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일요일의 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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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식구는 지금 감기로 고생 중이다. 시엄마는 며칠째 목감기와 몸살감기로 고생 중이었고 나 역시 몸이 으실으실 추우면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아가씨네 가시던 시엄마는 몸이 안 좋아서 몸을 추스리고 계셨는데 손녀(아가씨네 딸)가 아프다는 말에 토요일 오전에 건너 가셨다.
본인이 몸이 많이 아프시고 며칠동안 제대로 음식도 못드시고 독한 약만 먹었는데도 임신한 딸과 손녀가 걱정돼 가신 거다. 나와 남편은 토요일 내내 쉬었다. 쉬면서도 나는 빨래를 하고 청소기를 돌렸다. 물론 남편도 하지 말라고 했고 시엄마도 하지 말라고 했지만... 평소같으면 남편이 청소기를 돌릴텐데 그날따라 가만히 있는다. 무언의 시위로 나도 내가 그냥 혼자 했다.
일요일 아침.. 신랑이 없어져 보니, 시엄마 방에 가서 자고 있었다(옥매트 있음). 맨날 덥다 덥다 하는 사람이 무지 아픈가 보다. 오전 6시부터 온몸이 너무 아파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아프니까 날 안 깨웠던 거다. 너무 미안해서 가게 좀 잠깐 갔다온다고 했더니 같이 가자는 걸 간신히 말리고 나와 거리를 헤매였다. 약국을 찾아서... 일요일 아침이라 약국 문을 연데가 없었다. 몇 군데를 돌고 포기 상태에서 오니, 그 사이에 약국 문이 하나 열려 그곳에서 약을 조제하고, 뼈해장국 집에 갔다. 신랑이 며칠전 부터 뼈 해장국을 먹고 싶어했다. 그러나 난 애써 외면했다. 왜냐하면 난 이런 종류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신랑이 포장이 안된다고 해서 어떻게 사달라고 할까 고민했는데 왠걸 포장만 잘 해주었다. 약과 빼해장국을 사들고 집에 와서 뼈 해장국(다행이 신랑은 목감기는 아니었다) 먹이고 약을 먹이고 한숨 재웠다. 나는 몸이 좀 괜찮아진 거 같아(사실 신랑이 안 아팠으면 더 아파 누워 있었을 지도 모른다) 빨래를 개고 다림질을 했다. 점심을 무얼 먹을까 하고 있는데 시엄마가 거의 녹초가 되어 들어오셨다. 어제 2시간밖에 못 주무셨다며 잠 좀 주무신다고 했다. TV도 끄고 주위를 조용히 만든다음, 시엄마가 주무신 틈을 타 죽을 만들었다. 야채죽... 점심 먹는 것도 죄송스럽고 몸도 나도 그다지 좋지 않아 방에 들어와 쉬면서 안방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시엄마 깨시면 죽 드리려고.. 5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일어나셨다. 죽을 드리고 한 사발 다 드신다. 신랑은 시엄마가 깨시기 전에 점심겸 저녁을 먹었고 (남자들은 배가 고프면 그냥 먹나 보다. 아니 시엄마와 엄마의 차이인가) 난 이제 먹으려고 밥을 푸고 계란을 탁 깨었다. 솔직히 밥 맛도 없지만 약도 먹어야 하기에.. 시엄마가 좀 기운이 나신다 할 때쯤 아가씨네서 또 전화가 온다. 아기가 너무 아프다며 아가씨가 운다. 시엄마 휘청거리면서도 아가씨네 가신다고 해서 신랑과 같이 가시라고 했다. 그 순간 내 상차림때문에 나는 참 민망했다. 그 순간에도 먹겠다고 하고 있으니(시엄마는 내가 점심 굶은지 모르실 거다)...
어쨌든 시엄마와 신랑이 나가고 계란에 비벼 밥을 먹고 있는데 내가 참 한심해 보였다. 대충 밥을 먹고 이젠 참치죽을 쑤었다. 시엄마 내일 아침으로... 시엄마와 신랑은 금방 왔다. 애기가 괜찮아져서 왔단다. 떡을 사오셔서 먹으라고 했다.
신랑은 몸이 괜찮아졌다고 했으나 여전히 아픈 거 같고 시엄마도 아프니, 거기에다 나 아파라고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은 정말 순간순간마다 다른 거 같다.
기침으로 인해 똑바로 누워 잠들 수가 없었다. 새벽에 천둥 번개가 쳤다. 몇 번 잠을 깼다. 아침에 밥이 넘어가지 않아 그냥 출근했다. 우유로 빈 속을 채우는데 몸이 으실으실 춥고 코가 막히고 열이 난다. 긴장이 좀 풀린 거 같다. 약을 갖고 오긴 했는데 나는 아직 약을 먹지 않고 있다. 혹시나 해서 약 먹는 게 꺼려진다.
친정엄마에게 전화했다. 감기때문에 지난 토요일에 못간다고 전화를 드렸던 터라 목소리 최대한 좋게 하며 병원도 갔다오고 지금은 다 나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순간 눈물이 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