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관 스님의 여름과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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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관 스님의 여름 과자
가지 4개, 전분, 우리밀가루 1/2컵씩, 찹쌀가루, 물 1컵씩 1 가지는 0.5cm 굵기로 제기처럼 썰어 마른 전분을 골고루 묻힌다. 1 제피는 생잎을 따 먹으면 충이 없어지고 따뜻한 성질이 있어 이롭다.
2, 3 돼지감자는 껍질째 썰어 물에 담가 녹말기를 뺀 뒤 천일염을 넣고 끓는 물에 데쳐 채반에 바싹 말린다. 이대로 먹어도 되고, 한 번 튀겨 부각으로 먹기도 한다.
경기도 이천 양지바른 산자락에 자리한 절.
이름난 미슐랭 셰프들이 감탄하며 다녀갔다는 감은사는 의외로 단출한 모습이다.
주지 우관 스님은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 원장이자 조계종 사찰 음식 전문위원이고,
세계적인 요리 행사 ‘스페인 마드리드 퓨전’에서 보리고추장을 선보인 주인공이기도 하다.
스님의 신간 『보리일미』(램프온더문) 발간 소식을 듣고 찾아간 절은 계절 덕분에 주변이 온통 푸르렀다. 사찰 주변의 무성한 잎들은 기자의 눈에는 그저 들풀인데 돼지감자, 머위, 장독대 위 허브까지 전부 때가 되면 상에 올린 식재료라고 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계절 공양이다. 뿐만 아니라 화살나무 새순, 지장가리 꽃대, 도라지 순, 생강나무 꽃, 솎아낸 어린 수박 등 우리 머릿속에 식재료로 입력된 것이 아닌 언저리 부산물도 주인공처럼 대한다. 뿌리만 먹는다고 들었던 돼지감자는 초봄에 뿌리를 먹고, 봄에서 여름까지는 잎차로, 겨울에는 꽃차로 마신다. 뿌리를 먹는 방법도 장아찌, 깍두기, 말랭이, 부각 등 다양하고 새롭다. 돼지감자는 보통 감자보다 조직이 치밀해서 여름 과자로 먹기 좋다. 감자 부각은 습한 여름에 쉽게 눅눅해지지만
돼지감자 부각은 씹는 맛이 괜찮다는 스님 말씀대로 돼지감자 차에 돼지감자 부각이
놓인 찻상에 둘러앉은 손들이 분주하다.
절의 돼지감자밭은 어디서 씨앗이 날아와 시작되었는데 한 평 밭이 어느새 산 아래로 번져 돼지감자 부자가 되었다. 보통 돼지감자는 가을에 수확하는데 스님은 경칩 무렵 캔다. 그 사연이 재밌다. 어느 해 가을, 스님이 너무 바빠서 돼지감자 수확 시기를 놓치고 아까워하며 겨울을 앓다시피 보냈다. 이듬해 봄, 땅이 녹기를 기다려 감자를 캐서 깎아 먹어보니 연한 배에 버금갔다. 겨우내 독이 싹 빠진 것이다. 이때부터 ‘돼지감자 경칩 수확’을 설파해 스님 제자들과 주변 사람들은 모두 봄에 움직인다.  계핏가루에 버무린 참외말랭이 기운이 냉한 참외에 열을 내는 계핏가루를 뿌려 먹으면 속이 편하다. 바싹 말린 참외말랭이는 뭐든 쉬이 눅눅해지는 여름날 다과로 내거나
아이들에게 과자 대신 주기 좋다.
재료참외 2개, 계핏가루 10g 만들기 1 참외는 속을 파내고 껍질째 0.3cm 두께로 썰어 채반에 널어 말린다. 2 물기가 약간 마르면 계핏가루를 고루 묻힌다. 3 다시 채반에 널어 앞뒤로 뒤적이며 말린다. 바싹 마르면 통에 담는다. 차와 함께 곁들여낸다. ?건조기에서는 40℃에서 26시간 정도 말린다.  당귀잎 정과 여름에는 무성한 당귀잎으로 정과를 만들어 애피타이저로, 간식으로 먹는다. 나른하고 지치는 오후에 당귀잎 정과를 하나 씹으면 그 향기에 잠이 싹 달아난다.
당귀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몸에 이롭다.
