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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결혼을 하고 보면 선택과정이 잘못되었든 진행과정이 잘못되었든 간에 여러 가지 갈등이 발생하고 그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계속되면 이혼을 생각하게 된다. 대부분의 한국 여성들은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애쓰고 적응하려고 애써보지만 대화가 불가능해지고 계속 가슴이 답답해지고 화가 쌓이게 되어 지속적인 갈등상태에 들어가게 되면 이혼을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잘해 보려고 애쓰고 노력하지만 이것이 단순 노력이나 참고 살기만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이혼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주위 사람은 멋도 모르고 남자란 다 그런 거야! 누구나 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는 것이야! 만족한 결혼이 어디 있어? 너무 기대가 커서 그런 것이야, 포기해! 자녀들을 생각해야지! 친정부모 걱정시키지 마라! 등등으로 이야기 하지만 사실 당사자가 당하는 고통은 그 누구도 모른다.
이혼을 오죽하면 생각하랴! 이혼을 하는 사람은 어딘가에 성격결함이 있거나 문제가 있거나 상대가 아무리 나빠도 무언가 여자가 잘못해서 그런 점이 있다거나 아무리 남자가 엉망이어도 여자하기 나름인데 여자가 너무 칼칼하고 냉정해서라는 등 실제 피해자의 내용에는 공감을 하지 않고 밖에서 자기 눈에 비친 내용대로 자기 선입관, 가치관에 따라 논평할 뿐인데, 이러한 견해와의 싸움이 이혼문제, 나아가서 여성자신의 주체성 확보에 벽과 같은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사회의 통념, 주변의 시선, 주변의 평가, 주변의 몰이해, 가까운 가족조차도 비난하거나 무조건 이혼은 안 된다는 태도로 일관될 때 소위 유린된 여성의 인생은 구제 받을 가능성은 없어지고 극단적이 된다. 그래서 도저히 이혼하지 않고는 죽을 것 같은 여성들이나 강하고 주체적인 일부 여성들만이 이혼을 할 수 있게 되고 나머지 여성은 포기, 체념(소위 적응의 길)하거나 혹은 울화병, 우울증 등 환자의 길로 걸어 내려가게 된다.
지극히 잘못된 결혼, 조정되지 않는 갈등, 상대의 성격장애 등은 이혼을 해야만 된다. 이혼을 해야만, 그 과정에 들어가야만 조정될 가능성이나마 있다. 당사자의 고통(사소한 듯 하면서도 일상생활의 지속적인 답답함, 분노, 벽과 대화하는 듯한 단절감, 언제 해결될지도 모르고, 무엇을 위해 참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세월만 가는)은 당사자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친정부모, 친정가족까지도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결혼 전에는 부모에게 사랑도 받고 유복하게 자라다가 시집간 후에는 제 얼굴에 침 뱉기라 생각해서 친정부모에게도 알리지 않고 제 혼자 끙끙 앓으면서 모든 고생 다하면서 몇 년을 살다가 나중에야 이야기해서 그때야 친정부모가 자기 딸의 실상과 딱한 처지를 알고는 분노하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곱게 기른 딸을 원수 같은 사위에게 준 후 친정부모라서 그저 전통적인 예법, 법도에 따라 사위, 시집한테 말 한마디 안 했는데, 오히려 그쪽에서 멋대로 딸을 비난, 곡해하고 매도하는 일이 벌어지면 억울하기 이를 데 없어진다.
사람이 오죽하면 이혼을 생각하랴? 또 자식이 있는 상태에서 오죽하면 이혼을 생각하랴? 거의 웬만한 여성은 대부분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쓰고 참는다. 이혼하려고 하는 여성을 단순윤리, 단순논리의 차원에서 매도하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운전 하다가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듯이 아무리 방어운전을 해도 저쪽 차가 난폭운전을 하면 여지없이 사고를 당하듯이 이런 경우에 걸리면 어떻게 피할 재간이 없어진다.
어느 여성이든 이혼을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은 중대한 사태가 장기적, 지속적으로 그 여성의 실존에 발생했다는 증후이다. 이혼을 단순히 예찬하거나 이혼을 무조건 부정시하는 태도는 피해야 한다. 우선 당사자 여성이나 주변도 그 여성이 일상생활, 부부생활, 대화생활에서 부딪치는 사소하고 반복적인 혹은 중대한 에피소드를 선입관의 개입 없이 판단정지하고 있는 그대로 들어보아야 한다. 차분히 당사자 여성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한편 주변(친정, 형제, 친구..)은 차분하게 그 여성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결론은 나중에 내도 된다. 그 사람의 고통, 답답함, 억울함, 분노, 슬픔을 그냥 들어보아야 한다. 조용히 말해보고 들어보면 어느 쪽 길이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한 여성이 오죽하면 이혼을 생각하랴? 내가 이혼을 생각하기 어렵듯이 당사자도 이혼을 단순히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변도 모르고 당사자도 정확히 모를 수도 있는 근본 요인이 엄연히 존재하며 잘못된 결혼으로 인해 이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