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 물국
어릴 적에 아버님 생신날 아침이면 온 동네 어르신을 모셔서 아침식사를 대접했었습니다. 이 일은 아버님 살아 생전까지 계속 되었는데, 나는 구역을 나눠서 어르신들께 아침 진지를 하러 오시라고 일찌감치동네를 한바돌았습니다. 아버님 생신과 설날이면 어머님은 청포묵을 만들었는데, 녹두를 갈아서 나오는 녹말앙금으로는 묵을 쑤고, 앙금을 가라앉힌 후 단백질이 녹아 있는 윗물로는 묵물국을 끓여 주셨습니다. 그 윗물에 단백질이 녹아 있어서 간을 하면 몽글몽글 계란탕처럼 엉기는데,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고 국을 만들어 드셨을까요?묵물국 맛은 달큰~하고, 단백질이 몽글몽글 엉킨 맛은 마치 계란탕을 먹는 식감이 있어서 좋습니다.
묵물국이라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오산대학교인가? 어떤 교수님께서 올려 놓으신 글이 발견 되는 것을 빼고는 없는 것으로 보아대중적으로 어느 지역에서나 만들어 먹던 음식은 아닌가 봅니다.
그럼 만드는 방법을 알아 볼까요? 아래 만드는 방법은 어릴 적에 어머님이 만들던 모습을 기억해서 직접 재연해 본 것입니다.
아련하게 저의 뇌리 속에 남아 있던 어렷을 적 먹었던 묵물국의 맛이 다시 되살아 나는, 완전 감동적인 맛이었습니다.
만드는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녹두를 맷돌을 이용하여 따갠다. ( 따개다 : 반으로 가른다는 뜻으로 충북/경북 사투리입니다. 표준어는 "짜개다" 입니다 ) 2. 반으로 따갠 녹두를 물에 충분히 불린다. 3. 반으로 따갰기 때문에 녹두 껍질이 잘 벗겨집니다. 벗겨진 녹두 껍질은 조리(충북 음성군에서는 조랭이라고 부릅니다)로 건져서 버린다. 4. 녹두 속알맹이와 물을 50:50 비율로 넣고 맷돌에 간다. 저는 도깨비방망이를 이용해서 갈았습니다. 5. 고운 채에 받혀서 녹두비지는 비지장을 끓여 먹거나 녹두빈대떡을 만들어 먹으면 되고.. ( 녹두 빈대떡에는 쌀가루이 20% 정도 들어갑니다 ) 6. 걸러진 물은 앙금이 갈아 앉을 때 까지 기다립니다. ( 앙금은 맑은 물을 더 넣고 청포묵을 쒀 먹으면 됩니다 ) 7. 앙금이 가라앉은 맑은 물을 잘 따라서 이물을 이용하여 묵물국을 끓이는 것인데... 이 물속에 단백질이 녹아 있는 것입니다. 이 단백질이 소금에 들어 있는 간수에 의해서 응고되는 것입니다. 8. 이 물을 중불에서 끓입니다. 물이 끓어 오르기 전에 약간 신김치를 잘게 썰어 넣고 소금간(굵은 소금이어야 합니다. 맛소금은 안됩니다)을 합니다. 9. 물이 끓어 오르면 소금간에 의해서 아래 사진 처럼 하얗게 단백질이 응고되기 시작합니다. 10. 한번 끓으면 불을 끄고 국자로 살며시 떠서 국그릇에 담아서 먹으면 됩니다.
※ 취향에 따라서 쇠고기 간것을 볶아서 고명으로 얹으면 더욱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 낙만선비 브로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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