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과 간장, 두마리 토끼 한번에 잡기
기본 주제방 2014/04/16 05:45   http://blog.azoomma.com/finger310/287213
 
                     된장과 간장, 두마리 토끼 한번에 잡기


[한겨레]숨쉬는 제철밥상

인도네시아를 다녀왔다. 자바섬에 있는 생태공동체 '부미랑잇'에. 그곳 분들은 입만 열면 페르멘타리(발효)를 노래한다. 견학 손님이 오면 커다란 정자인 와룽에서 자신들이 만든 발효음식을 대접한다. 소젖 짜서 티베트 버섯으로 발효시킨 요구르트, 이스트 대신 자연효모를 길러 반죽한 통밀빵, 콩을 삶아 바나나 잎에 싸서 발효시킨 템페….

말로만 듣던 콩발효식품 템페를 함께 만들었다. 템페는 하루면 발효가 끝난다. 우리집 된장을 맛보여 주며 3년간 발효시킨 거라니 3년을 여기 묵으며 가르쳐 달란다. 영어단어 몇개를 온몸으로 버무려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먹고 일하고 한지붕 아래 잤다. 집으로 돌아오니 장독간에서 나를 부른다. 지난 2월16일(음력 1월 첫말날) 소금물에 메주를 넣어 담근 장이 40여일이 지나 1차 발효가 됐다. 이제 건더기인 메주와 국물을 갈라놓으면 건더기는 된장이 되고, 장물은 집간장이 된다. 내가 알기론 세상 어디에도 장 하나로 된장과 간장 두 가지 발효식품을 얻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된장은 굳은 양념으로 국, 찌개, 나물무침, 쌈장 여러 군데 구수한 맛을 내주고, 간장은 물과 같은 양념으로 거의 모든 음식에 간과 감칠맛을 내준다.


















'페르멘타리' 노래를 듣다 오니 우리 장이 더욱 감사해, 메주 건더기를 건지는 손길이 공손하다. 건진 메주에 메줏가루를 넣고 치대 된장 항아리에 담았다. 여기에 장물을 밥물 잡듯 자작자작 붓는다. 며칠 뒤 이 위에 고추씨 가루를 한 켜 얹어 된장이 마르는 것도 막아주고 칼칼한 맛도 보충해줄 거다. 귀농한 처음에는 된장 먹을 줄 몰라, 된장이 남곤 했다. 그러다 된장이 해를 넘기고 넘겨 3년을 숙성시키니, 그냥 먹어도 편안하면서도 맛이 깊다. 서툰 솜씨로 담가도 3년이란 시간을 발효 숙성하니 맛이 살아난다. 이 얼마나 고마운가.

묵은 된장 항아리들도 돌본다. 2013년 된장은 지난가을 메주 끓이면서 나온 콩진물을 부었더니 윤기가 흐른다. 팔을 넣어 위아래 고루 뒤섞은 뒤, 소금물에 불린 다시마를 맨 위에 덮어준다. 마르지 말라고. 3년 숙성시켜 먹으려면 이렇게 된장을 늘 촉촉하게 보관하는 게 비결이다. 돌아서 나오며 장독간을 보니 2014년 햇된장이 '형님' 된장들과 함께 서 있다. 기특하게.

올해 장물은 맑아, 달이지 않고 생간장으로 발효시키기로 했다. 생간장으로 한여름을 나려면 염도가 22도가 되어야 안전하단다. 염도를 재어보니 21도 안팎. 이 정도면 소금을 더 넣지 않아도 되리라. 만일 장물에 뭐가 끼었다면 장물을 달여야 한다. 불에 얹어 80도까지만 올려 달인다. 위로 뜨는 건 모두 건져내고 더 이상 뜨는 게 없어질 때까지. 장 하나 담가 먹는 작은 일이지만,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퍼즐 한 조각을 더 맞춘 기분이다.

장영란 <숨쉬는 양념·밥상> 저자odong1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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