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꿈꾸는 라면
작가 김연
(전편에 이어서 계속)
속이 비어서인지 울렁울렁한다.
마치 식용유 한컵을 들이킨 느낌이다.
빨리 집에가서 양푼에 밥 비벼서 먹어야지 하는 생각뿐이다.
스탭들이 정리를 하기 시작하고
나도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서
작별인사를 하기위해 그녀를 눈으로 찾는다.
어디갔지?
안보이네 ..싸가지 없다고 하기전에 인사라도 하구 가야하는데..
스튜디오 구석 작은 의자에 앉아서 통화를 하고 있는 그녀의 등이 눈에 들어온다.
뒷 목선에서 엉덩이까지 흐르는 선이 곱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런 뒷모습을 가진 여자는 흔치 않다.
통화를 방해할까 싶어 조용히 다가가서 기다린다.
본의 아니게 그녀의 통화 내용이 다 들린다.
" 지겨워, 증말..아줌마 없는데 어쩌라구, 라면 먹으란 말야
라면은 뒤집어 쓰라고 있는게 아냐, 또 뒤집어 쓰고 싶어서 난리야?
라면이면 된거지 더 뭘 바라냐? 엉?
더 좋은거 먹구 어디다가 힘쓸라 그래?
힘쓸데도 없는 인간이...
라면이라도 멕여주면 고마운줄을 알아야지
나이 서른셋에 생과부된 여자한테 미안한줄을 좀 알란말야..
그리구 병원도 인제 가지마! 가도 아무 소용없는거 괜히 소문만 나니까..
라면 먹구 설거지 해놔.
힘은 그런데 써야지, 안그래?"
그녀의 목소리가 뱃속 깊숙히에서 나온다.
나는 인사를 생략하기로 하고,
가벼운 걸음걸이로 건물을 빠져나온다.
지하철 안에서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하하하하.
지금쯤 그 허우대 멀쩡한 그녀의 남편은 라면을 먹고 있을것이다.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네..
양푼 비빔밥 말고 라면을 끓여서
라면 용기에 이쁘게 담아서
상을 차려서 김치에 먹어야 겠다.
가끔은 가진게 없어서 행복한 일도 있는 법인걸...오늘 알았다.
어느새 울렁거림도 싸악 가시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