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바뀌었지만 들려 오는 소식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하다. 선진국 경제는 회복의 기운이 솟아나고, 중국 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쫓아오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여러 가지 악 조건 속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러나, 이처럼 환경이 암울한 때일수록 우리 기업들은 보다 본질적인 것을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과 같은 난관을 헤쳐 나가자면 경영 혁신을 가속화하여야 한다. 사실 경영 혁신은 오래 전부터 경쟁 우위 확보와 성장의 밑거름으로서 강조되어 왔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선진 기업들에게서 효험이 있었다는 혁신 기법들을 앞 다투어 도입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그다지 좋은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기업들이 그 기법들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겉모습만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에게 제대로 이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벤치마킹의 경우를 보면 그렇다. 벤치마킹의 본질은 받아 들이는 베스트 프랙티스가 해당 기업의 체질에 맞아야 하며, 만일 맞지 않으면 먼저 받아 들일 수 있는 체질, 즉 여건을 만든 후에 받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이런 점을 도외시하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모방하려고만 든다. 그 결과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고, 도입은 실패로 끝나고 급기야는 벤치마킹 무용론을 부르짖게 되는 것이다. 이는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려다 실패한 기업들에게서 흔히 보는 사례이다.
지식 경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지식 경영을 왜 하는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 자신은 이를 위해 어떻게 변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이런 본질은 제쳐 두고 지식 경영 시스템만 구축하면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다른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한때 다양한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바람직한 조직 형태로서 매트릭스식 조직이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앞 다투어 이를 도입했던 기업들 대부분이 실패했다. 매트릭스식 조직은 기존 조직 이론인 명령 일원화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서, 이것이 잘 작동되자면 조직 구성원들이 소위 매트릭스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이중적인 조직 구조를 가져가다 보니 오히려 갈등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업의 본질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 사업의 본질은 이윤의 창출에 있다. 이윤은 계속 기업(Going Concern)을 보장해 주는 뿌리이다. 윤리 경영이 필요한 것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도 근본적으로 장기적인 이윤 창출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질을 깨닫지 못하면 근시안에 빠져 그르치게 된다. 또한 이윤의 창출은 매출이 아닌 부가가치 창출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외형이 커져도 부가가치가 낮으면 이윤은 적어진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전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우리 기업들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저 부가가치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열심히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제는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진 기업의 추격은커녕 중국 기업으로부터도 추월 당하게 될 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