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듣는다
정재분
놋그릇은 숨을 쉰다
두드리고 두드려서 만들어진
붉은 그릇은 어우러진 삶을
소담스레 제 안에 담는다
다소 무거운 예의범절을
하여도 때로는 훈김 따위에
파랗게 질리기도 한다
가만히 서랍 속에 포개 두어도
기다림을 헤아리다 토라지는
애인처럼, 해맑음을 잃어버린
느리게 피를 뿜는 그녀의 심장을
먼 데서 보고 있는 사람아
손을 내밀어 잡을 것인가
일회용이 아니라고
손길 여하에 따라 새로워진다고
그녀는 파리해진 놋그릇 얼굴로
귀를 열고 그대를 듣는다
탁해지면 닦고 다시 닦는,
포기하지 않는 모든 것을
사랑이라 쓰면서
.
.
.
♬ Jette Torp - Talk to Me While I'm Liste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