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별명은 아프리카껌둥이~
기본 주제방 2005/02/04 17:14   http://blog.azoomma.com/gandt1003/180092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화장발이든, 살이 쪄서든간에 피부빛에 그렇게 신경쓸만큼 까맣지는 않다.

하지만 내 어릴적의 별명은 "아프리카껌둥이"였다.

전라도에서도 엄청난 시골에 살았던 까닭에 여과없이 비추던 햇빛을 받으며 자랐으니 그야말로 피부는 까만색 자체였다.

구리빛의 윤기나는 까만색이 아니라 못 먹어서 버즘이 가득한 까만빛의 피부.

우리 식구중에 그렇게 까만 사람이 없건만 나만 유달리 까맿던 이유는 내 편식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벌꿀을 짜고 남은 밀랍을 먹은 탓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어른들이 그렇다니까 짐작만 하는 형편이고...

 

그래도 난 참 당당했다.

워낙 똑순이 소리를 듣고 지낸지라 피부가 검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해본 기억은 거의 없었으니까 "아프리카껌둥이"라는 별명을 듣더라도 한 번 웃어주면 그만이었다.

또 그렇게 말하는 친구들도 나와 별 차이 없이 까맸으니까.

 

하지만 초등학교2학년때 도시로 전학을 온 나는 참으로 슬펐다.

암만봐도 나처럼 얼굴까만 친구는 없었으니까.

고작해야 한학년에 두반이었던 시골학교와는 비교도 안되게 12반이었던 큰 학교로 오면서 더욱 더 기죽고 부끄러움이 생기기도 했던 것 같다.

 

한달에 한번 목욕을 할까말까 했던 시골과는 비교도 안되게 일요일이면 이상한 바구니를 들고 대중목욕탕으로 향하는 친구들을 보고 참 재밌게도 생각했고,

그래서 피부가 하얀 건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 봤다.

왠지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고나면 저렇게 하얗게 변할 수 있을 것 같았건만 우리 엄마는 돈 아낀다는 생각으로 단 한번도 대중목욕탕에 데리고 가 주시지는 않았다.

일부러 이태리타올로 얼굴을 박박 문지러보기도 했었다.

 

나이 어린 초등학생이지만 그런 유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어찌 생각해보면 서글픈 추억이기도 하다.

 

"우유급식"이라는거...

그런 것이 도시의 학교에는 있었다.

2교시가 끝나면 우유당번이 우유를 가져다주고 우유를 먹는 아이들의 이름을 호명해서 던져주고..

 

나는 어릴 적부터 비위가 약했다. 

멀미도 기본으로 했고, 이상한 냄새만 맡으면 왜 이렇게 구역질이 나던지.

그런데 하얀 우유를 보고 우리 엄마한테 진짜 많이 졸랐다.

그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을 먹는 친구들은 한결같이 하얀 피부였으니까..

 

코를 막고 우유를 마신 기억이며, 처음 우유를 마시고는 배가 아파서 고생한 기억도 나고, 그래도 우유먹고 예뻐지고 싶은 나만의 꿈을 키웠던 그 시절이다.

 

서울우유 MBP우유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하니 그 때의 일이 떠오른다.

그 때는 우유하나도 제대로 못 먹을 시절이었는데 이제는 우유도 종류별로, 성분별로 각자의 취향에 따라 골라마시는 시대가 됐고,

거기에 하루라도 유제품을 접하지 않는 날이 없을만큼 각종 유제품과의 동거가 시작됐으니..

참 좋은 시절인것 같다.

 

"아프리카껌둥이"라는 추억의 별명을 떠올리면서 우유먹고 하애져보고 싶었던 그 철없던 시절의 행동들이 생각나서 행복에 잠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