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남편이 중요 서류를 넣어 두는 4단 서랍을 열더니 "어 인감 도장이 없네"이런다.
난 태연스레 대꾸한다"잘 찾아봐"
남편은 다시 처음부터 4단 서랍 맨 위에서 끝까지 그야마로 샅샅이 뒤졌지만 못 찾는다.
그런 걸 보고 그래야 할 것같아서 나두 같이 찾는 시늉을 해 본다.근데 진짜 없네....
어디로 갔을까???
원래 집안에 주요 서류들과 통장 그런 것들은 그곳에 두는데 어디로 갔을까? 인감 도장이
발이 달려 어디로 가출을 했을까? 어쨋든 모르겠다.전혀 깜깜이닷~
아무리 찾아 봐도 인감 도장이 없자 남편은 씩씩거리며 화를 낼 폼이닷~
"아침 부터 열 받게 어디 있는거야" 이러며 두리번거리더니 서류를 들고 나서며 하는 말
"차 안에 찾아 보고 없으면 손 댈 사람 니 밖에 없다.저녁까지 찾아 놔"
남편은 자기 딴엔 잘한다고 뭔가 일을 저지러지만 결국은 이런 식으로 건망증이
망쳐 놓기 일쑤인 마누라쟁이랑 8년을 살다 보니 이젠 툭 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가
아닐까 지레짐작을 하고 만다.
남편 앞에선 그래도 자존심이 있어서 되레 큰소리를 치며 "자기가 전번에 썼잖아.서랍에
없는 걸 날 보고 어떡하라고 내가 인감을 삶아 먹었어?맨날 나한테 뭐래"그래서 오늘은
인감 도장 땜에 열 받은 아침이었답니다.
어제밤 술을 먹은 터라 차를 회사 주차장에 두고온 남편~안 좋은 얼굴로 출근을 하고
후닥닥 밥 멕여서 아이들 유치원 버스 태워 놓고 밥상도 안 치운 채 장롱 안밖,옷장 등등
뭔가 있을 만한 곳을 뒤지다보니 어느새 집안은 난장판이 돼 버리고 한참 찾아 봐도
없는 그눔의 인감 도장...그러다가 갑자기 무슨 전광석화처럼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으니...전번에 휴가를 떠나며 한 며칠 집을 비울 것같아서 혹시라도 도선생의 방문이
있을지라도 우리집 재산을 지켜 내기 위한 방책이라고 생각하고 내 딴엔 중요 목록들을
여기저기 숨겨 놓는다며 4단 서랍에있던 인감 도장을 남편의 겨울 양복 속주머니속에
넣어둔 기억이 되살아났지 뭔가~~~
애타게 찾던 인감 도장을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찾게 되서 천만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론 내가 정말 왜 이럴까? 하는 자책감이 한 순간 괴로움으로 밀려 왔다.
일단은 남편한테 도장을 찾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게 우선일 것같아서
전화를 했다.참 그전에 출근을 해서 차에 도착한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도장 없으니까 책임지고 찾아놔"쿵쿵 도장을 박는 신랑의 전화를 받으니 사실은
또 내가 일을 저질렀나 해서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심장이 졸아 들었다.
그런 심정이었기에 쉽사리 인감을 찾게 되서 어찌나 좋던지 모른다.^^
찾았다는 말을 해주려고 전화기를 들었는데 조금 쑥쓰럽기도 하고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서 전화를 받는 남편한테 딱 한 마디만 하고 전활 끊었다."찾았어"^^
금방 다시 전화벨이 울릴 줄 알았는데 아무 종적이 없길래 바쁜가보다 하고
가슴 졸았던 아침일을 떠올리며 컴퓨터를 켰는데 '딩동'벨이 울린다.
아침부터 누구지? 다름 아닌 아까 열 받았던 신랑이 얼굴을 내밀며 들어 선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웃음을 날리며 방으로 쫓아가 남편의 손바닥에 인감 도장을
내놓았더니 울신랑 갑자기 인주를 찍더니 내 얼굴에 '연지.곤지'를 찍어 버린다.
결혼식 때 찍어본 연지.곤지였는데 비록 인주로 묻힌 거지만 석류처럼 붉은 색이 뺨과
이마에 물든 걸 보며 스스로 자아도취해서 수줍은 새색시처럼 옥수수처럼(^^)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나 이뻐?" 이랬더니 울신랑 "그래 이쁘닷! 이뻐서 고마 죽겠다.
다 이쁜데 제발 앞으론 이렇게 일 좀 만들지마라 부탁이닷"이러면서 후닥닥
서류를 들고 집을 나선다.
오늘 아침도 나는 까마귀 고기도 안 먹었는데 이렇게 건망증이라는 괴물에 걸려서
애를 먹었다.
제발 남편의 말처럼 이젠 내가 나에게 부탁하고 싶다.'제발 정신 좀 차리고 살자'
그래서 오늘 부터 결심을 한다.성능이 좋지도않은 머리만 믿지 말고 노트에다 꼭꼭
기록을 해 둬서 이런 낭패를 당하지 말자고 말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