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빼기가 「다이어트」는 아니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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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빼기가 「다이어트」는 아니지요 박인화 / 국회사무처 예산분석관, 보건학박사 1. [다이어트](diet)란? '다이어트'란 말을 들으면 당신은 무슨 생각이 듭니까? 그러나 사전을 찾아보면 다이어트의 첫 번째 뜻은 "일상의 음식물"이다. 그래서 건강한 식습관의 기본인 균형식을 'Balanced Diet'라고 한다. 그 다음 뜻이 "환자치료나 체중조절을 위한 식이요법"이다. 예를 들면 심장병환자의 무염식(salt-free diet), 체중조절을 위한 저칼로리 식사(low-calorie diet), 고섬유식(high-fibre diet) 등이 그것이다. 즉,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 자신이라고 할 때, 어떤 이유로 무엇을 먹건 당신이 먹는 그것이 '다이어트'이다. 이와 전혀 달리 덴마크, 스웨덴, 일본에서는 '의회'를 'Diet'라고 한다. 어쨌든 다이어트의 의미는 다소 야누스적인 두 얼굴을 지니고 있지만, 오늘날 한국사회는 다이어트를 '살 빼기'의 동의어쯤으로 인식하고 있다는데 누구도 부인하지 않으리라. 그런데 해마다 새 해를 맞을 때, 언론사들은 "당신은 올해 무엇을 가장 소망하십니까?" 라는 질문을 통하여 우리 국민의 마음을 예측한다. 뉴 밀레니엄이라고 설레었던 2000년대에 들면서 한국인의 삶에서 크게 달라진 면모라면, 이 질문에 '건강'이라 대답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외환위기의 암울하였던 터널을 지나면서 돈이 제일이라 할 법도 한데, 2000년에는 건강에 대한 소망이 36%로, 부자가 되고 싶은 희망 9%를 크게 앞질렀다. 2003년에는 53% 즉 2명중 1명 이상이 건강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응답하였다. 21세기 들어 한국인의 삶에서 중요한 것으로 대두된 가장 대표격이 건강인 셈이다.
이렇게 간절히 건강을 소망하면서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순간순간 선택하고 실천하는 생활습관은 어떠한가? 흔히 건강의 5대 위험요인으로 흡연·음주·잘못된 식습관·운동부족·스트레스를 꼽는다. 그런데 실상을 살펴보자.
정부가 매3년마다 발표하는 [2001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의하면, 20세 이상 남성흡연율이 62%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남자음주자의 2/3 이상이 중등도 음주량(moderate drinking) 이상, 즉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1회 음주시 소주 5잔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21%는 아침식사를 거르며, 29%가 하루 3끼 중 1끼를 거르고 있다. 20세 이상 성인 4명중 3명은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12세 이상 인구의 35%는 평소 스트레스가 높다고 인식하면서 살고 있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해마다 수만건의 '지방흡입술'이 이루어지며, 시술여성의 90%가 20∼30대 여성이라고 한다. 먹는 비만치료제 '제니칼' 복용자도 절반이 젊은 여성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겹친 건강 악재 중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한국여성의 흡연율이 5%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는 사실이다. 물론 다소간의 상승세가 우려되기는 한다.
3. 여성은 '다이어트' 중 서울시가 발표한 [2001년도 서울시민 건강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여성의 37.2%와 남성의 20.8%가 체중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1). 특히 20대 여성은 48% 즉,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체중을 줄이고자 한다. 40∼50대 여성도 33∼35% 정도가 체중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표 2〉에서 보듯이 과체중자 비율은 남성(22.3%)이 여성(13.6%)보다 8.7%p 높지만, 체중감소를 위해 노력하는 인구비율은 오히려 여성이 남성보다 16.4%p나 높다는 엇갈린 양상을 보인다. 여성의 연령층별로 과체중자와 체중조절실태를 비교하면, 과체중자 비율이 낮은 저연령층에 속할수록 체중감소노력자 비율은 더욱 높다. 특히 20대 연령층에서는 과체중자 비율이 3.8%로 가장 낮지만, 체중감소노력자 비율은 48.1%로 가장 높아 극단적인 대비를 이룬다. 다소 비약하면, 10대와 20대 여성 2명중 1명은 '다이어트' 중이다. 30대 여성도 5명중 2명꼴이다.
