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명가 ①] 아귀찜, ‘바다의 추남’에서 ‘영양식’으로
[일간스포츠 이석희]
'못생겨도 맛은 좋아.' 그 옛날 TV속 아이스 크림 광고 카피이지만 아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 말이 딱이다. 생김새만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바다의 추남'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못생기고, 살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철저히 버름받았다. 얼마나 천한 대접(?)을 받았으면 어부들이 아귀를 잡으면 뱃속에 있는 다른 고기만 먹고 아귀는 버렸을까.
이제는 아귀는 바다의 '종합영양제'라며 사랑을 받고 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다. '아귀지사 세옹지마'다.
50년만에 이렇게 대접이 180도 달라진 생선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아귀찜의 본고장 마산과 부산, 그리고 인천의 대표적인 아귀찜집을 들여다보았다. 닮았으면서도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점이 있었는데….
부르는 이름부터 달라 달라.
아귀는 지방에 따라 다양하게 불린다. 표준어는 아귀지만 인천에서는 물텀벙, 부산에서는 물꽁, 마산은 아구라고 한다. 물텀벙은 뱃사람들이 아귀를 잡으면 쓸모없는 고기라고 해서 다시 바다에 버렸는데, 물에 빠지면서 '텀벙' '텀벙'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천 용현동에 있는 아귀찜 골목을 '물텅벙이거리'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꽁은 경상도·강원도 쪽 사투리이다. 원래는 '물꿩'으로 불리던 것이 발음하기 좋게 '물꽁'으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부산의 유명한 아귀찜집인 '물꽁식당'도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구는 아귀보다 더 친숙한 말로 지금도 아구가 표준어인 줄 아는 사람도 있다.
어떤 아귀를 쓰느냐가 중요.
마산 아귀찜은 말린 아귀를 사용한다. 버리던 아귀를 처음 먹기 시작한 196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찜이 아니라 황태처럼 말린 포로 먹었다고 한다.
어시장에서 버려졌던 아귀를 주위 사람들이 주워 처마 밑에 걸어 꾸덕꾸덕 해질 때까지 말려 찢어서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이를 본 어시장 인근 식당 주인들이 말린 아귀에 고춧가루와 콩나물 등을 넣고 32공탄 연탄 불에 볶아 낸 것이 아귀찜의 시초이다.
생물은 그냥 배를 갈라 토막내 사용하면 되지만 건아귀를 만드는 과정에는 손이 이만저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겨울이지만 마산은 따뜻해 비가 자주 온다.
이를 대비해 시도 때도 없이 하늘을 쳐다봐야 한다. 바닷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선풍기로 인공 바람을 만들어준다. 바람이 통하지 않으면 상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10여일 정성을 들이면 아귀가 꾸들꾸들해진다. 이때 작두로 잘라 다시 말리기를 반복한다. 한달간 말린 아귀는 냉동창고에 넣고 1년내내 쓴다.
마산에서 가장 오래된 집인 '구강할매아구찜'의 김수일 (70)할머니는 "11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생아귀를 손질해서 옥상에서 말린다"며 "이 일이 1년 장사의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천이나 부산·군산 등지에선 반건조 아귀가 아닌, 생물 아귀를 쓰는 게 마산 아귀찜과 크게 다른 점이다. 명태를 말린 코다리와 생태의 맛 차이처럼 말린 아귀는 쫄깃한 식감, 생물 아귀는 연한 식감이 특징이다.
- 짐승의 간중에 아귀간이 제일로 맛있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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