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앞이 침침하다… 눈 건강은 40代가 갈림길
배노영
레방아 물도 멈추면 언다’는 속담이 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건강을 잃기 쉽다는 뜻이다. 사람마다 노화 현상이 생기는 시기에는 차이가 있다. 눈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40대 전후부터 눈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다면 노년까지 건강한 눈을 유지할 수 있다.
눈의 노화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수정체의 탄력성 감퇴로 근거리 작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평소 잘 보이던 신문의 글씨가 갑자기 침침하게 보인다. 반면, 멀리 놓고 보는 것이 편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안경을 쓰고 보는 것보다 벗고 보는 게 더 편해졌다면 이미 노안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정확한 시력검사를 통해 돋보기나 근거리용 안경을 처방받아야 한다.
노안으로 발생하는 질환에는 ‘비문증’이 있다. 눈앞에 하루살이 같은 것이 보이는 듯한 증상이다. 주로 안구 내부에 부유물질이 생겨 나타난다. 이 증세는 특별한 원인은 없고 자연발생적이다. 나이가 들면서 노화 현상으로 생기기도 한다. 눈 안쪽의 출혈이나 염증 등이 생기면 반드시 안과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안구건조증’도 노안이 원인이다. 안구건조증은 눈물 분비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안구에 이물감이나 건조감이 자주 느껴진다면 안과에서 검사받은 후 적절한 인공누액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해도 별 차도가 없으면 눈물이 내려가는 누점을 막는 ‘누점폐쇄술’을 시술받아야 한다. 안구가 건조한 상태에서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면 트러블이 자주 생길 수 있으므로 가급적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 고혈압 발병률도 높아진다. 혈압이 올라가면 안압(眼壓) 상승으로 인한 녹내장 발병률도 증가한다. 녹내장에 걸리면 안압 상승으로 인한 시신경 손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실명할 수 있다. 문제는 녹내장이 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40세 이후 정기적인 안압검사와 시야검사를 받는 것이 예방책이다. 최근에는 안압이 정상인데도 녹내장이 발병하는 ‘정상안압녹내장’ 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야검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평상시 사물이 뿌옇게 보이고 밝은 곳에 나가면 더 안 보이는 증상이 있다면 백내장일 가능성이 크다. 백내장은 눈 속에서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져 발생한다. 상태에 따라 간편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당뇨나 고혈압이 있다면 3~6개월에 한 번씩 망막의 상태를 살피는 안저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저검사는 망막의 이상은 물론 고혈압이나 당뇨로 인한 혈관 변화도 함께 관찰할 수 있어 전신질환 진단에도 도움이 된다.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노안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평균수명이 높아짐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초기 발견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을 수술해야 치료 가능한 중병으로 키워 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어나 안타까움이 남는다.
따라서 노년을 즐겁고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서는 중년부터 건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당뇨나 고혈압 등 전신성 질환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04년 11월호 | 입력날짜 2004.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