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젊은 신부...은교
꼬마의 일상 2011/02/10 09:11   http://blog.azoomma.com/ggomamiae/282622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
'내 안의 쉼표 - 감성여행'
이라는 프로가 있다.
문학가와 그의 지인이 함께 짧은 여행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멋진 풍경과 삶의 모습들과 함께 흐르면서
문학가들의 여행에서의 느낌과 작품속에서의 고운 글귀들이
자주 화면에 나와서 보는 내내 행복한 프로그램이다.
 
어느날 우연히 보는데 소설가 박범신씨와
영화작가와 재즈피아노연주가 이렇게 셋이서 떠나는 여행에
꼬마는 눈과 귀만 가지고 함께 떠났었다.
 
거기서 알게 된 박범신씨의 신작...
 
책을 읽을때 버릇이.. 꼭 겉 표지를 다 벗기고 읽는다.
그런데 벗기고서 한껏 미소를 지었다.
속표지 색이 너무 고와서~
 
그리고 소설 중간 중간
참 많은 싯귀가 인용되어 있어서
그것도 좋았다.
 
어젯 밤에 다 읽었다........
 
은교2.jpg

 

박범신 작 『은교』

 

너를 거기

구름 젖은 길가에 두고 떠날 때

 

나는 매번

류머티즘에 걸린다

 

나의 젊은 신부여

너는 내 모든 관절에 위치해 있다.

 

- '젊은 신부'에서 -

 

평생 원고지를 고집했던 작가가 처음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쓴 소설 『은교』. 『은교』는 과연 어떤 소설일까.
소설의 간략한 줄거리를 살짝 엿보면 다음과 같다.

위대한 시인이라고 칭송받던 이적요가 죽은 지 일 년이 되었다. Q변호사는 이적요의 유언대로 그가 남긴 노트를 공개하기로 한다. 그러나 막상 노트를 읽고 나자 공개를 망설인다. 노트에는 이적요가 열일곱 소녀인 한은교를 사랑했으며, 제자였던 베스트셀러 『심장』의 작가 서지우를 죽였다는 충격적인 고백이 담겨 있었던 것. 또한 『심장』을 비롯한 서지우의 작품은 전부 이적요가 썼다는 엄청난 사실까지!
이적요기념관 설립이 한창인 지금, 이 노트가 공개된다면 문단에 일대 파란이 일어날 것이 빤하다. 노트를 공개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 Q변호사는 은교를 만나고, 놀랍게도 서지우 역시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을 듣는다. 은교에게서 서지우의 기록이 담긴 디스켓을 받은 Q변호사는, 이적요의 노트와 서지우의 디스켓을 통해 그들에게서 벌어졌던 일들을 알게 된다.

이적요는 자신의 늙음과 대비되는 은교의 젊음을 보며 관능과 아름다움을 느꼈다. 자신을 “할아부지”라고 부르며, 유리창을 뽀드득 소리 나게 닦는 은교의 발랄한 모습을 보며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청춘’을 실감하기도 했다. 한편, 서지우는 은교를 바라보는 이적요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은교에 대한 집착이 커져갔다. 정에 넘치던 사제지간이었던 이적요와 서지우의 관계는 은교를 둘러싸고 조금씩 긴장이 흐르기 시작하고, 열등감과 질투, 모욕이 뒤섞인 채 아슬아슬하게 유지된다. 그리고 서지우가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 후, 이적요는 조금씩 생명력을 잃어갔다. 이적요는, 정말 서지우를 살해했던 걸까. 이적요는, 정말 한은교를 사랑했던 걸까.

소설『은교』의 키포인트는 다름 아닌 ‘갈망’에 있다. 예서 ‘갈망’이란 무엇인가. 이는 간절히 바란다는 뜻이다. 소설 속 주인공 이적요를 핑계 대고 자신의 욕망을 투영했다는 작가에게 ‘갈망’이란 단순히 열일곱 어린 여자애를 탐하기 위하는 데 쓰이는 감정만은 아닐 것이다. 갈망은 이룰 수 없는 것, 특히나 사랑의 갈망은 이미 절망을 안고 있다는 데서 보다 근원적인 어떤 감정이 아닌가.

작가의 말
내가 미쳤다. 이 소설을 불과 한 달 반 만에 썼다. 정말이지 폭풍으로서의 질주였다. 창밖엔 자주 북풍이 불어재꼈고 자주 폭설이 내렸다. 나는 세상으로부터 먼, 우주의 어느 어둑어둑한 동굴에 혼자 들어앉아 있는 것 같았다. 내 안에서 생성된 날 선 문장들이 포악스럽게 나를 앞으로 밀고 나갔다. 나는 때로 한없이 슬펐고, 때로 한없이 충만했다. 겨울 숲처럼 ‘쓸쓸하게 차 있고 따뜻이 비어’ 있었다.

다 쓰고 났을 때, 몸 안에서 무엇인가, 이를테면 내장들이 쑥 빠져나간 듯했다. 나는 쭉정이가 되어 어둔 방구석에 가만히 누웠다. 그리고 보았다. 저만치 흘러가던 나의 젊은 날이 어느새 돌아와 내 옆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5월의 물푸레나무처럼 내가 다시 푸르러졌다고 느꼈다.
어느덧 봄이었다. 나는 햇빛 환한 봄 길로 걸어 나갔다. 민들레 홀씨만큼 몸이 가벼웠다. 바람으로 천지를 흐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길 끝에 서서, 막 세수하고 난 어린아이처럼 킥킥거리고 웃으면서 흥얼흥얼했다.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 in the wind-친구여, 모든 해답은 나부끼는 바람 속에 있다, 라고 나는 노래 불렀다. 놀랍게도 봄이 예민해진 내 젊은 살(肉)을 산지사방으로 부드럽게 관통했다. 오랫동안 ‘갈망’해온 길이었다. 행복했다.                          -  모셔온 책 평 -

 

 
♬ 부활 - 비밀
(오랫만에 보컬로 박완규씨가 참여해 만들어진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