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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디지털 시대가 낳은 주요 신인류 유형

인터넷과 디지털의 등장과 확산은 사회를 뒤흔들만큼 큰 변화를 주었고 무엇이든 인터넷과 디지털의 이름표를 달고나면 새롭게 재창조되어서 새로운 이름으로 불려야할 것이라는 강박증을 사회적으로 가지게 하였다. 물론 지금도 거기서 완전히 헤어나오진 못했지만…. 하여간 우리는 짧은 기간안에 인터넷과 디지털의 무한유입을 맛보았고, 이젠 인터넷과 디지털은 우리 일상의 일부과 되었을만큼 더 이상 새롭거나 낯설지도 않게 되었다.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인터넷과 디지털의 중독된 세대가 되었으며, 그로 인해 다양한 인간유형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가끔 매스컴에서 인용되는 무슨무슨 족 하면서 인터넷과 디지털 시대의 신인류를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떨때는 그냥 이름붙이기 나름의 말장난 같기도 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일부는 몇십년전에도 불리워졌던 말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해석되고 재사용되면서 신조어처럼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신인류를 단순한 말장난에 의한 명명이 아니라, 하나의 공통된 사회현상과 문화적 현상에 대한 그룹핑으로 이해하는 것이 좀더 현명할 것 같다. 의도적으로나 명명하고 구분지어주는 것이 새로운 인간유형들을 이해하는데 훨씬 효과적인 도구로 기능할 테니 말이다.
여기서 제시하는 인간유형은 각기 개별화되어있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중복과 상호영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신인류들은 디지털 시대의 특성과 인터넷이 가져온 사회문화적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개인화와 자기표현, 합리성과 능동성을 보편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여기서는 디지털 레밍스족, 코쿤(혹은 디지털 히키코모리)족, 디지털 폐인(혹은 룸펜), 디지털 노마드족, 디지털 프로슈머, 이랜서, 디지털 유니섹스족, 플래시몹, 블로그족 등 9가지 주요 유형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디지털 레밍스(Digital Lemmings)
맹목적이고 추종주의적인 경향성을 가지는 것으로, 디지털 시대가 양산한 대량정보화와 직접 참여주의가 가져온 부작용의 일환이다. 디지털 시대는 개인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자신만의 고유색깔을 드러내는데 유용하리라는 계산과는 달리 몰정체성에 빠져 주류와 대세에 휘둘리는 인간형이다. 디지털 기술은 있되 이를 활용하는 문화적 환경이 부재한 초기상황에서 주로 발생하고, 익명성이라는 것과 네티즌 수의 급작스런 팽창 등이 디지털 레밍스를 양산하는 배경이 된다. 온라인 증권투자에 무감각해지거나, 온라인 게임에 맹목적인 환상을 갖기 쉽고, 사이버 집단테러 등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집단적 행동에는 효과적이겠지만, 다양성과 개인화에 역행하는 디지털 지체자들로서 하루빨리 디지털 레밍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레밍스는 무리의 수가 급증하면 떼로 몰려다니며 급작스런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하는 툰드라 지역에 사는 쥐의 일종이다.

코쿤(Cocoon) 혹은 디지털 히키코모리(Digital ひきこもり)
고립된 공간에서의 칩거증후군, 혹은 은둔족이라 할 수 있다. 탈사회적이고 고립적인 인간소외 현상이 디지털 공간에서 더더욱 가속화된 경우이다. 서구에서는 이를 두고 누에고치를 빗대 코쿤족이라 하고, 일본에서는 한때 일본 사회에 만연하던 히키코모리(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끊은 채 방안에 틀어박혀 세월을 보내는 상태) 현상에 빗대어 디지털 히키코모리라고도 한다.
이들은 현실공간에서의 자신의 실체와 가상공간에서의 아바타의 존재를 혼동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현실공간에서의 활동에 만족하지 못하고, 대인관계 또한 현실공간에서의 대인관계를 불편해하고 어색해 하며 사회성이 지극히 열악하다. 가상공간에서 혼자 하는 활동에 익숙해진 것은 PC와 인터넷이 가진 기반환경이 개인적 환경이고, 또 가상공간에서도 현실공간을 대체할만큼의 다양한 대안적 관계활동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실 공간에서 취업이나 학업 등 다양한 실패와 좌절의 경험도 이러한 현상에 일조한다.

디지털 폐인(廢人) 혹은 디지털 룸펜(Digital Lumpen)
디지털에 중독되어 일상에서 일탈하는 사람들이다. 디지털 시대 신인류 중에서 부정적인 유형에 해당된다. 디지털 폐인은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환경을 통해 모든 일상과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해결되는 디지털의 이기가 가져온 부작용이다. 온라인 게임, 사이버 섹스 등 치명적인 중독성을 가진 디지털 컨텐츠로 인해 대량의 디지털 폐인(룸펜)이 양산되었다.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의 확산, 온라인 게임산업의 확산, 고학력과 청년 실업인구의 확산, 그리고 복권이 조장한 사행심과 한탕주의 등도 디지털 폐인의 확산을 조장하는 환경이 되고 있다. 디지털 히키코모리와 함께 디지털 폐인 또한 디지털 시대의 경제활동력과 생산력 기반을 위협하는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 사회 문제이자 그림자이다.

