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가씨가 준 옷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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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나는 한살차이다. 내가 한살이 더 많다. 아가씨는 작은 체구에 2살난 딸 아이가 있고 뱃속에 6개월된 아이가 있다. 아가씨는 결혼한지 4년차가 되어가고, 나는 이제 8개월이 되어간다.
아가씨는 남편은 돈을 잘 벌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내 남편은 불안한 직업에 그다지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
고모부나 울 신랑이나 모두 장남이자 종손이다.
울 시엄마 말씀에 의하면 아가씨는 세련되며 미적감각이 있고, 나는 편안 옷을 좋아하며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한다.
젊을 때 한푼이라도 아껴서 돈을 모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제 저녁 아가씨에게 전화가 왔다. 몇 번 안 입은 옷이 있는데, 자기도 아끼는 옷인데, 아이 둘 낳고 나면 별로 입게 될 것 같지 않다고 그리고 애들 걸을 때까지 기다리면 옷의 유행이 떨어질 지도 모르는데, 언니가 괜찮으면 입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옷은 자기 체구보다 조금 크다고 했다. 아이 하나 낳고 산 옷이라 그런 거 같다.)
나는 괜찮다고 했고 맞으면 입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은 후, 시엄마도 조심스럽게 그거 3~4번 정도 입었을까 하면서 1년 좀 지난 옷이라며 비싼 옷이라고 했다.
사실 나는 남의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싸더라도 나는 내 옷이 좋다.
아가씨의 성의를 무시하기도 싫고 비싼 옷이라는 말에 일단은 받아보기로 했다.
어제 집에 가니, 시엄마가 두벌을 꺼내셨다. 하나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시엄마가 아가씨네와 저녁식사가 있다고 해서 나가신 사이에, 하나의 옷을 입어 봤고 마음에 들지 않는 하나의 옷은 입어보지조차 않았다. 신랑은 둘다 괜찮다며 자꾸 입어보라고 권했지만, 내 쓰린 마음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신랑에게 나중에 난 비싼 옷 많이 사줘.. 그리고 내 옷 3벌 살때 아가씨 옷도 한 벌 사고.. 그렇게 까지 말했는데 입어보지 않는 옷에 자꾸 괜찮아보인다며 입어보란다.
나는 끝내 한벌은 입어보지 않고 시엄마 화장대에 잘 올려 놓고 한벌은 옷장 속에 잘 챙겨두었다. 속도 상하고 몸도 안 좋아 시엄마가 들어오시지도 않았는데 남편한테 양해를 구하고 잤다. 아침에 시엄마에게 말씀드렸다. 한벌만 입겠다고.. (나는 시엄마의 마음도 아가씨의 마음도 모두 좋은 뜻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두벌 다 입고 싶지는 않다. 나는 받기보다 내가 주고 싶다)
그리고 신랑에게 나머지 한벌 설마 입어보지 않았다고 하진 않았겠지 했더니 이미 말했단다. 눈치없이.. 그러면서 하는 말이 괜찮아 보이던데 하면서 입어나 보지 그러며 내 속을 또 긁는다.
나는 어제 월급을 받아 돈이 있다. 옷을 살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옷 대신 신랑에게 특별 보너스를 줬다.
신랑에게 나는 말한다. 나 꼭 나중에 옷 사줘야 돼.. 나는 마음이 쓰리다.
몇 년차 주부가 되면 이런 것에 신경 안쓰게 될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