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술자에 대한 편견과 진실
여성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대라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지배적인 우리 사회가 가지는 이공계 여성 기술자들에 대한 편견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는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안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 를 잠재력 있는 여성 인재의 발굴과 적극적인 활용이라고 진단했다. 국토의 3분의 2가 숲으로 뒤덮인 핀란드도 전체 여성인력이 40%에 육박하며, 그중 여성 기술자는 24%에 달한다. 핀란드 는 32세의 젊은 여성장관을 비롯해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노키아 같은 세계적인 기업 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 여성은 문화적인 차별과 편견이 뿌리 깊은 사회에서 역풍을 딛고 일어섰기 때문에 강인하고 끈기가 있다. 그 우수성이 세계적일 정도이다. 게다가 앞으로의 세기는 여성에게 발달된 감수성과 섬세함, 관계 능력이 더욱 필요하다. 여성, 그중에서도 여성 기술자에 대한 편견과 진실을 파헤쳐보자.
편견 1. 여성 기술자는 취업이 안 된다
진실_나노측정, 컴퓨터 설계, 금속공예, 패션디자인 등 구체적인 기술을 습득한 여학생들의 경우, 취업률이 100%이다. 특히 이공계 산업현장에서는 섬세하고 꼼꼼한 여성 기술자들을 훨씬 선호한다.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는 여성인력의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단체. 이 단체의 첫 번째 과제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배움의 과정에 있는 여학생들에게 이공계열의 직업을 꿈으로 가질 수 있게 유도하고 교육시키는 것이다. 서혜경 한림대 교수는 “이공계열의 대우와 취업기회 부족이 사회 문제시되고 있지만, 이공계 여학생들의 취업률은 거의 100%에 가깝습니다. 또 이공계를 지망하는 여성들도 해마다 늘어가고 있으며, 현재는 사회에 진출해 최고 기술자 대우를 받는 여성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사회는 여성만이 희망입니다. 우수한 여성 기술자 양성에 더욱 힘써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편견 2. 여성 기술자는 실무에 약하다
진실_여성 기술자는 이론적인 머리는 있어도 산업현장의 실무에는 약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주)피알엘건설의 이혜경 사장은 건설현장을 누비는 여성 기술자로서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한다. 산업현장에 첫발을 디디던 1997년 초만 해도 현장기술자들의 불만과 과연 일을 잘할까 하는 의심어린 시선을 무수히 받아야 했다는 그녀는 여성 기술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현장에 잘 적응하고, 세심함과 순발력으로 단시간 내에 실무에 강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녀는 현장을 발로 뛰며 건축실무를 익히고, 그러던 중 리모델링과 시설유지·보수라는 건설업계의 틈새시장을 공략, 연 98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술자 출신 사장이다.
최근에는 기술자로서 닦은 자신만의 실무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회사를 차리는 여성 인력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편견 3. 여성 기술자는 리더십이 없다
진실_여성 기술자가 남성 기술자들에 비해 친화력이 좋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은 코워크(co-work)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여성 기술자가 팀장이 되면, 그 밑의 남성 기술자들이 불편해하거나 불만을 가질 것이라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 여성은 특유의 세심함과 배려로 원만한 협업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 대부분의 이공계 기술자가 글을 잘 못쓰고, 말을 잘 하지 못해 기술력이 뛰어나도 그것을 전달하고 교육하는 데 다소 문제가 있는 것에 반해 여성기술자들은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써서 기술협력이나 기술이전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기대이상의 작업 결과를 도출한다.
편견 4. 여성 기술자는 도전의식이 약하다
진실_여성 기술자는 다수의 남성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전부를 거는 것에 익숙해 있다. 따라서 일에 임하는 열정은 가히 ‘미쳐서 일하는’ 수준이다. 이런 열정은 진취적인 성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현장에서도 도전의식을 여실히 발휘한다.
한국표준협회 김원화 연구원은 대학에서 기계학을 전공하고, 중장비 안전관리에 관한 특허만도 4개를 보유하고 있는, 소위 잘나가는 여성 기술자다. 그녀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부양의 의무에 대한 부담감이 적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과감히 시도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편견 5. 여성 기술자는 경쟁력이 없다
진실_세계 6위권의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관리 업체인 미국 실리콘밸리 케이엘에이 텐코사를 거쳐 더블유티시라는 컴퓨터 설치·수리 업체를 창업한 여성 반도체 엔지니어 박순덕 씨는 공업전문대에 진학하면서 일과 공부를 함께 해야 하는 처지였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취업도 했다. 그러나 여성 기술자를 보는 사회의 눈은 따가웠고 처우는 절망적이었다.
4년 동안 미국으로 건너갔던 박 씨는 1994년,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케이엘에이 텐코사 한국 지사에 원서를 내 100대1의 경쟁을 뚫고 입사, 세계 최고 수준의 삼성전자 파견 엔지니어로 일하는 등 입사 8년 만에 미국 본사,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을 아우르는 수석 엔지니어로 성장 했다.
한국 업체에서 받은 최고 월급의 300배가 넘는 연봉에다 최고의 엔지니어라는 찬사를 뒤로 하고 2002년 남편과 새 회사를 차린 박씨는 미국 MIT공대에서 공부를 한 뒤 산업쓰레기를 혁신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자가 되는 꿈을 키우고 있다. 박 씨는 “남성들이 만든 전자제품의 사용자는 여성들인 만큼 전자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한국의 여성들이 이공계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 한국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