디지털 노마드 (Digital Nomad)
디지털 기술은 인류에게 정보화라는 명제를 현실화시켜 주었다. 디지털 노마드는 21세기형 정보유목민으로 첨단 정보통신기기를 활용하여 정보를 소비하고 생산하고 있다. 일과 주거에 있어서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이동하고 자유로우면서도 창조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들을 의미한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노마드가 보헤미안이나 집시 등의 형태로 사회의 주변부이자 문제아로 분류되었었다면, 디지털 시대에서는 오히려 각광받는 인간유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는 디지털 프로슈머이면서 이랜서 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를 앞서가고 이끌어갈 수 있는 주도세력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인간유형으로 주로 최첨단의 산업 영역에서 디지털 자본주의를 창출하는 신진세력인 셈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디지털 기기의 대중화와 기술적 진보 등이 이뤄낸 디지털 라이프 환경 속에서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디지털 인류가 될 것이다.

디지털 프로슈머 (Digital Prosumer)
디지털 혁명은 우리를 수동적 소비자에서 능동적 소비자로, 그리도 능동적 소비자에서 디지털 프로슈머로 진화 시키고 있다. 단지 공산품에 대한 소비뿐 아니라, 문화, 정보, 예술, 오락 등 인간이 향유하는 모든 것에 있어 생산자가 곧 소비자이고, 소비자가 곧 생산자인 프로슈머(Prosumer; Producer와 Consumer의 합성어)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생산에 있어 의견과 요구를 하는 조언자 역할의 초기 프로슈머에서 진화하여, 이젠 직접 생산을 하기도 하는 디지털 프로슈머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즉 정보생산을 위한 지식정보의 프로슈머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개인 웹사이트를 만들거나, 누구나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의 의견을 유포하는 1세대적 디지털 프로슈머에서 진일보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들을 담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어내거나 지속적인 정보의 프로슈머로서 정보생산이라는 사회적 생산활동을 하며 경제적인 성취까지 이뤄내는 2세대적 디지털 프로슈머가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랜서(eLancer)
디지털기반의 프리랜서로 탈직장화를 지향하는 전문직업인을 의미한다. 이랜서가 자유롭게 일한다는 프리랜서와의 차별을 가지는 것은 바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여 일거리를 찾고,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랜서는 지역적 국가적 개념을 초월하여 전세계 어디서든 일을 맡아서 일을 진행할 수 있다. 대개가 인터넷으로 일을 맡아 수행한 일을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전하는 경우도 많아서 실제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서도 모든 일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랜서의 양산은 탈직장화를 가속화시켜, 공간적 개념으로서의 직장의 종말을 부추긴다. 아울러 전문직업인이라는 새로운 인재상을 요구하게 된다. 점점 더 전문화되는 인재상, 조직의 힘으로서가 아닌 개인의 능력과 경쟁력으로만 승부를 짓게 될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유니섹스(Digital Unisex)
디지털 공간에서 굳이 성별을 따지지 않기 시작했고, 성별의 의미자체가 구분의 의미일뿐 차별이나 분리의 의미로는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 성적 정체성에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남녀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화는 현실공간에서 전통적으로 주어졌던 남과 여라는 성적인 정체성의 경계를 점점 희석시키고 있다. 디지털 세대의 인류는 중성적 경향성과 함께 공통적으로 양성평등을 기본적으로 지향한다. 전통적 여성성을 뛰어넘는 디지털 시대의 파워풀한 신여성성인 디지털 이브(Digital Eve)에서부터, 전통적 남성성에서 진화하여 여성이 가진 섬세함과 감성적인 면까지 갖춘 디지털 아담(Digital Adam)에 이르기까지 현실공간에서 전통적으로 주어졌던 성적인 정체성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 유니섹스의 인간형은 페미니즘도 쇼비니즘도 아닌 남녀평등과 역할분담론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유니섹스의 디지털화된 성적 정체성은 남녀의 평등과 함께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평등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플래시몹(Flash Mob)
플래시몹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이용하여 미리 지정된시간과 장소에 집결한 뒤에 모버레이터들이 나눠준 지시서에 따라 짧은 시간동안 의미 없는 행동을 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행위를 말한다.
플래시몹은 지난 6월 뉴욕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문화적 현상으로, 한국에서는 지난 8월 30일에 강남역에서 처음 선보인바 있다. 플래시몹은 그냥 재미를 추구하는 하나의 유희적 행동으로 상업성과 정치성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플래시몹은 보편적인 신인류라기의 전형이라기보다, 일부의 단편성에 의거하며, 디지털 레밍스이자 디지털 프로슈머적 경향에 입각한다고 할 수 있다. 재미를 추구하는 디지털 세대들의 문화적 코드의 하나로 타인에게 시선끌기와 자기표현이자 유희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블로그(BLOG)
‘블로그’란 ‘웹 로그(Web log)’의 줄임말로, 보통 사람이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칼럼과 일기, 정보나 사진, 취재기사 등을 올리는 웹 사이트를 말한다. 누구든지 인터넷상의 자신의 블로그 사이트에서 손쉽게 글이나 멀티미디어 자료를 올릴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컨텐츠 중심의 네트워크고 구축될 수 있다. 블로그는 개인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이며, 이는 개인 미디어를 현실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 개인화를 확산시켰다면, 블로그는 그 개인화를 개인 미디어라는 영역으로 안정화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이러한 블로그족들은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고 개인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개인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디지털 시대의 신인류들의 모습인 것이다.
텍스트가 아닌 사진 이미지를 주로 올린다는 포토블로그, 무선 블로그를 지칭하는 모블로그 등 블로그 내에서도 다양한 유형들이 계속 확대생산되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