그러나 과체중자 비율이 4명당 1명꼴로 높아지는 50대를 지나, 여성 10명중 3명이 과체중자인 60대에 들면, 즉 노인이 되면 체중감소노력자 비율(60대 23%, 70대 9%)이 과체중자 비율(60대 28%, 70대 20%)보다 오히려 낮아진다. 그래서 가장 흔하게 한국여성을 괴롭히는 관절염 등의 만성질환관리에 적신호가 켜지게 된다. 통계가 이렇게 대비된다면, 체중조절이란 건강을 위한 '적정체중관리'가 아니라, 오직 젊은 시절 '미모'를 위한 '살 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표 1〉15세 이상 서울시민의 성별·연령별 체중조절실태 (단위: %)
자료: 서울특별시·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시민의 보건의식행태}, 2002. 6. 〈표 2〉15세 이상 서울시민의 성별·연령별 과체중자(BMI1) 25 이상) 비율 (단위: %)
주: 1)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 체중(㎏) / 신장2(㎡) 〈그림 1〉서울여성의 연령별 과체중자 및 체중감소노력자 비율
4. [80 평생] 여성건강, 균형 갖춘 [다이어트]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사회와 여성 자신이 건강을 위하여 관심을 가져야 이슈는 무엇일까? 필자는 지금 이 시점에서 "올바른 다이어트 즉, 균형 갖춘 식습관"을 말하고 싶다. "젊은 여성들에게 거센 다이어트 열풍", "다이어트를 권하는 사회" 등의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사회적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하여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는 '살 빼기' 작전에 우리 각자가 얼마나 중독되어, 불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서 어떤 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취월장 커지는 사교육 시장 다음으로 한국사회에서 번성하는 분야가 다이어트 시장이라고 한다. 깊이 생각하고 반성해볼 대목이다. 한 경제연구소는 미모(美貌) 미관(美觀) 미담(美談) 미품(美品)을 포함하는 국내 뷰티산업의 총 시장규모(2001년)를 26조 4천억원으로 추정하였다. 이중 '미모' 즉, 아름다운 신체와 관련된 사장규모는 다이어트 1조원, 미용성형 5천억원, 화장품 5조 5천억원이다. 과거 억눌려왔던 획일적인 지배체제에서 벗어나 '자기표현'을 숭상하는 뷰티(美)에 대한 욕구분출이라고 할까. 비만치료제가 다이어트 약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편법으로 구입하려는 '살 빼기 약 소동'이 일어나고, 어느 개그맨이 판촉한 얼굴을 조여주는 '땡김이'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니, 다이어트에 보이는 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에 관한 우리 사회와 여성의 바른 생각, 바른 실천이다. 자기 존중감이 낮은 사람은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자신의 부정적 면이나 약한 점을 숨기면서 군중심리에 쉽게 부화뇌동하는 반면, 자신을 존중하고 자아실현을 향하여 끊임없이 나아가는 여성은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자기표현'을 겉으로 보이는 미모에서만 찾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남들이 하니까, 사회가 부추기는데 나만 빠지면 큰일나지" 하는 식으로 젊은 여성들의 '살 빼기' 몰두현상이 지속될 경우, 자신의 건강손상 뿐 아니라 모성건강 위험으로 이어지게 됨은 또 다른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모성의 저체중은 이미 잘 알려진 태아건강 위험요인이다. 최근 영국 BBC 인터넷판('03. 5. 21) 보 도에 의하면, 식량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임신부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아들보다는 딸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임산부 입장에서 아들 출산이 딸보다 더 힘들고, 영양부족 남아가 여아에 비해 일찍 사망할 가능성이 높
여하튼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하여 여성들에게 거식증, 음식혐오증, 폭식증 등의 정신과적 질병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빈혈, 결핵, 골다공증, 수면장애 등의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이제 '건강한 적정체중'에 대한 사회적 기준과 여성 자신의 인식이 확실하게 전환되고, 그 위에 균형 갖춘 다이어트의 실천 즉, 건강한 식습관이 자리 잡아야 한다.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건강은 개인이나 사회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며, 건강을 잃을 때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더 이상 분별없는 '살 빼기'가 아니라, '80 평생' 여성자신의 활력 있는 삶과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는 모성의 넉넉함을 배려하는 균형 갖춘 식습관, 올바른 건강생활을 이제부터 꾸준히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만약 당신 스스로 자아 존중감이 낮아서 걱정된다면, 균형식에 바탕을 두는 '건강한 체중유지'를 자기표현, 자기실현의 첫발자국이 되도록 하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이미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여성이건 남성이건 스스로 건강능력을 갖추고(empowering) 긴 노년을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하며, 이를 위한 기본이 '적절한 체중관리'임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 |||||||||||||||||||||||||||||||||||||||||||||||||||||||||||||||||||||||||||||||||||||||||||||||||||||||||||||||||||||||||||||||||||||||||||||||||||||||||||||||||||||
다는 이론과 맥을 같이 하여, 영양이 부족한 임신부는 진화론적으로 여성태아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