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건강: 건강한 노년이냐, 병든 노년이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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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건강: 건강한 노년이냐, 병든 노년이냐? 기대수명의 연장과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촉발되는 고령화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대비하기 쉽지 않은 불안한 미래와 직결된다. 이러한 가운데 여성노인들은 수적으로 남성의 1.5배(2003년: 남 156만명, 여 241만명)나 되면서 길고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산다는 점에서, 여성의 노후생활은 빈곤 뿐 아니라 건강의 관점에서 커다란 관심이 모아져야 할 사회적 이슈이다.
분명 '길어진' 여성의 생애에서 '짧게' 산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이미 희박해졌고, "건강한 노년인지, 병든 노년인지?"의 선택만 남았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여성은 평소 어떠한 건강생활을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인가?
1. 평균수명 vs 건강수명 한 국가나 사회의 건강수준을 평가하는 전통적 지표인 '평균수명'(life expectancy at birth)은 새 생명이 태어난 0세를 기준으로 향후 기대되는 여명을 말한다. 한국여성의 평균수명이 1999년 기준시 79.2세라는 뜻은 그 해에 태어난 여아의 출생시 기대되는 여명이 79.2년이라는 말이다.
그러면 1999년 기준시 65세인 여성노인은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게 될까? 평균수명 79.2세에서 현재의 나이 65세를 뺀 14.2년의 생이 더 남아있을까? 그건 그러하지 않다. 생명표에 의하면 이미 65세까지 생존한 여성은 이 시점에서 18.0년의 여명이 기대된다. 즉, '99년에 태어난 평균적인 한국여성보다는 확률적으로 4년 정도 더 오래 산다는 계산이다. 태어나서 1년이라도 생존하였다면 이미 평균수명보다 길게 사는 것이고, 더욱이 65세까지 생존하여 노인이 되었다면 흔히 말하는 평균수명보다 훨씬 긴 생애를 산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20세기 인류가 이룬 최대의 성과인 인간의 장수가 보편화되면서, 우리의 관심은 "단순한 수명의 길이 그 자체보다 질병이나 장애 없이 건강하고 활력 있게 사는 수명의 길이"에 모아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2000년이래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발표하는 191개 회원국의 '건강수명'(HALE : healthy life expectancy)이다.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장애로 인하여 건강을 잃은 기간을 통계적으로 계산하여 뺀 기간을 말한다. "길어진 인간의 수명은 더 이상 '양'이 아니라 '질'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21세기적인 새로운 '삶의 질' 지표이다. 다시 말하여 이 지표는 '오래 사는 것' 이상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WHO 통계에 의하면, 2001년 기준시 한국여성의 건강수명은 70.3년이다. 78.7년의 생애에서 건강수명을 뺀 8.4년간 즉, 생애의 10.6%는 각종 질병이나 장애와 동거하면서 불건강하고 무력한 삶을 사는 것이 한국여성의 보편적인 모습이다(표 1, 그림 1). 〈표 1〉한국인의 평균수명에 대한 건강수명 비율: 2001년 추정치
주: 1) 통계청 발표 평균수명과 WHO 추정치 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음. <그림 1> 한국인의 성별 건강수명 및 불건강수명 비교
2. 선진국 여성, 얼마나 건강한가? 과연 선진국 여성들은 얼마나 건강한 수명을 누리는가? 세계에서 가장 긴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을 누리는 민족은 남녀 불문하고 일본인이다. 일본여성은 2001년 기준시 84.7년의 생애를 통하여 75.8년간의 건강수명을 누리는 것으로 추정된다(표 2, 그림 2). 즉, 일본여성은 한국여성보다 5.5년은 더 긴 건강수명을 누린다고 하겠다. 같은 동양여성이지만 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일본 다음으로 여성의 건강수명이 긴 나라는 프랑스 73.5세, 독일 72.2세 등이다. 그런데 미국여성은 오히려 한국여성보다 건강수명이 1.5년이나 짧은 68.8세 정도이다. 미국은 GDP의 13% 이상을 국민의료비로 지출하여 세계에서 가장 의료비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로 기록되지만, 건강수명으로 비교되는 미국인의 건강수준은 세계 2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즉, 고비용의 미국식 의료가 미국인의 높은 건강수준으로 이어지지 않는 셈이다. 이는 전 미국인을 포괄하는 의료보장제도를 갖추지 못한 채, 민간보험에 의존하는 미국식 의료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표 2〉각국민의 건강수명 비교: 2001년 추정치 (단위 : 년)
자료: WHO, The World Health Report 2002: Reducing Risks, Promoting Healthy Life, 2002. <그림 2> 각국여성의 건강수명 비교
3. 여성들이 주로 앓는 질환과 건강문제 평균적인 한국여성은 남성보다 7.5년을 더 생존하면서 78.7세의 수명을 더 누리지만, 이중 건강한 수명은 70.3년으로 생애의 89.4%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여성의 생애에서 나머지 10.6%에 해당하는 8.4년은 질병 속에서 고통스럽게 지내는 셈이다. 불건강한 수명이 남성보다 1.7년 더 길며, 전 생애에 걸친 비율 상으로도 1.2%p 더 높다. 수명에 관한 남녀의 차이는 염색체 구조 등 아직도 베일에 싸여있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성의 불건강한 수명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긴 까닭은 명백하게 월경·임신·출산 등 여성고유의 생식건강문제(reproductive health), 가사·육아 등 성 역할의 차이에서 오는 건강상의 부담, 열등한 여성의 지위와 연관된 성 차별적 보건의료이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여성의 건강권이 저해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여성들은 일생을 두고 쌓인 질병부담 때문에 노년기에 많은 질병과 장애로 고생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는 만큼 안전한 것이 '성과 피임'이지만, 가임기 한국여성은 연간 100만건 내외로 추정되는 인공임신중절로 엄청난 건강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또한 의료공급상의 왜곡 등으로 40%에 이르는 '세계 최고'라는 제왕절개분만율의 폐해 속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여성건강의 실상이다. 반면, 조기에 건강위험을 발견할 수 있는 건강검진율은 여성의 경우 대개 직장생활을 하는 남성에 비해 크게 낮다.
