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온 추석! 전 아직도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지만)배웠던 국어책 내용
가운데 추석에 관한 내용과 그림들이 상당 부분 기억이 납니다.
'추석이 되었습니다'밤이 익어갑니다.어머님께서는 새옷을 사주셨습니다.
산소 옆에는 이쁜 들국화가 피어 있었습니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처음 배웠던 추석에 관한 이야기들은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제 기억이 온전한 한 때마다 아련한 그리움 저편 과거의 시간속으로
절 데려다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려서 추석하면 그냥 먹는 것~ 먹을 게 많아서 기다려지고 좋았던 기억 정도~
그것이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철이 좀 들어선 객지에서 지내다가 엄마,아버지가 계신 내 어릴 적
모든 추억의 냄새가 진동하는 내 고향으로 내 집으로 간다는 게 마냥 들떴던 것같아요.
동네 동구밖에 들어 서면 구수한 지짐이 냄새가 나를 와락 반기던 그곳 내 고향땅!
그리고 눈물나게 그립던 우리집 앞마당에 들어서서 "엄마!"하고 부르면 엄마는
만사를 제치고 어디서든 달려 나오셨지요^^ 엄마는 기름 묻은 손을 쓱쓱 행주 치마에
닦으시면서 제 얼굴을 만지기도 하셨고 오락 껴안으며 "으메 내 새끼! 오느라 고생했제"
하면서 절 보고 또 보고 하시던 엄마 목소리가 눈물나게 그립습니다.
세월이 흘러 제 짝을 만나서 결혼을 한 이후 전 한 집안의 며느리가 되고 맞이하는
명절은 지금껏 보냈던 것과는 사뭇 성질이 달라진것같아요^^
저희는 시엄미 생신이 음력 8.14일이라 건설일을 하는 남편이 수금을 하다 보면
보통 8.13일 저녁이나 내려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차라도 막히면 저희는 꼼짝없이
새벽녁이나 시댁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그러니 차 안에서 혹시라도 졸기라도 할까봐
불편한 자세로 잠이 들었다가도 불쑥불쑥 일어나서 남편의 말벗을 해주면서
내려오다보면 아무리 짧아도 8시간 정도는 훌쩍 넘어설 때가 많았던 고향 가는 길....
작년엔 새벽 4시쯤 도착을 했는데 그날 아침이 시엄니 생신이라서 전 그야말로
눈만 잠깐 붙이고선 일어나야한답니다.물론 동서가 있지만 그래도 제가 윗동서인데
아무리 피곤하다해도 동서한테 시엄니생신상을 혼자 차리게 할 순 없겠더라구요~
시댁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바짝 긴장 되는 것은 처음이나 결혼 8년째인 지금이나
별 차이는 없는 것같아요.물론 처음 새색시때보단 좀 나아졌지만 아직도 시댁 마당에
들어서는 것과 친정 앞마당에 들어설 때 기분은 하늘과 땅 차이인것같아요^^
시댁이라고 생각하면 머리끝부터 파릇파릇 긴장이 되고 신경이 살아 나는 것같은데
그래서 피곤한 줄도 잘 모르지만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모든 할 일을 수행하고
친정에 가는 시간이되면 왜 그렇게 마음이 녹녹해지고 콧노래가 절로 나올 것같은
기분이 되는 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시댁에서 남과 비교해서 시집살이를 하지도 않거니와 명절이라고 해봐야
크게 하는 일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기분이 되는 지 정말 아이러니랍니다^^
앞으로도 한 20년 정도는 성이 다른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뭔가 세상이 천지개벽을
하지 않고서야 여인으로서 모든 명절을 보내는 모습은 별반 변화가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어떤 순간은 든답니다.하지만 요즘은 여권신장을 굳이 외치지 않더라도
세상 판도가 많이 변화하는 추세이니 몇 년전부터 명절 때면 더욱 무게를 싣고 있는
남여 평등한 명절 문화를 위해서 추석은 처가에서~ 설은 시댁에서~
이런 식으로 명절 문화 또한 새로운 시류를 접목해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정말 이렇게 되면 참 좋겠습니다~^^
이렇게되면 아들 많은 집은 명절 때면 집안이 미어터지는데 딸 많은 집은 명절이돼도
썰렁하기 그지 없는 쓸쓸한 풍경 또한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이런 식으로 돼간다면
여성 스스로가 '아들 타령'을 하면서 남아를 낳기 위해 피눈물 나는 전쟁을 치러지
않아도 되는 당당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번 명절이 다가오더라도 이런 희망사항들은 천지개벽하지 않고서야
실현가능성은 단 1%도 없겠지만 혹시라도 명절이 돌아와도 친정에도 못 가시는
이땅의 며느리님들! 이번 명절엔 꼭 행복한 친정 나들이하셔서
친정 부모님께 어리광도 부리시고 효도도 듬뿍 하시는 그런 추석 한가위를
맞으셨음 좋겠습니다.
전 운좋게 친정이 같은 동네라서 지금껏 명절 때 친정에도 못 간 적이 없었지만
제가 만약 명절 때 친정에도 못간다고 생각하면...진짜루 화병 들 것같아요~
여러분! 내가 처한 곳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힘 있고 악착같은
씩씩한 아줌마의 자신감으로 이번 추석에도 아자~아자 파이팅!!!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