 식품에만 소량들어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영양소가 부족하면 적혈구 생성에 문제가 되므로 소량 필요해도 우리가 살아가는데는 꼭 필요하다. 비타민B12는 일부 해조류, 발효된 콩식품, 우리 나라는 된장에 소량 들어 있어서, 채식만을 하는 경우 이런 것을 반드시 자주 섭취해 주어야만 한다.
비타민D의 경우도 들어 있는 식품이 별로 없고 소량 들어 있으나 우리 나라의 경우 충분한 햇빛을 쬘 수 있어서 우리 몸에서 필요한 비타민D를 얻을 수 있다. 단 도시의 경우 공기오염으로 인한 일조량의 감소, 실내 생활로 인한 일조량의 감소는 채식만을 하는 경우 비타민D의 부족을 가져올 수 있다.
채식만 하는 경우 칼슘의 섭취도 문제가 된다. 식물성식품 중 푸른 채소에는 칼슘이 많이 들어 있으나, 우리 몸에서 이용하기 어려운 형태이므로 충분한 양을 섭취해주어야 한다.
또 하나 염려되는 영양소로 아연이 있다. 식물성 식품에 있는 아연도 우리 몸이 이용하기 어려운 형태라 섭취에 주의를 해야하는데, 아연은 도정하지 않은 곡류나 견과류 등에 있어서 이런 것들을 충분히 섭취해 주어야 한다.
◈ 채식을 하는 요령
채식을 하는 경우 위에서 본바와 같이 건강을 위해서 영양상 주의할 점이 많아 미국의 영양사 협회에서 그 지침을 만들어서 여기에 그것을 간단히 소개하겠다.
| 1 |
ㆍ다양한 식품을 선택하라.
ㆍ도정하지 않은 곡류, 채소, 과일, 콩류, 견과류를 포함하고, 원한다면 유제품이나 계란을 포함하라. |
| 2 |
ㆍ도정하거나 정제하지 않은 식품을 자주 선택하고, 당도가 높거나, 지방이 많거나, 심하게 정제된
식품의 섭취를 최소화하라. |
| 3 |
ㆍ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선택하라. |
| 4 |
ㆍ만약 유제품이나 계란을 먹는다면, 저지방 제품을 선택하라. 치즈나 다른 고지방 식품과 계란들을
식사에서 되도록 제한해야 한다.
- 왜냐하면 이 식품 속의 포화지방과 이들을 자주 사용하는 경우 식사에서 식물성 식품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
| 5 |
ㆍ채식만 하는 사람은 비타민B12의 정규공급원을 식이에 포함해야하고, 햇빛을 충분히 못 쬐는 경우
는 비타민D의 공급원도 있어야 한다. |
| 6 |
ㆍ2살 이하의 어린이는 식이지방의 섭취를 제한해서는 안된다.
이보다 나이가 많은 어린이의 경우 불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예: 견과류, 견과류로 만든 버터, 아보
카도, 식물성기름)을 영양소필요와 에너지 필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포함해야 한다. |
◈ 누가 채식을 해야 할까?
채식에서 생길 수 있는 영양상 문제와 채식의 요령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채식을 잘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식품선택을 잘 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요령을 다 숙지하고 식품선택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채식을 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은 바쁜 현대 사회에서 이렇게 다 신경을 쓰면서 먹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실제 우리가 필요한 필수영양소의 경우, 소량의 육류, 동물성식품으로도 우리가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공급이 가능하다. 어떻든 채식을 많이 하는 것이 우리 몸에 좋고, 필요한 필수 영양소도 손쉽게 얻어야 하므로, 건강을 유지 증진하기 위해 채식을 많이 하고 약간의 육류 섭취를 권장하고 싶다. 그렇다면 육류의 양이 문제가 될수 있는데, 완전한 채식의 대안으로, 주로 채식을 하지만 소량의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을 보통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건강한 일반 성인이라면 우리 선조들 처럼 명절 때나 제사 때 생일날 고기 좀 먹고, 보통때는 고기국 먹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나, 한가지 덧붙인다면 성장하는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채식으로 충분한 영양소를 공급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성장을 위해서 완전한 채식보다는 육류의 소비가 너무 많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채식만으로 인간은 충분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단 조건은 채식이든 아니든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필수영양소를 골고루 공급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