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농업안전 없이 먹거리안전 없다
1. 정보찾기 프로젝트~! 2006/12/01 18:37   http://blog.azoomma.com/help/237395
출처 : 안전 밥상

지난 19일 서울 시청 앞에서 ‘우리쌀 사수, 농업개혁 촉구 350만 농민대회’ 현장과 만났다. 오후 1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이날 집회는 전국에서 모인 1만5천 여명의 농민의 함성으로 여느 때보다 더 뜨거웠다. “농가부채가 1가구당 1억4천 만원”에 이르는 농업인의 현실 앞에서 실질적인 농가소득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과 농업개혁, 그리고 쌀시장 개방 저지 등 농민 생존권을 외치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날 버스를 타고 가면서 들은 라디오 방송들은 이러한 농민들의 외침이나 하루 일을 포기하면서 전국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열게 된 농민대회의 사연보다는, 대부분 시위와 그로 인한 교통 체증만을 알리고 있었다. 이런 방송을 들으며 시민들이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발을 묶여야 하는 상황에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농가부채 해결, 우리 쌀 사수, 농민생존권 보장

서정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쌀 수입을 두 배 이상 늘리고 소비자 시판을 허용하는 쌀 관세화 유예협상과 추곡수매가 4%인하 등의 현실이 농촌을 더욱 슬픔으로 내몰고 있다”고 하면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농민들도 “우리쌀 사수”, “농가소득 보장”, “농가부채 해결”, “식량 자주권 확보” 등의 글자가 새겨진 마스크, 피켓 등을 통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목소리를 알리고자 했다. 농민들은 농협과 청와대로 직접 가서 이러한 요구를 전달하려 했으나, 앞에 대치하고 있던 수십 부대의 전경과 전경차에 의해 곧 진입이 저지됐다.

사실 농민들의 구호는 우리에게 그리 낯선 말들이 아니다. 농가부채 해결이나 농가소득을 보장하라는 요구, 우리쌀을 사수하자는 외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대학 때 농활 가서 만난 농민 역시 그 당시에 몇 천 만원의 농가부채 때문에 그것을 갚아나가기도 어렵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농사일만으로는 자식 교육시키고 생활하는 게 어려워서 읍내에 출퇴근하면서 농사일을 병행하는 농가가 늘어났고, 농사짓는 것을 포기하는 집들도 계속해서 늘어나 들어가던 농활 마을이 아예 없어진 적도 있었다. 그들의 농가부채는 매년 줄기는커녕 이젠 억대에 이르는 액수로 점점 커지고 있고, 나머지 요구사항들도 계속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먹거리 안전과 농민문제 무관한가

최근 들어 ‘웰빙’ 열풍이 일면서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집단 식중독, 학교급식 문제, 불량 만두 파동 등의 사건으로 인해 우리 먹거리 안전 문제가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돈을 좀 더 주고서라도 ‘유기농’ 농산물을 사먹는 게 더 낫다는 사고가 팽배해지면서 밥상의 조용한 혁명을 일궈 냈다고 할 수도 있다. 온갖 매스컴에서도 밥상 위의 안전을 질문하고 “잘 먹고 잘사는 법”을 외친다.

이러한 광경 앞에 엊그제 일어난 ‘350만 농민대회’는 매우 묘한 대비를 이룬다. 대체 우리가 잘 먹고 잘 살자는 요구는 우리 나라 농민이 잘 먹고 잘 사는 것과는 무관한 일인가. 스스로 먹거리의 안전, 밥상의 안전을 외치고 있는데도 생산주체인 농업의 안전은 정작 불확실하다. 아니 우리는 우리가 먹는 먹거리 안전에만 관심 있을 뿐, 그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농민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다.

도시 소비자들은 토종, 유기농 농산물을 사기 위해 돈을 더 내더라도 ‘유기농’ 표기를 찾아 물건을 산다. 먹거리 안전으로 인해 한국산 유기농 농산물은 대규모 식품 제조업체에 의해 ‘녹색 먹거리’로 대량 상품화되어 다른 농산물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고급화되고 있다. 그 한편에는 배추 한 포기 당 500원 밖에 안 해서 아예 파는 것보다 배추를 그냥 썩히는 게 더 낫다고 하는 농민들의 현실이 있다. 그리고 식량자급율이 26.7%, 그나마 쌀을 빼고 나면 2.7%에 불과한 우리 나라 농업 현실이 있다.


다시 말하면 97.3%를 전부 수입에 의존하는 먹거리 시스템 안에 살고 있고, 가축사료로 쓰이는 옥수수는 99.9%를 수입하고 있는 먹거리 시스템 안에 살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러나 이 처참하기까지 한 현실은 웰빙 열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이지 않고, 우리의 관심에서조차 멀리 떨어져 있다.

진정한 웰빙, 밥상의 안전을 위하여

정작 우리가 사먹는 유기농은 우리 농산물 유통 구조 자체의 문제 때문에 사실 유기농인지 아닌지도 구별할 수 없는 게 허다하다. 출처가 불분명한 농산물을 먹으면서도 그것이 유기농이라고 믿고 먹는 게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강조하고 원했던 웰빙의 현주소일지 모른다. 아무리 안전한 먹거리를 먹고자 해도, 100% 수입사료를 먹고 키운 쇠고기를 먹는 우리가 과연 안전한 먹거리를 먹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세계 곡물 메이저라고 불리는 미국계 카길(Cargill)이라는 회사에 수입식량의 약 60%를 의존하고 있는 국가의 식량 정책 속에서 우리 식탁의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을까. 그러고도 쌀시장을 추가 개방하겠다는 정부의 판단은 먹거리 안전과 무관한 문제라고 하겠는가.

현실이 이러하다면 우리가 원하는 웰빙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게 단지 웰빙이라는 이름을 단 상품을 소비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자는 것인지 스스로 묻자. 만약 후자라면, 현재 웰빙을 대량생산화하기 보다는 그것을 저해하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바꾸고 소비자가 알고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가 더 중요할 것이다. 우리의 웰빙, 먹거리 안전과도 너무 맞닿아 있기 때문에 농민대회에서 외쳐진 농민들의 분노와 한숨 섞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함은 그래서 너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