재료 당귀 200g, 물 1컵, 유기농 설탕 50g, 고운 소금 1/2작은술, 꿀 2큰술
만들기 1 당귀는 잎과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깨끗이 씻는다. 2 냄비에 물, 유기농 설탕, 소금을 넣고 끓으면 당귀를 넣은 뒤 센 불에서 끓인다. 3 팔팔 끓으면 약한 불로 줄여 국물이 거의 없어질 때까지 끓인다. 4 3에 꿀을 넣어 위아래로 뒤적인 다음 윤기가 나도록 조려낸다. 5 잎과 뿌리를 살려 채반에 담아 꾸덕꾸덕하게 말려 한지로 싸서 보관한다.  녹차 양갱 공양 후 입가심으로 커피 양갱을 내곤 하는데 여름에는 눈에 시원하라고 초록빛 녹차 양갱을 만든다. 달지 않고 녹차 향이 그윽하다. 입이 궁금할 때 하나씩 먹기도 좋다. 재료 녹차 잎 2g, 녹차 가루 15g, 한천 가루 10g, 흰 앙금 200g, 조청 1큰술, 물 1½컵
만들기 1 물 1/2컵에 녹차 가루를 넣고 저어 멍울을 풀어놓는다. 2 그릇에 한천 가루를 넣고 물 1컵을 부어 불린다. 3 불린 한천을 중약 불에서 기포가 올라오도록 저어가며 끓인다. 4 기포가 올라오면 1의 녹차 가루 물과 흰 앙금을 넣고 멍울지지 않도록 잘 저으며 풀어준다. 5 다시 기포가 올라오면 조청과 녹차 잎을 넣고 잘 저으며 끓인다. 6 준비한 틀에 물을 묻히고 5를 부은 다음 굳을 때까지 기다렸다 꺼낸다.  초봄에는 매화를, 여름에는 맨드라미를 쪄서 말려 꽃차를 준비한다. 지나갈 꽃들을 이렇게 즐기니 다탁이 풍요롭다.
우관 스님은 음식을 레시피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치를 헤아려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4월이라고 해마다 같은 것이 아니니 적힌 대로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돼지감자 사연처럼 책에서 읽은 지식이 아니라
스님이 직접 일하며 익힌 경험으로 재료를 건사하고 음식을 만든다.
매실 이야기도 세상의 소문과 다르다. 매실 씨앗에 독이 있다고 백일이 되면 건지고, 그 발효액은 끓여 먹어야 독이 날아간다 해서 주부들이 한창 분주했는데
스님은 일언지하로 정리한다.
신장이 무척 안 좋거나 변비가 심한 경우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매실 독보다 사람 독이 더 독하니 괜한 걱정을 말란다.
스님은 매실 발효액에 매실을 1년 동안 담가두었다가 이듬해 새로 담글 때 그릇을 비워야 해서 어쩔 수 없이 건진다.
원액은 항아리에 담아 몇 년씩 두고 발효하고,
건지는 매실 알맹이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은 뒤 소금을 조금 넣어 2차 발효를 시작한다.
소금 양은 매실 100kg 담근 건지에 한 주먹이면 된다.
소금을 넣으면 보글보글 발효가 시작되어 매실 맛이 진하고 맛있게 우러난다.
이를 한 달쯤 두었다가 한여름에 떠서 얼음을 띄워 음료로 내면 다들 맛있다고 난리다.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고 활용해 베풀고 대접받고 누리는 풍요다.
새순 나면 새순 먹고, 잎이 무성해지면 이파리 따서 먹고, 꽃 피면 꽃 먹고, 뿌리가 실해지면 캐서 먹는 그저 자연의 이치를 따른 삶이 바로 섭생이다.
새순에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에너지가,
여름에 나는 채소, 과일에는 강렬한 태양의 기운과 더운 여름을 이기는 찬 기운이 들어 있으니
때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먹으면 자연과 기를 주고받아 탈 없이 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물결 같은 삶은 산사나 낙향한 노부부에게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도시에 사는 기자가 반문하니 마트에 가서 제일 싸고 많이 파는 것을 사라고 한다.
오이 철에는 오이를 사서 생으로도 먹고, 볶아서도 먹고,
김치도 담그고, 장아찌도 담그면 같은 오이지만 먹는 방도가 달라져 기운도 달라진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새겨야 할 것은 식습관이 잘못 길들여지면 그것이 악순환을 낳는다는 것. 혀가 단순하고 자극적인 맛에 단련이 되면 새순의 쓴맛을 알아차릴 수가 없다.
마음은 생각만 바뀌면 바로 바꿀 수 있지만 육체는 물질이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음식이 중요하다. 사람은 살면서 먹어본 경험 치에서 맛있는 것을 찾기 때문이다. 스님 말씀에 ‘맛있는 것’을 잠시 떠올려보니 생활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렇게 사니 자연을 먹고 그 자연을 배출하고 생명을 주고받는 섭생의 삶에서 멀어질 수밖에.
스님 책의 제목이자 스님이 말씀하시는 맛의 마지막 단계인 보리일미(菩提一味)는 ‘최상의 진리를 깨우친 지혜의 깨달음’이란 뜻의 보리와 ‘한 맛’ 일미를 합친 말이다.
세상 모든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한 맛이 되듯, 모든 맛을 아우르는 깨달음의 맛이란 뜻이다.
맛의 가장 아래 단계인 혀를 자극하는 맛과 다음 단계인 자연의 맛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기자는 여러 번 읽고 들어도 보리일미가 먼 이야기지만 계절 공양은 마음에 담아두었다.
신기하게도 절을 나설 때까지 스님이 점심 공양으로 내주신 당귀잎의 향긋함이 감돌았다. 어릴 때 먹었던 음식이 평생을 가니 끊임없이 먹어야 한다던 스님의 말씀이 다시 새겨졌다.
꽃 같은 가지튀김과 보석 같은 양갱과 그림 같은 당귀 정과와 참외말랭이,
돼지감자 부각이 도시 엄마의 여름 과제로 남았다.
기획_이나래 | 사진_문덕관(lamp on the moon) 여성중앙 2016.06월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