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생일 선물(?)
기본 주제방 2004/08/19 14:10   http://blog.azoomma.com/hmimi68/152637

제 생일을 앞두고 있었던 일이지요.많이 됐냐구요?^^ 그건 아니구 바로 어제일이지요~

저녁에 전활 했더니 누굴 만난다고해서 우리끼리  일찌감치  아이들이랑  저녁을 간단히

해먹고   큰아이 숙제도 봐주고  딱지 치기도 함께 해 주고 그러고 나니까 10시~

슬슬 눈이 감기고  피로가 몰려 오는 걸 느끼며 도무지 잠 잘 생각을 안 하려는 아이들을

향해  한 마디"지금이 몇 신데~ 빨리 잠자리로 들어가.하나 둘 셋...사실  이렇게 명령투로

안 하면 녀석들  도무지 말을 들어야지요^^ 그날은 생각보다 고분고분 말을 들으며

잠자리로 들어간 녀석들  어찌 쉽다 했더니 이불 속으로 몸을 뉘이자말자  지네들끼리

히히덕거리며 불을 껀 상태에서도   야단법석을 떨면서 자려는 태세가 아닌 겁니다.

그래서 다시 작전을 바꿔서  내가 자야 이녀석들이 잘 것같아서  집 안에 모든 불을 꺼고

스탠드를 머리맡으로 끌어 놓고   그날 동사무소 자치센타에서 빌려온  '벽장 속의 괴물'이란  동화책을 읽어 준다니까  하던 동작을 모두 멈추고  두 귀를 쫑긋 열면서 다가오네요~ 그런 재미에 아이들을 옆으로 끌어 들인 후  "모두 자리에 누워~ 안 그러면 책 안

읽어줄거야"했더니 이녀석들 아쉬워하면서도  자리에 들어가 눈데요^^

한 5분도 못 읽었을텐데 어느새 콜콜 잠이 든 개구쟁이 두 아이들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으며 밤인사를 하고서 세수를 하고  저도 자려고 누웠는데 아까는 그렇게

쏟아지던 잠이 어디로 달아난 건지 ...잠이 안 오는 겁니다.

그래서 혼자 밤커피 한 잔을  타서 먹으며  무슨 새로운 소식이 있나? 싶어서 잠깐

컴퓨터방에서 노닥거리다   왠지 피곤해서 전원을 닫고  거실에 이불,베개를 갖다놓고

아예 잠자리를 만들어 누워서  텔레비전을 틀어 놓고 리모콘으로 여기저기 돌리다가

저도 모르게 잠이 든 모양입니다~얼마나 잤는지도 모를 정도로  골아 떨어져서 자는데

밖에서  사람 인기척이 나서 눈을 뜨니까   소리의 근원지는 바로 아이들 아빠~ 그러니까

남편이었지요^^ 근데  손에 뭔가를 들고 있어서 살폈더니 물어 보기도 전에 하는 말

"오늘 니 생일이제~ 이거 미역국이다 내가 술 먹으면서 아줌마한테 특별히 부탁 좀 했다"

이러면서  내놓은 것은   미역국이었답니다.그제사   야밤인 것을 깨닫고   언성을 높히는

신랑한테 눈을 힐기며 시계를 봤더니 2시가 넘은 시각~

남편은 술을 먹다가  말리와의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서  집으로 들어 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가게 아주머니께  오늘이 마누라 생일이라며 미역국 한 그릇을 특별 주문한 줄

알았더니 그것은 아니고  그냥  술안주로 나오는 것을  생각이 나서  포장을 부탁 드린

거라고 합니다.

어쨋든 결혼 8년째지만  이렇게  마누라 생일날 미역국을 챙겨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사람한테 받아본  생일 선물(?) 이제껏  받아본 적은 없지만  정말  특별한 선물이라서

감동의 바다에 푹 빠져 버렸답니다.

남편은 술에 취해가지고도  축구를 보겠다며 거실에 누웠더니 어느새  잠이 들고~

전 그런 남편의 잠자리를 봐 주고서 아이들과 안방에서   편하게 잠이 들었지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 뜨면서 울신랑 맨 처음 하는 소리"어어제 축구 우찌 됐노?"

하면서  속이 쓰린 지 냉장고 문을 열면서   큰 소리로 묻습니다~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특별히  어제 새벽  승리의 여신을 보내 주셨다아이가~

우리나라가 이겼다~ 것도 3대 0에서 동점을 만드는 기적을 연출하면서 말이지"

오늘은 정말  축구 역사에  영원히 잊지 못할 날이기도 했지만

전 남편으로부터 또 잊지 못할  특별한 생일 선물(?)을 받았기에   또한 잊지 못할

그런 날로 영원히 기억될 것같습니다.

하지만  나이 한 살 먹는다는 그 자체는 해를 더할 수록  서럽기만 하네요..흑흑흑

나이 들수록  아름다워지는  지혜를 어서 깨우치는  켤코 추하지 않는  그런  멋진 여인이

되고 싶은 소망을 품고   오늘도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