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큰 달에게..
기본 주제방 2005/02/24 15:20   http://blog.azoomma.com/gandt1003/183233

참, 에피소드 하나 더..

 

정월대보름..

어제였는데 우리 집은 그런 거 별로 안챙기고 사는지라 오곡밥 같은 건 해 먹지도 않았다.

물론 주는 데도 없으니 그렇게 넘어가도 별 문제가 안된다.

 

그런데 어린이집 갔다 오자마자 낮잠을 한 숨 잔 재혁이는 잠이 안오는지 11시가 다 되도록 까불고 다닌다.

어떻게 좀 재워보려고 비디오를 틀어주겠다고 꼬셔서 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엄청 큰 달이 보고 싶단다.

엄청 큰 달?

아~~~~~보름달......

선생님이 그 달에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단다..

 

베란다 문을 열고 밖을 봐도 이미 달은 다른 쪽으로 이동해서 보이지가 않는다.

복도쪽으로도 가 봤지만 달은 안 보인다.

실망한 재혁이..

덩달아 서운해하는 정원이.

 

내일 달님한테 소원빌자고 아무리 말해도 오늘 꼭 해야 한다는 재혁이.

할 수 없이 스케치북에 커다란 달을 그리고 거기에 소원을 적자고 했다.

달은 무슨 색으로 그릴까? 했더니...

대뜸 빨간색을 고르네...

나는 노란색으로 그리자고 조심스럽게 말했더니...

"아니야, 원래 달도 빨간색이야. 밤이니까 노랗게 보이는 것 뿐이야..."

내가 알 수가 있나..

그러던지 말던지...

피곤한 나는 얼른 끝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비스듬히 엎드려 버렸고,

재혁이는 혼자서 꼼꼼히 색칠하고,

정원이는 덩달아 "달님안녕"책을 가지고 와서 달님표정 흉내내고 있고...

 

졸고 있는 나를 깨우면서 달님을 다 그렸다면서 소원을 빌잖다..

"재혁이는 키 많이 크게 해주시고,(밥을 잘 먹어야크지..)

정원이는 울지 않게 해 주시고,(니가 안 괴롭히면 안 울어!!)

아빠는 말썽피우지 않게 해주시고,(말썽쟁이 우리 아빠..ㅋㅋ)

엄마는 맛있는 요리 많이 해주세요(제일 어렵군..)"

별로 중요할 것 같지도 않은 소원을 빌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재혁이 어린이집 가방속을 보니 "정월대보름에 하는 일"이라는 종이가 있다.

"오곡밥먹기,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소원빌기.."

이거 때문이었군..

그나마 소원빌기는 해서 다행이다...휴..

 

아침의 작은 행운 하나..

아침부터 둘이 싸우길래 달래보려고 투니스를 한봉지 줬는데.....

그 속에서 "한봉지더"가 나왔다...

아마도 달님이 우리 재혁이 소원을 들어주시려나...

과자 많이 먹으면 키 안크는데......

그래도 오늘 하루 기분좋은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