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뭔가를 먹고 탈나는 경우가 많다. 멀쩡하게 잘 먹던 식빵도 이젠 속이 쓰려 먹지못한다. 달콤한 유혹에 못이겨 피자를 한조각 먹고 나면 꼭 체하고야 많다. 식당에서 빠알간 순두부 찌개를 먹고나면 얼굴에서 뽀드락지가 생긴다. 이러니 음식에 대해 그리 까탈스럽지 않던 나도 자연스럽게 음식을 가리게 된다. 그래서 얼마전부턴 가능하면 집에서 소박한 밥상을 차리려고 한다.
얼마전 밑반찬 거리를 사러 시장에 갔다. 마침 내가 좋아한는 마늘쫑이 야채가게에 나와 있어 새우랑 사서 집으로 왔다. 사실 재료는 샀지만 요리법을 모르는지라, 조카 셋을 키우고 있는 큰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는 대뜸 그거 버리라고 했다. 언니 말인 즉 마늘쫑은 여름에 나오는 것인데 지금 나온 걸로 보아 분명히 중국 수입산이라는 것이다. 이 겨울에 그렇게 먼곳에서 가지고 오려면 얼마나 많은 약품처리를 했겠냐 라는 게 언니 말이다. 언니말을 듣고 확인하니 마늘쫑을 묶은 매듭에 선명하게 마데인 차이나가 찍혀 있었다.
이틀전 국회는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의결했다. 그렇게 많은 농민들이 다치고,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틀도 되지 않아 신문지상에서는 그 일이 잊혀져 가는듯하다.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농민들만 피해를 보는 걸까? 그렇지만은 않다. 일상적으로 도시의 시장에서 만나는 농산물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시장에 나온 싱싱한 채소들에 무슨 약품이 뿌려졌을지를 걱정해야 하고, 무슨 병에 걸렸을지를 개개인이 확인해야 한다. 쉽게 하는 말로 밖에서 사먹지 말고 집에서 해먹어야 안전하다고 하지만, 원재료를 믿을 수 없다면더 이상 집에서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밥상조차 믿을 수가 없다는 거다. 이제는 거기에 더해 수입쌀까지 먹어야 한다.
사람들은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물건을 많이 만들어 팔아야 잘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농업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잘 사는 것이 뭘까? 기본적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쉽게 얻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 손에 돈은 많이 쥐고도, 기본적으로 믿고 안전한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주변에서 쉽게 구하지 못한다면, 돈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래서 경제성장을 위해 한국의 농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관료들과 학자들에게 요구하고 싶다. 수출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사람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먼저 제시하라고... 그럴 자신이 없다면 당장에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중단하라고... 국민들에게 먹는 것조차 안전하게 공급하지 못한는 정권이 무엇을 믿고 이리도 당당할 수 있는 걸까?
지금 아프리카에서는 금광을 개발하기 위해서 숲속에 살던 피그미족 말살정책이 대대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외신보도에서 이런 말이 나오면 농촌에서 농민들을 말살시키려는 우리 정부가 뭐가 다른가? 라는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