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통장
산능선/정동윤
사랑의 통장을 하나 만들어 보세요.
그리움이나 보고픔을 차곡차곡
저금시켜 두었다가
사랑만으로 인출되는 독특한 통장입니다.
사랑의 통장은
아무리 많이 인출하여도
작은 그리움 하나로 금방 채워지므로
특히 열정 넘치는 분에게 편리합니다.
사랑의 통장은
아무리 자주 인출하여도
수수료가 없으며
금액의 작다고 거절 하거나
함부로 이리저리 가라 하지도 않습니다.
사랑의 통장은
은행이 잠드는
토요일이나 공휴일에 오히려 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흐린 날 카페나 호젓한 산길에서도 편리합니다.
사랑의 통장은
은행 문이 열릴 때까지 서성대지 않아도 되며,
마감 시간이 지났다고 불평 듣거나
번호표 들고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사랑의 통장은
첫눈에 너무 많이 인출하여도
마이너스가 되지않고
인출한 사랑보다 다음날
더 많은 그리움으로 저축이 됩니다
사랑의 통장은
각자가 인출하지만
함께 사용하면 즐겁고
금액은 서로 다르지만 한도가 없으므로
경쟁적으로 인출을 권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통장은
슬픈 만남이나 이별을 생각한 날은
통장의 잔액이 파격적으로 줄어드므로
슬픈 사랑으로 애태우지 말아야 합니다.
사랑의 통장은
해약하면 손해가 너무 큽니다.
붉은 글씨로 적힌 해약의 고통은
눈물겹기에 어떤 경우라도
해약은 피하도록 요청합니다
사랑의 통장은
반드시 상대가 있어야 발행되지만
상대의 수를 제한하지는 않으며,
통장 하나로 종합하여 관리하기도 합니다.
사랑의 통장은
전생에서 이승으로 후생까지도 이어지며
빌려 주거나 상속할 수가 없고
바빠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랑의 통장은
불륜으로 법정에 서는 경우가 있지만
불륜의 사랑도 사랑이므로
가장 곤란합니다.
이따금 수상한 고액의 수표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통장은
저축만 하고 인출은 전혀 하지 않는
짝사랑 통장도 있지만
심사가 까다로와 발급이 너무 어렵습니다.
사랑의 통장
이자는 풍성한 감성으로 지급합니다.
사랑의 은행장이 책임집니다.. 실은 글이 넘 길어서 올리기가 주저 댔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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