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대로 산다는 것
취향대로 고친 집, 취향대로 고른 가구, 취향대로 먹는 음식…. ‘취향’의 사전적인 의미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낱말이 지닌 가치는 그 이상의 무게가 있다.
좋아하는 가구나 물건을 평생 모으고, 젊은 시절부터 꿈꿔온 그림 같은 집을 마침내 짓는 일처럼 ‘취향’이 지닌 진정성은 한 가지 주제를 향한 믿음직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 ‘취향’이 주는 짜릿함은 그것을 통해 그 사람의 성품과 가치관, 살아온 이야기를 느끼는 순간에 있다. 헤이리 아트밸리에서 더 베이 갤러리&카페를 보는 순간 이곳의 주인은 우직하면서도 남다른 취향의 소유자일 것이라는 게 단번에 짐작되었다. 그리고 직접 만나보니 그 짐작은 딱 맞아떨어졌다.
따로 또 같이,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3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을 소개하자면 먼저, 설명이 좀 필요하다. 원래 ‘해비타트’라는 이름을 가진 이 건물은 다큐멘터리와 CF 감독으로 유명한 이홍석 대표의 작업실 겸 주거 공간. 지난해 12월 완공해 1층은 갤러리로, 2층은 카페 겸 요리 스튜디오로, 3층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1, 2층의 이름이 각각 ‘더 베이 갤러리’, ‘더 베이 카페’다.
2, 3층은 지난봄 완성했지만 1층은 여름까지 비어 있었다. 마땅한 주인을 찾지 못하던 차에 이 감독의 절친한 친구, 앤티크 전문가 조남수씨가 특별한 제안을 했다. 소수의 마니아층을 위한 갤러리를 오픈하자고 한 것. 원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예약제로 운영하고, 구경 오는 이가 없어도 맘 편하게 하루를 느리게 보내도 되는, 그런 공간이었으면 했다. 평소 그의 감각과 앤티크에 대한 애정을 알고 있던 이 감독은 주저 없이 OK를 했고, 지난 7월 드디어 건물 전체의 이야기가 채워졌다.
앤티크의 가능성, 더 베이 갤러리
조남수 대표는 국내에 빈티지 오디오를 처음으로 소개한 인물이다. 25년 전 미션 양식 가구의 거장, 구스타프 스티클리의 매력에 빠진 뒤 앤티크에 입문해 현재까지 앤티크 전문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컬렉션하는 앤티크는 심플하면서 견고한 멋을 지닌 것들. 지나치게 멋을 부리거나 권위적인 앤티크 대신 격을 갖췄으면서도 생활 속에서 가치를 갖는 실용적인 앤티크가 대부분이다. 더 베이 갤러리는 그의 컬렉션을 세 가지 테마로 나누어 꾸몄는데, 모두 1850~1900년대 초반의 가구들로 미국의 구스타프 스티클리,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19세기 프렌치앤티크를 만나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