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라고 큰며느리인 저는 벌써부터 고민이 많았답니다.
점점 우리한테 기대치가 높아지시는 시부모님의 희망에 딱 맞춰서 해 드리지 못하는 까닭에 어지간히 속도 상해 있었지요.
게다가 동서네는 나하고 한마디 상의도 없이 혼자서 적당한 선물로 때우고,
토요일에 내려가겠노라고 전화드렸더니 시어머님은 시큰둥하시더군요.
웃고 반겨줘도 시댁이라는 곳은 영 내키지 않는 곳인데 시큰둥하신 어머님의 목소리 들으니 가기전부터 맥이 빠지더군요.
그래도 어쩝니까.
저녁에 술안주라도 할까 싶어서 햄스빌 베이컨 챙기고,
아침 일찍 출근하시느라 아침을 거의 못 드시는 아버님을 위해 생식 하나 준비하고,
또 현금도 준비하고,
그래도 부족해서 수박 큰걸로 골라서 들고 갔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핑게로, 사실 두 아이들 건사하기도 나름대로 벅찬데 어른들은 둘이 벌면 떼돈을 버는걸로 아시는가 봅니다.
내미는 봉투를 받으시면서도 ′뭐하려고 주느냐?....′는 말 한마디 없이 기다렸다는 듯이 받으시더군요.
씁쓸해도......나는 큰며느리.....
동서는 어머님과 의기투합했던지 외식을 하자고 하더군요.
외식하면, 그 돈은 누가 내라고...
항상 적당한 핑게로 도망가버리는 동서네를 알기에 우리 형편 뻔한데 도저히 외식 감당이 안되겠더군요.
그래서 아버님께 그냥 통닭이나 한마리 시켜서 맥주나 한 잔 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먹는 것이 다는 아니기에...
또 서운해하시는 어머님의 눈빛이 느껴졌지만 어른들 말로 먹고 죽을래야 죽을 돈도 없는데 명목만으로 외식하고, 또 그 대금때문에 눈치보는 것도 이제는 지겨워서 혼자서 주방에서 뚝딱거리고 만들었습니다.
베이컨과 팽이버섯, 고추를 말아서 안주를 만들고,
김장김치 맛스럽게 썰어 내고,
배달된 통닭과 맥주를 준비했습니다.
콜레스테롤 높다고 싫어하시던 어머님도 조금 풀리시는 것 같더군요.
참,,,,,속으로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애써 웃으며 대접해 드렸습니다.
언제부터 어버이날이 이런 의미로 퇴색되어버린건지...
나도 어머님처럼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될지...
내 아들에게만은, 내 며느리에게만은 넉넉한 시어머니가 되고 싶은 어버이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