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뒤면을 읽는법 다음편
행복한인생의소설 2004/08/27 15:32   http://blog.azoomma.com/heeks/154927

 

봉지 뒤면을 읽는법(상)

 

 

작가 김연

 

 

대충 점퍼를 걸쳐입고 슬리퍼를 꽤신고서 현관을 나선다.

일요일 한낮의 해가 온통 내 눈을 향해 빛을 쏘아대고 있는것 같아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아파트 문을 나서면 김밥전문점이 있으니 거기가서 라면이든 김밥이든 먹자.

그리고나서 생각을 해보는거야.

 

" 어서오세요~. "

" 아줌마 여기 라면하구 김밥하나 주세요"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드릴께요."

 

김밥집 내부를 꽉 채우고 있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문득 쟁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쟁이가 김밥을 싸는 날이면 이렇게 온집안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었다.

그래두 쟁이가 싸는 김밥이 먹을 만은 했지..

 

김밥을 하나 집어 입속에 넣고 씹는다.

무슨 맛인지 도통 맛을 못느끼겠다.

아마 술 때문 이리라...

 

허기가 가시고나니 다시 생각 할 만한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버틴다 쳐도

내일은 어떡하지.

이놈의 쟁이가 안돌아오면 애는 엄마더러 계속 봐달라 해야하나.

엄마도 출근하는데 안봐준다하면 어떡하지.

내가 찾으러 갈 줄 알고 이놈의 여자가 지금 배짱이지.

지가 갈 데가 어딨어. 친정간거지..

내가 데리러 가나 봐라..

애초에 버릇을 잘 들여야지, 집 나가고 하는 못된 짓을 어디서 배워가지고..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서 뿔 난나고 지가 시집에 잘 하기를 해,

남편을 하늘같이 떠받들기를 해.

다른 여자들 처럼 돈을 척척 벌어오기를 해.

이번에는 내가 가만히 안둘 참이니까 어디 들어오기만 하라구..

 

김밥을 두 줄 더 포장해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전의를 불태웠다.

 

엘리베이터는 제일 꼭대기 층에 가 있어서  기다려야한다.

난 이런게 제일 싫다.

멍하니 정신을 놓고 숫자가 15였다가 14로 바뀌는걸

속으로 따라 헤이는 일이 너무나 지루하고 멍청이짓 같다.

 

" 어머, 민이 아빠시네? 안녕하세요? "

" 아...네..안녕하세요"

" 아유..저 기억안나시나부다 , 호호 저는 민이엄마하구 저번때 양재 같이 배운 호야엄마에요

전에 한번 길에서 인사드렸었는데..그럴 수도 있죠 뭐. 그 때도 밤이었구 하니까.호호호"

 

여자 참... 호들갑스럽긴...

이런 여자하구 친구란 말이야?

친구는 좀 가려서 사귀라니까 내말은 이렇게 안듣는다니까.

 

" 그나저나 민이 엄마가 애아빠 자랑을 하두 해서 다시 한번 만나면 꼭 자세히 봐야지

햇는데 오늘 뵙네요.호호호"

" 허허..제 자랑을요? 뭐 자랑할게 있다구요.."

공연히 기분이 으쓱하다.

" 아이 왜요, 남자들 반찬투정하는데 민이아빠는 그런거 전혀 없다면서요.? 게다가

일요일에는 빨래도 돌리시구 청소도 해주신다면서요, 장에도 같이 간다구 먼저 나서신다면서요..호호호 부럽기두 해라"

도대체 쟁이란 여자는 뒤에서 날 씹은거야, 아니면 진짜로 이렇게 말을 하구 다닌거야?

갈피를 잡을수가 없어서 대답도 못하겠군.

 

" 아..그건 그렇구, 저번에 민이 엄마가 아르바이트로 한복만든거 좋은값에 넘긴다 하든데

돈좀 되죠? 계속하면 꽤 들어온다구 하는데 민이 엄마는 손재주가 있어서 아마..

못해두 아이구..벌써 왔네?"

 

다행이 엘리베이터가 때맞춰 띵~ 하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내앞에서 열려줬고

나는 간단히 목례를 하고서 7이라고 써있는 숫자를 다급히 누른다.

 

무슨소리야..이게..

아르바이트로 한복을 만들어?

뭐 배운다 어쩌구 하길래 돈 많은 여편네들 흉내내고 싶으냐고 내가 한마디 한게 그럼..그거란 말인가?

 

그럼 돈은 벌어서 어디다 썼단말인가..

도무지 알수 없는 노릇이다.

친정에 줬나? 아... 그럴수도 있겠다.

나몰래 벌어서 할짓이라곤 고따위 짓이겠지..

아니면 이 여자가 어디 카드빚이라도 있는건 아니야?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상상이 나래를 편다.

 

고개를 가로 저어서 생각을 끊어버린다.

 

음...

일단 쟁이가 들어오면 족쳐봐야지.

들어오기전에는 찾지 않을것이다. 어림도 없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