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뼈와 머리, 내장을 발라낸 청어가 줄에 가지런히 엮여 바닷가에 내걸려 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청어를 부르며 달려오는 듯하다. |

▲ 갓 잡은 청어 창포리 마을 어부들이 갓 잡아온 청어를 그물에서 떼어내고 있다. |

▲ 청어 손질 창포리 마을 주민들이 바닷가에 모여 앉아 청어의 배를 가르고 살을 발라내고 있다. |

▲ 달빛에 말리기 청어는 꽁치에 비해 살이 두껍고 기름이 많아 마르는 데 최소 1주일은 걸린다. 줄에 널어 놓은 청어 비늘이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인다. |

▲ 과메기 쌈 과메기를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배추 꼬갱이와 미역, 김 그리고 파 따위를 곁들여 먹으면 비린맛도 덜하고 감칠맛이 산다. |

▲ 20마리씩 엮기 다 마른 청어는 굴비처럼 20마리씩 두름으로 엮여 손님을 기다린다. | | |
대게로 유명해진 경북 영덕의 강구항에서 북쪽으로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처럼 이어지는데 창포리라는 곳에 이르면 조금 뜻밖의 풍경이 펼쳐진다.
한적한 찻길 바로 옆에 수천 마리의 생선이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향해 날아갈 듯한 자세로 줄줄이 장대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바로 옆에서 흰 포말을 흩날리며 몰려오는 거친 파도와 어울려 그 모습이 제법 처연하다.
생선 이름을 물어보니 청어라고 한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청어의 등줄기는 유난히 푸르러서 깊고 푸른 동해의 기운이 서려 있는 듯하다.
그 푸른 청어를 잡아 겨울 차디찬 바닷바람에 꾸덕꾸덕하게 말려 과메기를 만드는 것이다.
과메기는 원래 영남 동해안 지방에서나 먹던 것으로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먹을거리였다.
회도 아니고 자반도 아니고 그렇다고 명태나 오징어처럼 뻣뻣하게 마르지도 않은 이 어정쩡하고 비린 음식이 10여년 전부터 전국에 알려지더니 지금은 웬만한 사람은 그게 날로 말린 꽁치라는 것쯤은 알게 되었다.
그 옛날 동해를 떼지어 다니던 청어가 다 어디 갔는지 1960년대 이후 자취를 감추자, 아쉬운 대로 꽁치를 말려 짝퉁 과메기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사라졌던 청어가 어디를 갔다 다시 왔는지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잡히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제법 과메기를 만들어 손님을 끌 정도로 많이 잡히고 있다.
청어에 비해 덜 비리고 맛이 은근해 꽁치과메기가 낫다는 사람도 있지만 두툼한 살집에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청어과메기는 한번 맛 들이면 잊을 수 없는 진한 바다의 맛이 느껴진다.
청어과메기든 꽁치과메기든 맛이야 입맛대로 가려 먹으면 될 일이지만 우선은 사라졌던 청어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옛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갑다.
과메기는 요즘처럼 날씨가 춥고 바람이 세차야 쫄깃하고 감칠맛이 밴다.
그러니 청어는 죽어서도 바람 부는 바닷가를 떠나지 못하고 저 놀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장대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
몸은 이미 갈라져 미라가 됐는데 시퍼런 파도는 자꾸만 청어를 불러댄다.
청어는 오늘 밤도 시린 몸을 녹여줄 푸른 바다를 꿈꾸나 보다.
영덕 = 사진·글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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