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 건강의 기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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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두물머리에서 농사체험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시간은 점심을 함께 먹는 시간입니다. 현장에서 갓 딴 파, 깻잎, 고추, 상추, 배추, 호박은 얼마나 싱싱한지요. 유기농이라 향긋하고 맛도 다릅니다. 벌레 먹은 자국이 유기농을 보증하는 마크처럼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벌레를 징그러워 했는데 농사체험을 다니는 이후로는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쌈을 싸다가 벌레가 나오면 손으로 툭 털어버리면서 ‘알게 모르게’ 몇 마리 보약도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음식이 보약’이라는 말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음식이 그만큼 우리 생명에 중요하다는 뜻인데 실제 음식의 효능을 직접 느끼기 전까지는 이러한 말이 음식의 중요성을 과장해서 표현해 놓은 것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옳은 음식인지 모르고 입맛대로 먹다가 몸 어디에 고장이 나서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면 그제서야 식사요법이니 뭐니 하면서 음식을 가리게 됩니다. 음식은 인간 생명의 본질적 요소입니다만 오늘날의 영양학은 우리의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저는 제 딸아이의 중학교 1학년 가정교과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햄버거나 피자 등도 고루 먹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적혀 있는 것입니다. 그 글을 보고 현대의 영양학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의 영양학은 비록 틀린 것을 가르친다고 할 수는 없으나 충분하게는 가르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햄버거나 피자의 칼로리와 영양소는 들먹이면서 패스트푸드로 인한 음식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왜 얘기하지 않는 것일까요? 현대 영양학은 곡류를 이야기하면서 현미와 같은 통곡류와 백미와 같이 정제된 곡류의 차이점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야채를 많이 섭취하라고 하지만 그 야채가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인지 화학비료와 살충제로 재배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습니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하지만 유기농으로 키운 축산물과 좁은 사육장에 밀집하여 키운 축산물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라고 하지만 그것이 익힌 음식인지 가열하지 않은 음식인지 도외시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황설탕이 백설탕보다 가공이 덜되어서 낫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설탕을 가공해야 황설탕이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전문가들은 왜 이런 잘못된 지식의 유포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었을까요?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건강 분야에서도 진리의 왜곡은 종종 일어납니다. 미국의 타임이나 라이프 같은 유명잡지에는 한때 담배가 소화에 좋다는 광고가 실리기도 하였습니다. 설탕은 살찌지 않는 칼로리라면서 권장되었죠. 오늘날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의 창설자인 윌리엄 하비 박사도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정제 가공 식품의 생산과 유통을 제한하다가 식품업계의 로비로 쫓겨나야만 하였습니다. 우리는 자주 접하게 되는 정보를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업에서는 같은 광고를 계속 내보내면서 이 원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옳은가를 가려내자면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비판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뼈와 살이 되는 음식 현대 영양학에 대한 또하나의 비판으로, 지나치게 칼로리 중심이라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칼로리는 모자라서는 안되므로 적정 수준 이상을 섭취하되 넘치는 부분은 운동으로 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만 하면 건강은 다 유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요. 이는 마치 매일 초콜렛만 몇 개 먹어도 건강해질 수 있다고 여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과연 칼로리만 채운다고 하여 우리 몸이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음식은 칼로리를 제공하는 외에 우리 몸을 만드는 재료를 공급해 줍니다. 음식을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다 비교해 봅시다. 한 집에 오래 살다 보면 집이 낡게 마련이고 그러면 우리는 보수를 해야 합니다. 도배를 해야 하고 장판을 깔아야 하며 무너진 담장도 고치고 낡은 창틀도 새로 해 넣어야 합니다. 이렇게 집을 보수하려면 벽돌과 철근과 나무와 유리 등의 재료가 필요합니다. 음식은 이러한 재료에 해당하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를 제공해 줍니다. 도배는 기껏해야 1년에 한 번 정도 해주어도 될지 모릅니다마는 세포 단위로 이루어진 우리 몸은 끊임없이 보수를 해주어야 합니다. 위와 장 등 소화기관의 세포는 하루나 이틀이면 수명이 다해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어야 합니다. 초콜렛은 칼로리는 높되 인체에 필요한 기본 영양소는 대부분 빠져 있습니다.
오늘날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은 토양의 미네랄 결핍에 있다고 하는 자연의학자들이 많습니다. 아연, 철, 동, 칼슘, 보론, 망간, 몰리브덴, 코발트 등은 인체에 꼭 필요하지만 하루 필요량이 100밀리그램 이하의 극히 적은 양이어서 미량미네랄로 불립니다. 이 원소들은 비록 필요량이 극소량이긴 하지만 그 중 하나만 부족하여도 인체에는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한 가지 예로서 코발트를 들어 봅시다. 코발트가 결여된 땅에서 자란 식물은 코발트를 흡수하지 못하여 유기 코발트를 만들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 인체 또한 유기 코발트를 섭취하지 못하게 되어 비타민 B12를 만들지 못하게 됩니다. 비타민 B12가 결핍되면 철분 동화에 장애가 생기고 백혈구 형성이 불가능하게 되어 빈혈이 일어나게 됩니다. 빈혈이 있으면 몸이 약해지고 병에 걸리기 쉽게 됩니다. 우리 몸이 건강해지려면 먼저 음식이 건강해져야 하고 음식이 건강해지자면 음식을 생산해내는 땅이 건강해야 합니다. 토양-식물–동물–미생물-토양으로 이어지는 우리 몸 밖의 신진대사가 건강해야 우리 몸 안의 신진대사도 건강해지는 것입니다. 참된 농부는 작물의 병의 원인을 작물이 아니라 작물이 자라는 토양에서 찾는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진정으로 우리 몸을 가꾸고자 한다면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통해 재배되고 생산되었는가를 따져야 합니다.
음식은 자연의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치료수단입니다. 조건만 갖추어준다면 우리 몸은 스스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음식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자 할 때 오랫동안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저는 행동을 바꾸기 전에 우선 머리 속의 지식부터 바꾸라고 권해드립니다. 예를 들어 육식을 줄이려고 한다면 그냥 의지와 싸울 것이 아니라 육식이 왜 나쁜지를 철저하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육식의 폐해에 대해 제대로 알면 육식에 대한 미련이 없어지게 마련입니다. 머리속의 지식을 바꾸었는데도 고치기 힘들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자연식을 평생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우선 일주일만 한시적으로 자연식을 해보라고 권해 드립니다. 일주일을 성공하면 다시 보름을 해보고 보름을 성공하면 다시 한달을 해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 사이에 달라지는 몸상태를 확인하게 되면서 의지력도 강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좋은 방법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죄짓는 날을 두는 것입니다. 자연식이 아무리 좋다고 하여도 맨날 자연식만 하면서 산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힐 것입니다. 그러니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몸에 나쁘다지만 좋아하는 음식을 자유롭게 드십시오. 이렇게 하루 정도 죄짓는 날을 두게 되면 자연식에 비교적 쉽게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