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태평 개복치 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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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태평 개복치 군 파도가 없는 조용한 날이었다．그는 해류에 몸을 맡긴 채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유유자적하고 있었다．“지금 뭐하고 있는 중이야，혹시 일광욕? ” 육지에는 나무늘보，바다에는 개복치였다．바다에서 개복치만큼 천하태평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개복치는 바다에 떠서 잠을 자다 배가 다가가도 몰라서 붙잡히는 경우가 많다．몰라서 붙잡힌다? 개복치의 학명은 ‘몰라몰라(Mola mola)’이다．라틴어로 맷돌이라는 뜻．   연구조사를 하던 중 잡은 빨간개복치를 들고 있다. 연구팀은 14일 과학전문저널 사이언스에서 최초의 온혈어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 로이터=뉴스1 우리나라 근해를 비롯해 태평양 및 지중해 해역에서 서식하는 온대성 어류인 개복치. 녀석을 다시 만난건 경북 포항의 죽도시장이었다．맷돌같이 생긴 것들이 바닥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건 뭐 생선이라기 하기에는 좀 그런…. ” 개복치였다．복어과에 속한다는 의미의 ‘복치’ 앞에 다소 낮춰서 부를 때 사용되는 접사인 ‘개’자가 붙여졌다． 이상스러운 모양새와 둔한 몸짓 때문에 그렇다． 일광욕 중인 개복치의 모습이 어찌 보면 해바라기 같아 영어로는 ‘Ocean Sunfish’라고 불린다．또 머리만 있고 몸통 이하는 없는 것처럼 보여 ‘Head Fish’라고도 한다．대만에서는 독특하게 헤엄치는 개복치의 모습이 맘보춤을 추는 여인과 비슷하다고 ‘맘보 물고기’라고 부른다． 개복치는 ‘다산의 여왕’이라는 영예와 ‘문제의 부모’라는 불명예를 동시에 지녔다．개복치는 산란기 때 한 번에 무려 2억∼3억 개의 알을 낳아 이 분야에서 육해공군 통틀어 최고라는 타이틀을 자랑한다．그러면 뭐하나．개복치는 낳은 알과 부화된 새끼를 전혀 돌보지 않는다．불쌍한 새끼들은 대부분 초기에 다른 물고기의 먹이로 희생되고 만다．만약 이들의 생존율이 높다면 전 세계 바다는，어쩌면 지구는 개복치로 뒤덮이고 말았을 것이다． 일찍부터 이런 개복치의 가능성에 주목한 소설가가 있었으니 박민규이다． 박민규는 단편소설 ‘몰라몰라 개복치’에서 9호 구름을 타고 약간의 우여곡절을 거쳐 우주로 나가보니 지구가 커다란 개복치였다고 털어놓는다． 개복치는 덩치만 컸지 바보다．움직임이 둔하고 성격마저 유순해 270㎏ 이상 나가는 거대한 크기의 성체가 된 후에도 범고래나 바다사자 등 해양 포유류와 대형 어종들의 먹이가 된다． 바다사자가 개복치의 지느러미를 이유 없이 떼어 내고，가지고 논 뒤에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목격된 적도 있다． 지느러미가 잘린 개복치는 헤엄치지 못해 서서히 죽게 된다. 나쁜 바다사자 같으니라고． 개복치는 사람에게 위협을 끼치지 않는다． 또한 개복치는 잠수부들과 잘 어울린다는 보고도 있다．안타깝지만 개복치가 사람에게 뛰어올라 압사시킨 예가 있기는 하다．또 개복치가 배와 충돌해 선체에 피해를 입히거나 몸체가 스크루에 끼는 경우도 있다． 평소 개복치 성격으로 보아 고의는 아니라고 믿는다． 개복치의 식성은 잡식성으로 작은 물고기，오징어，갑각류，해조류를 먹는다． 특히 해파리가 주식이다．주식인 해파리와 비슷한 비닐봉지를 삼켜서 죽는 경우도 많단다． 개복치야 미안타． 동해에서는 이따금 3m에 육박하는 초대형 개복치가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커질 수 있을까．경골어류인 개복치는 뼈가 대개 연골 조직으로 이루어져 다른 물고기에 비해 몸집이 비정상적으로 커질 수 있다． 개복치는 포항 일대에서 제사상에 올리고 결혼식 등 행사용 음식으로 많이 애용된다． 복어와 비슷한 개복치의 껍질은 수육，닭가슴살과 비슷한 뱃살은 회무침，돼지고기 수육과 비슷한 머리 뼈와 머리 살로는 찜을 한다． 수육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고，회무침은 상큼하며，찜요리는 부드럽단다． 개복치 껍질을 묵처럼 만들어 초장에 찍어먹는 맛도 괜찮단다． 부산 아쿠아리움에서 최근에 개복치를 다시 만났다． 부산 아쿠아리움은 지난 12월에 개복치 세 마리를 들여와 3월31일까지 ‘머리만 있는 물고기，몰라몰라 특별전’을 열고 있다．국내에서는 현재 유일하게 개복치를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이 “쟤는 왜 머리밖에 없어”라며 난리다． 진화하는 동안 꼬리가 없어지고，뒷쪽에 위치한 긴 지느러미로 대체되었다．긴 지느러미는 언뜻 상어지느러미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아쿠아리움 사육사들은 개복치를 강아지라고 부른다． 밥 먹으러 올 때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귀엽다． 개복치는 사람이 주는 먹이에도 쉽게 적응한다．또 감금상태에서도 잘 길들여질 만큼 온순하다고 알려졌다. 얼굴 표정과 헤엄칠 때의 우아한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에 전 세계 해양 수족관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어류로 인기가 있다． 키워보니 개복치는 서열이 엄격해 눈치를 많이 살핀단다．즉 큰 게 다 먹어야 작은 게 먹는다．스트레스를 받으면 1∼2일 밥도 안 먹을 정도로 예민한 구석도 있다．이런 녀석들이 3m가 넘도록 계속 성장하면 어떻게 될까 슬며시 걱정이 된다． 아직까지 개복치의 생태는 많은 부분이 비밀에 싸여 있단다． 입을 방긋방긋 벌리고 맘보춤을 추는 듯 한 녀석의 귀여운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한편으로 녀석의 고기는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하다．귀엽기도 하고 먹어보고 싶기도 하니． 도대체 이 마음은 뭘까． 몰라 몰라 모르겠다． Copyright ⓒ 부산일보 & busan.com 제공 [박종호의 맛있는 세상] http://blog.busan.com/blog.my.main.ui?owner=nleader - 숫컷이 임신하는 특이한 생명체 " 해마 "- - 투구게 요리 등등 - - 박수현 기자의 [sea animal ] - - 사라져 가는 동물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50226.22018184948 - 7 page 도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