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잎 따러가다
채은선 님

눈부신 유리창에 질식된 한낮
흔들리지 않는 나무들이 답답하다
부도 가난도 상관없는
올 사람 갈 사람도 상관없는 곳에서
눈을 감고 깊은 상념의 바다 건너
고향의 4월을 찾아간다
누에들의 뽕잎 갉아먹는
시원한 소낙비 소리 들린다
일곱 잠 잔 누에들 고치 짓기 위해
작은 입으로 안간힘 쓰면서
뽕잎 갉는 소리 요라한다
어서 뽕 따럭 가야지
많이 따서 뽕잎 수북이 올려 줘야지
분주하게 걸음 재촉하는 저것들
새 삶을 신명나게 재촉하는 저것들
새 삶을 신명나게 준비하는
작은 벌레들의 열정 좀 봐
기억을 더듬다가 눈을 뜨니
무심한 하루해가 중천을 넘고 있다
자! 누에처럼 부지런하게
뽕잎 움켜쥐고 오늘을 빚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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