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일을 앞두고 있었던 일이지요.많이 됐냐구요?^^ 그건 아니구 바로 어제일이지요~
저녁에 전활 했더니 누굴 만난다고해서 우리끼리 일찌감치 아이들이랑 저녁을 간단히
해먹고 큰아이 숙제도 봐주고 딱지 치기도 함께 해 주고 그러고 나니까 10시~
슬슬 눈이 감기고 피로가 몰려 오는 걸 느끼며 도무지 잠 잘 생각을 안 하려는 아이들을
향해 한 마디"지금이 몇 신데~ 빨리 잠자리로 들어가.하나 둘 셋...사실 이렇게 명령투로
안 하면 녀석들 도무지 말을 들어야지요^^ 그날은 생각보다 고분고분 말을 들으며
잠자리로 들어간 녀석들 어찌 쉽다 했더니 이불 속으로 몸을 뉘이자말자 지네들끼리
히히덕거리며 불을 껀 상태에서도 야단법석을 떨면서 자려는 태세가 아닌 겁니다.
그래서 다시 작전을 바꿔서 내가 자야 이녀석들이 잘 것같아서 집 안에 모든 불을 꺼고
스탠드를 머리맡으로 끌어 놓고 그날 동사무소 자치센타에서 빌려온 '벽장 속의 괴물'이란 동화책을 읽어 준다니까 하던 동작을 모두 멈추고 두 귀를 쫑긋 열면서 다가오네요~ 그런 재미에 아이들을 옆으로 끌어 들인 후 "모두 자리에 누워~ 안 그러면 책 안
읽어줄거야"했더니 이녀석들 아쉬워하면서도 자리에 들어가 눈데요^^
한 5분도 못 읽었을텐데 어느새 콜콜 잠이 든 개구쟁이 두 아이들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으며 밤인사를 하고서 세수를 하고 저도 자려고 누웠는데 아까는 그렇게
쏟아지던 잠이 어디로 달아난 건지 ...잠이 안 오는 겁니다.
그래서 혼자 밤커피 한 잔을 타서 먹으며 무슨 새로운 소식이 있나? 싶어서 잠깐
컴퓨터방에서 노닥거리다 왠지 피곤해서 전원을 닫고 거실에 이불,베개를 갖다놓고
아예 잠자리를 만들어 누워서 텔레비전을 틀어 놓고 리모콘으로 여기저기 돌리다가
저도 모르게 잠이 든 모양입니다~얼마나 잤는지도 모를 정도로 골아 떨어져서 자는데
밖에서 사람 인기척이 나서 눈을 뜨니까 소리의 근원지는 바로 아이들 아빠~ 그러니까
남편이었지요^^ 근데 손에 뭔가를 들고 있어서 살폈더니 물어 보기도 전에 하는 말
"오늘 니 생일이제~ 이거 미역국이다 내가 술 먹으면서 아줌마한테 특별히 부탁 좀 했다"
이러면서 내놓은 것은 미역국이었답니다.그제사 야밤인 것을 깨닫고 언성을 높히는
신랑한테 눈을 힐기며 시계를 봤더니 2시가 넘은 시각~
남편은 술을 먹다가 말리와의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서 집으로 들어 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가게 아주머니께 오늘이 마누라 생일이라며 미역국 한 그릇을 특별 주문한 줄
알았더니 그것은 아니고 그냥 술안주로 나오는 것을 생각이 나서 포장을 부탁 드린
거라고 합니다.
어쨋든 결혼 8년째지만 이렇게 마누라 생일날 미역국을 챙겨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사람한테 받아본 생일 선물(?) 이제껏 받아본 적은 없지만 정말 특별한 선물이라서
감동의 바다에 푹 빠져 버렸답니다.
남편은 술에 취해가지고도 축구를 보겠다며 거실에 누웠더니 어느새 잠이 들고~
전 그런 남편의 잠자리를 봐 주고서 아이들과 안방에서 편하게 잠이 들었지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 뜨면서 울신랑 맨 처음 하는 소리"어어제 축구 우찌 됐노?"
하면서 속이 쓰린 지 냉장고 문을 열면서 큰 소리로 묻습니다~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특별히 어제 새벽 승리의 여신을 보내 주셨다아이가~
우리나라가 이겼다~ 것도 3대 0에서 동점을 만드는 기적을 연출하면서 말이지"
오늘은 정말 축구 역사에 영원히 잊지 못할 날이기도 했지만
전 남편으로부터 또 잊지 못할 특별한 생일 선물(?)을 받았기에 또한 잊지 못할
그런 날로 영원히 기억될 것같습니다.
하지만 나이 한 살 먹는다는 그 자체는 해를 더할 수록 서럽기만 하네요..흑흑흑
나이 들수록 아름다워지는 지혜를 어서 깨우치는 켤코 추하지 않는 그런 멋진 여인이
되고 싶은 소망을 품고 오늘도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