중년기에 이르면, 남성보다 유병률이 2.5배에 이르는 근골격계질환으로 인하여 여성 2명중 1명이 관절염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스트레스 인식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신·행동장애 유병률(2.8%)도 중년여성에서 가장 높다. 건강생활에 대한 인식부족 등은 여성 3명중 1명 이상이 비만(표준체중백분율에 의한 비만도 120 이상)이라는 위험신호로 나타난다. 따라서 "자신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비율 역시 40%로 남성(23%)에 비하여 크게 높다.
노년기에 이르면, 평균적으로 여성노인 10명중 9명은 한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으며, 1년중 한달 반은 활동장애상태에 있는 불편한 삶을 살게 된다. 수적으로는 대개 여성노인의 16% 정도가 주요활동에 제한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여성노인의 활동제한은 60% 정도가 근골격계질환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데도 약 15%의 노인은 혼자 살고 있는 것이 또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이와 같이 시기별로 고유한 건강문제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모든 여성이 명심할 점은 "여성은 남성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며, 앉아 지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20세 이상 한국여성의 71%는 전혀 운동을 하지 않아, 남성(55%)보다 동 비율이 16%p나 높다('98 국민건강·영양조사). 움직이기 싫어하는 성향은 비단 한국여성 뿐 아니라, 미국여성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인의 40% 정도가 여가시간에 운동을 하지 않으며, 여성들이 남성보다 앉아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한다(미 보건복지부, 2002). 일반적으로 비활동적인 사람은 신체활동이 많은 사람보다 수명이 짧고, 관상동맥심장질환 발병가능성이 2배나 높다고 한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이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비만증 등의 질병위험 뿐 아니라, 불안·우울증 등 정신건강위험도 감소시키며, 임산부에게는 사산아·미숙아·장애아의 발생위험도 줄인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4. 건강한 노년이냐, 병든 노년이냐? 주위를 돌아보면 아픈 노인, 특히 아픈 할머니 천지이다. "과연 나는 건강하게 노년을 맞을 수 있을지?" 불안한 미래가 걱정스럽다. 그러나 "건강한 노년이냐, 병든 노년이냐?"의 선택은 타고난 때문도 우연한 현상도 아니며, 질병을 예방하고 자신의 건강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하여 평소에 건강한 생활습관(healthy behavior)을 철저히 실천한 결과라고 하겠다.
여성 개개인이 생애주기별로 다양한 여성의 건강문제를 염두에 두면서, 건강할 때 자신과 가족건강을 지키고 증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health empowerment), 적절한 식생활·규칙적인 운동·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한 건강생활을 실천하면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건강위험을 줄여나간다면, 활력 있는 노년의 삶을 위한 최상의 축복인 건강수명을 누리게 되지 않겠는가? '인생 80'의 여성수명이 현실로 다가오지만, 중풍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거나, 당뇨병에 걸려 눈이 멀고 발을 절단하고, 이렇게 팔십 구십까지 산다면 축복이라 할 수 있을까? 이따금 보도되는 버려진 채 죽어간 치매 할머니의 비극이 이를 말해 준다.
여성이 남성보다 8년정도 더 오래 산다고 해서 여성의 노후는 불건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1세기 지구촌이 직면한 최대 충격인 고령화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오늘을 사는 한국여성 모두가 "오래 산다고 해서 노년기에 장애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UN 인구기금보고서(2000)의 의미가 곧 자신의 삶을 통하여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건강위험은 줄이고, 건강수명을 늘리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