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을려고 저도 잠수좀 해볼까
행복한인생의소설 2004/08/27 16:57   http://blog.azoomma.com/heeks/154959

 

봉지뒤면을 읽는법

 

작가 : 김연

 

 

거실에 다시 드러누워 야구 중계를 보면서 담배를 문다.

나는 야구를 광적으로 좋아한다.

쟁이도 연애적에는 좋아했는데 결혼하더니 관심이 시들해져서 이제는 혐오조차 하는 야구다.

 

따르릉~~~

" 여보세요? 엄마?"

" 그래 밥은 먹었냐?"

" 그럼요,나가서 사먹고 막 들어왔어요. 애는 이제 안울어요?"

" 잔다 지금..울다 지쳐서 .. 민이 어멈은 연락없냐?"

" 걱정마요. 가면 지가 어딜가 뻔하지...지 발로 들어올 때까지 그냥 두세요"

" 그럼 애는 어쩌구? 난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누가 민이 보구? 니가 볼테냐"

"제가 어떻게 봐요, 회사가야지... 저녁때는 아마 들어오겠지. 지가 잘한게 뭐있다구

오래 있겠어요. "

".... 이건..말 안할라구 했는데, 사실 나도 자존심도 있고해서 너한테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너들 이러는거 보니까 해야겠다"

" 뭔데요?"

" 저번에 니 동생 학비 말이다. 그거 민이 에미가 해줬다.  ..나두 말은 해놓구서 설마 그 큰돈이 어딨을라구 했지.  그냥 답답해서 해본 소리기두 하구...

  근데  민이에미가 돈을 부쳤드라. 등록금하라구...그러면서 너한테는 말하지 말라구 하드라.   ......   너 알면 자존심 상해한다구..

그돈 어디서 난거냐고 묻지도 않았다, 나는... 다 니가 번거 저축하고 쪼개쓰고 그래서

보내준건줄 아니깐.. 민이 에미한테 괜히 미안해지는거 난 싫다. 이번에  집 나간것도 그래서 내가 지금은 참고 있다만 들어오면 눈물 쏙 빠지게 혼을 내줄참이다.

집에서 먹고 놀면서 남편 벌어오는거 아껴서 저축해서 그거 못만들면 그것도 못난이지,

다 니가 고생해서 번돈 아니냐? "

"............!"

" 이번에 들어오면 너도 다시는 못그러게 따끔하게 말을 해라. 어디 애 엄마가 집을 나가? 알았지"

" ...알지도 못하면서,... 엄만 좀 가만히 있어요! "

" 이 자식이 어따대고 성질이야? 마누라 나간게 내탓이냐? 만만한게 에미라구

그래도 지새끼 우는것도 못보고 쩔쩔매길래 데려왔더니 ...당장 민이 데려가 이놈아!"

 

몇달전 친구놈이 급하다기에 카드로 돈을 기백만원 꿔주고 받지를 못해서

지금 그것 메꾸느라고 사실 여유가 없는 형편인데..

쟁이한테서 잔소리를 한달을 더 듣고나서야 겨우 놓여났는데..

 

어디선가 자동차 경적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소방차 지나가는 소리도 들린다.

옆집 초인종 눌리는 소리도 들린다.

시계초침이 돌아가는 소리조차 들린다.

 

평소에는 들리지도 않던 소리가 한꺼번에 나를 덮쳐온다.

 

거실을 뒹구는 라면봉지...

뒷면이 눈에 들어온다.

 

1.끓는 물 550CC(큰컵으로 3컵)에 면과 분말스프,후레이크를 넣고 4분간 더 끓입니다.

2.기호에따라 면과함께....

 

이런걸로 충분한 설명이 되는걸까.

나는 이걸 읽고도 라면을 끓이지 못했다.

아니 끓이긴 했으나 먹지 못할 라면을 끓였다.

 

좀더 자세히..

끓이는 법을 써줘야 옳은게 아닌가.

 

누가...

라면 맛있게 끓이기라고..뒷면에 좀 써 놓아 주시오.

누가...

쟁이가 살아가는 매일에 대해 알려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