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혼자 있고 싶다
채은선 님
가을엔
가을엔 혼자 있고 싶다
겹겹이 세워둔 제도의 담을 허물고
훨훨 날아오르는 고추잠자리이고 싶다
가을엔
가을엔 나만의 색깔 옷
벗어 던져 버리고 초가지붕의
박 넝쿨 목에 두르고
넓게 열린 들판 정중리 길로
바람에 떠밀려 헤매이고 싶다
가을엔
가을엔 가면을 쓰고
음산한 동굴의 박쥐이고 싶다
검은 세상 활보하며 다정한 얼굴들 비켜서서
정신 나간 다른 모습으로 서 있고 싶다
가을엔
가을엔 그리움에 멍든 가슴
푸른 하늘에 깃발 같이 세우고
텅 빈 들녘 오가는 그네가 되어
외로움 지워가는 백치 여인이고 싶다
가을엔
가을엔 하루 종일
쓸데없는 생각에 부대끼다가
이렇게 간절한 시를 쓰며
허공으로 나를 던져 버리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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